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현충원에 있던 최재형 선생 묘, 어느 날 홀연히 사라졌다

<앵커>

일제강점기, 연해주에서 의병 투쟁과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 중 최재형 선생이 있습니다. 그런데 현충원에 있던 선생의 묫자리가 지금은 텅 비어있습니다.

어떻게 된 것인지, 임상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멀리 카자흐스탄에서 온 박 타냐와 한 보리스 씨 가족이 서울 현충원을 찾았습니다.

할아버지 최재형 선생의 흔적이 있는 곳입니다.

줄지어 늘어선 묘지들 가운데 텅 빈 공간이 눈에 띕니다.

2009년까지 있었던 묘지 번호 108번, 최재형 선생의 묫자리입니다.

차례상 대신 초콜릿을 바치고 절을 올립니다.

최재형 선생 후손

[박타냐/최재형 선생의 4대 외증손 : 가장 아픈 것 중 하나는 108번의 묘지가 없어졌다는 것이죠. 그것이 가장 마음 아픕니다.]

상하이 임시정부 재무총장에 선임될 정도로 명망이 높았고,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도 도왔던 최재형 선생은 1920년 연해주에서 일제에 의해 총살당했습니다.

시신이 암매장되면서 유골조차 찾지 못한 채 후손들은 스탈린의 강제이주로 구소련 각지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냉전 시절 건국훈장을 추서 받은 뒤 1970년 현충원에 선생의 가묘가 들어섰습니다.

이때 나타난 가짜 후손이 한동안 보훈 혜택을 누려온 사실이 구소련 붕괴 후 고국을 찾은 후손에 의해 뒤늦게 밝혀집니다.

현충원은 108번 묘를 없애버렸고 후손들에게조차 숨겼습니다.

[반병률/한국외대 사학과 명예교수 : 잘못된 거 그걸 흔적을 없애버린다고 잘못된 행정이 없어집니까? 그거는 속일 수가 없죠. 사실이 밝혀졌으면 그러면 바로 잡아야 되는 거죠.]

이에 대해 현충원 측은 가짜 후손이 이장을 요청해 묘를 없앴고, 처음 108번 묘를 설치할 당시와 달리 현행 국립묘지법상 매장은 시신이나 유골이 있는 경우에 한한다고 밝혔습니다.

후손들은 할아버지 묘가 하루빨리 원래 자리로 돌아오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 잡으려는 책임 있는 자세야말로 나라 위해 몸 바친 분들의 억울함과 서운함을 풀어 줄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영상취재 : 이재영, 영상편집 : 이홍명, CG : 서현중)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