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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 청년세대 박탈감 부른 '낙하산' 논란

청년 실업률 사상 최고치…'공정성'에 민감

최근 중국 청년층에게 뜨거운 관심과 논쟁을 불러일으킨 세 가지 논란이 있었습니다. 모두 공정성과 관련된 일들로 '낙하산', '세습' 논란이란 꼬리표가 붙었습니다.

미스월드 대회 중국 대표…낙하산 논란

'낙하산' 논란 벌어진 미스월드 중국 대표 대회

미인대회 자체가 갈수록 여러 논란과 비판 속에 과거와 같은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은 중국도 마찬가지인데, 지난달 뜨거운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영국에서 열릴 예정인 미스월드 대회 중국 대표가 갑자기 교체됐기 때문입니다. 주최 측은 25살 친쩌원 씨가 미스월드 대회에 중국 대표로 참가한다고 발표했는데, 원래 지난해 열린 중국대회 1위 우승자 루안유에 씨의 우승 자격은 돌연 박탈했습니다. 문제는 갑자기 중국 대표로 발탁된 친쩌원에 대해 여러 자격 논란이 벌어진 겁니다.

먼저 중국대회 1위 우승자의 자격이 박탈돼 세계대회에 못 나가게 됐다면, 2위나 3위 입상자들이 있는데 왜 그들이 아닌 친 씨가 중국 대표냐는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친 씨는 당시 중국 대회에서 공개된 입상자 18명 명단 안에 없다는 내용이 밝혀지더니, 좀 더 시간이 지나자 아예 중국 대회 자체에 참가하지도 않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습니다.

두 번째는 학력과 경력 사기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주최 측은 당초 친 씨가 중국 유명대학인 상하이교통대학 공학 학사에 푸단대학 국제금융 석사로, 증권사 현직 애널리스트라는 점을 부각했습니다. 하지만 학력이 위조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고, 해당 증권사도 '친 씨는 애널리스트가 아니며 주로 고객 연락과 자료 정리를 하는 보조 업무를 맡다가 이미 퇴사한 상태'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습니다.

주최 측 자격까지 취소…미인대회 무용론 확산


친 씨가 금융계 거물들과의 식사 자리에 동석한 사진까지 나오자 '자격이 없음에도 인맥 때문에 중국 대표 자리를 꿰찬 낙하산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결국 영국의 미스월드 세계 대회 조직위가 '중국 대표를 둘러싼 논란을 조사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냈습니다. 보름 만에 나온 조사 결과는 '중국대회 주최 측의 자격을 취소'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논란이 여기서 끝나는 것 같았지만 미인대회 무용론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유행 전 중국에는 이런저런 미인대회가 300개를 넘어, 매일매일 미인대회가 열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심각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된 이번 일을 계기로, 획일적인 미의 기준을 제시하는 이런 대회가 아직도 필요하냐는 질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국 작가협회, 저명 작가 딸 '세습' 논란

중국작가협회 신규회원 가입 놓고 '문학 세습' 논란

지난달 발표된 중국 작가협회의 신규 회원 예비 명단에 저명 작가 자핑아오의 딸 자첸첸이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자첸첸의 문학적 성과가 부족하고, 일부 작품은 저속한 수준"이라는 일부 문인들의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그뿐 아니라 자첸첸이 중국 시베이대 부교수, 산시성 청년문학협회 부주석을 맡은 것도 아버지의 영향력 때문이 아니냐는 의문까지 제기됐습니다. 아버지 자핑아오는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중국 작가협회 부주석을 맡았을 정도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세습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관영매체들까지 "문학은 세습돼서는 안 된다"라고 비판하자 결국 작가협회는 자첸첸의 신규 회원 등록을 철회했습니다.
 

수필대회 1등 작품…'나의 현장 아버지' 논란

정영태 취재파일

최근 산둥성 더저우시 작가협회가 주최한 수필대회 1등 작품 제목이 '나의 현장 아버지'였습니다 여기서 '현장'은 지방행정구역 단위인 '현'의 행정 책임자를 뜻합니다. '청렴'을 주제로 한 수필 대회에서, '현장'이었던 아버지의 청렴성과 공직자로서의 자세를 담담히 써 내려간 글이 1등에 당선됐습니다. 하지만 글의 내용보다는 '아버지가 고위 공무원 출신이어서 1등에 뽑힌 것 아니냐'는 의문이 증폭됐습니다. 결국 더저우시 작가협회 SNS 계정에서 1등 작품 선정 내용이 삭제됐습니다.

최근 한두 달 사이에 잇따른 이런 논란들을 촉발한 원인은 결국 '공정한 경쟁과 선발 절차에 대한 의구심'입니다. 진짜 실력이 아니라 이른바 '빽'을 써서 얻어낸 결과로 '다른 사람의 자리를 부당하게 뺏은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젊은 층에게 민감하게 작용한 겁니다. 중국의 높은 청년 실업률은 이런 박탈감을 가중시키는 요인입니다. 지난 7월 중국 16~24세 청년 실업률은 19.9%를 기록했습니다. 6월 19.3%보다 0.6% 포인트 높아진 수치로, 통계 집계 후 사상 최고치입니다. 8월 들어 18.7%로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경제활동 의사가 있는 청년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한때 중국 20대 청년을 대표하던 1990년대 생들은 이제 나이가 30대에 접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들만 해도 초고속 경제성장기의 과실을 향유하며 패션과 화장품, IT제품의 유행에 민감하고 소비에도 익숙해 고가 위주 소비 경향을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다음 세대인 200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가 겪고 있는 현실은 훨씬 더 팍팍합니다. 경제성장률 둔화와 일자리 부족, 고학력자 증가에 따른 경쟁 심화, 높은 주거비와 사교육비로 인한 생활고와 결혼·출산율 저하 같은 문제들이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 통제가 강한 중국 사회에서 이들의 불만이 집단적, 정치적으로 표출되기는 어려운데 '공정한 경쟁'을 둘러싼 최근의 논쟁들은 젊은 세대의 불만이 표출되는 우회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사진=웨이보,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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