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15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유엔 총회 참석을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된다고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해놓고 시간을 조율 중에 있다"는 것이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일본과는 양자 회담을 하기로 일찌감치 서로 합의해놓고 일정을 조율 중에 있다"며, "이번에 만나는 것이 좋겠다고 (한일 양국이) 흔쾌히 합의가 됐다"고도 말했다.
발표 이후 한일 정상회담 개최는 확정된 것처럼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2019년 12월 24일 이후, 2년 9개월여 만에 개최되는 한일 양국 정상의 대면 정상회담. 얼어붙은 한일 관계를 해빙시킬 계기가 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한일 정상회담 합의" vs "전혀 결정되지 않았다"

한국이 한일 정상회담을 한다고 발표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눈여겨볼 점은 기시다 일본 총리의 유엔 총회 참석에 대해서도 확정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은 기시다 총리의 유엔 총회 참석을 전제로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했는데, 일본 측은 한일 정상회담 개최는 물론 유엔 총회 참석도 확인하지 않은 입장 차가 발생한 건 왜일까.
"기시다 총리 해외 방문 국회 승인 아직 안 나"
일본 관방장관이 기시다 총리의 유엔 총회 참석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일본 내부의 절차가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관방장관과 일본 측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총리의 해외 순방을 위한 일본 내부 절차가 완료되지 않았는데 한국 측이 유엔 총회 참석을 전제로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한 것에 대한 불쾌감 내지 불만도 감지된다.

'정상회담 발표'에 대한 한국 외교안보 라인의 불만
한일 양국 사정에 밝은 한 외교 소식통은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한 건, 이미 며칠 전에 양국이 합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일본 측이 한일 정상회담 개최 결정 발표를 계속해서 미루거나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자 "한국 측 외교안보 라인에서는 일본 측이 일종의 갑질을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생긴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어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발표는 어쩌면 전략적인 선택이었다는 해석이다.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일본 측에 끌려가지 않겠다, 어제 발표를 통해 정상회담 개최를 기정사실화하는 전략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와는 무관하게 어제 양국의 입장 발표를 통해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일본의 선택에 달린 것으로 비춰지게 된 측면이 있어 악수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시다 총리의 일본 국내 정치적 위기
기시다 총리는 현재 일본에서 딜레마적 상황에 처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베 전 총리를 계승하며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국장까지 결정했는데, 이후 아베 전 총리와 통일교와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장 결정도 비판받고 있는 게 현재 기시다 총리의 상황이다.
그렇다고 아베 전 총리와 거리두기 하기도 어렵다. 아베 전 총리 측의 도움이 없이는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아베 전 총리의 정통성을 강화하려면 통일교 등과 관련된 문제점을 덮거나 합리화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한일 양국 모두에게 뜨거운 감자인 관계 개선
한일 양국 모두에서 조심스러운 주제인 한일 관계 개선. 이 상황에서 한국이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먼저 발표했다. 일본 측의 모호한 입장 발표에도 외교가에서는 유엔 총회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지율 하락이라는 위기를 동시에 맞은 한일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반전을 모색할 수 있을까.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