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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에서 범람해 밀려든 물…'ㄷ자' 지하 동굴 된 주차장

<앵커>

포항의 아파트에서 왜 인명 피해가 더 컸는지도 짚어보겠습니다. 아파트 바로 옆에 있던 하천이 넘치면서 주차장에 물이 빠르게 들어찬 데다가 주차장의 구조 역시 대피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박하정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기자>

경북 포항시 남구를 가로질러 영일만까지 곧장 흘러가는 하천인 냉천입니다.

하천 양옆으로 도로가 자리 잡았고 그 옆으로 도로보다 약간 낮은 지대에 아파트나 주택이 들어서 있습니다.

이 냉천에서 이번 사고가 난 지하 주차장이 있는 아파트까지 거리는 불과 50m 정도입니다.

지금 냉천의 물이 빠지면서 다소 수위가 낮아진 모습입니다.

폭우 당시에는 이 제방을 모두 넘어설 정도로 빠르게 물이 차오르면서 길 건너 아파트단지 안으로 물이 쏟아져 들어갔습니다.

[김미자/경북 포항시 : 물이 넘어올 때 내가 마음이 두근두근했어요. 한 5분, 10분 사이에 여기 막 꽉 차버리는데….]

평소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 물이 거의 없는 상태인 '건천'인데, 기록적인 집중호우에는 범람을 피하지 못한 것입니다.

지난 2019년 마무리된 하천 수변 공사가 범람 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산책로나 운동장 등 하천변에 설치된 각종 시설물이 물 흐름을 방해했다는 것입니다.

[포항시민 : 공사도 해가지고 교량 폭이 좁은 건 있어요. 그런 게 있어서 물이 쭉쭉 못 나가는 건 있어요.]

경상북도 관계자는 공사 때문이라기보다는 이번에 포항에 내린 비가 500년 빈도에 해당할 만큼 많은 양이라 피해가 일어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지하주차장 내부 구조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차를 빼려다 순식간에 물이 불어났을 때 차량이 나올 수 있는 출입구는 단 한 곳이었습니다.

쏟아지는 빗물을 뚫고 차들이 이곳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오려면 반드시 이 출입구를 통해야 했고, 길게 줄을 늘어서야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포항시민 : (남편이 지하주차장) 들어갈 땐 물이 없어서, 언덕 위에 거리 1km 되는 데에서 차를 갖다 놓고 오는데 물이 배 가까운 데까지 왔다고 (물이) 어디서 콱 몰려오는 그런 형태였대요.]

지하주차장 내부는 'ㄷ자' 형태로 이뤄져 있었는데, 생존자 2명은 모두 차량이 오가는 출입구와 가까운 쪽에서 발견됐습니다.

숨진 15살 김 모 군이 발견된 곳은 ㄷ자 형태 가운데서도 가장 뒤쪽이었습니다.

사람이 걸어서 오르내릴 수 있는 계단형 출입구가 3곳 있었지만, 사고 당시 그곳으로 엄청난 물이 쏟아지면서 대피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집중호우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상황. 하천 배수와 강둑 설치에는 문제가 없는지, 지하주차장 구조를 개선할 점은 없는지 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이소영, CG : 박천웅·류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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