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일본 대형 배우 '성추행'에도 제재 없어…왜?

사건은 한 주간지의 보도로 알려졌다. 일본의 한 유명 남성 연예인이 도쿄 긴자의 클럽에서 여성 종업원을 상대로 심한 성추행을 했고, 해당 피해 여성이 해당 클럽 여성주인을 상대로 이런 상황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
　 피해 여성의 소장을 입수한 주간지 보도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19년 7월, 유명 남성 배우가 밤 11시쯤 긴자의 클럽을 찾았다. 종업원 A 양은 이 남성을 접대하게 되었는데 갑자기 속옷을 벗기고 몸을 더듬고 자신에게 강제로 키스까지 했다고 소장에서 주장했다. 겨우 이 상황을 피해 화장실로 피했지만 급하게 도망쳐 나오면서 남성 연예인이 있는 곳에 휴대전화와 명함집을 두고 나와 찾으러 갔다가 다시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다른 손님들도 있는 상황에서 큰 수치심을 느꼈고, 당시 심한 추행으로 인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까지 앓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연예인은 카가와 테루유키라는 배우로 한국에도 알려진 배우다. 카가와는 일본에서도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거물 배우로 '한자와 나오키', '99.9 형사전문변호사', '7개의 회의' 등에 출연했고, 현재 한국 드라마 '이태원 클라스'를 일본에서 리메이크한 '롯폰기 클라스'에도 출연하고 있다. 이 외에도 토요타, 산토리 맥주 등의 CF 모델을 하고 있고 NHK 교육방송 인기 프로그램인 '곤충, 대단해'와 TBS의 시사프로그램의 사회를 맡고 있는 등 방송과 영화 등에 폭넓게 활약 중이다. 카가와는 도쿄대 출신의 수재 연예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첫 보도 이후에도 본인과 소속사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결국 며칠 뒤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여성에서 불쾌감을 준 것은 사실"이라고 기사 내용을 인정했다. 카가와는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시사프로그램에 직접 나와 "개인적인 일로 시끄럽게 해 진정 죄송하다"며 "깊게 반성하고 자성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인정과 사과 한 번으로 모든 것이 정리가 됐다. 카가와가 출연한 CF는 여전히 계속 나오고 있고, 드라마도 한 컷도 편집 없이 방영되고 있다. 앞서 말한 시사프로그램에서는 사과가 끝나자마자 진행을 이어갔고, 어린이들을 상대로 하는 NHK 교육방송 출연에도 변동이 없다. 오늘도 프로그램 홈페이지에는 그의 얼굴이 여전히 크게 나오고 있다. 카가와를 계속 출연시킬 것이냐는 일본 언론들의 취재에 대해서도 기업, NHK 등 모두 "검토 중"이라는 말만 계속하고 있다. 여론이 잠잠하다면 그대로 출연시키겠다는 말이다.

만약 이 상황이 한국에서 벌어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미 그 배우가 나오는 부분은 모두 편집이 되었을 것이고, 기업들 또한 CF 계약을 취소하고 위약금을 청구했을 것이다. 방송에서 퇴출은 물론 연예계에서 매장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별문제 없이 스리슬쩍 넘어가는 분위기이다. 퇴출 여부를 결정하는 간부들이 대부분이 카가와와 나이가 비슷한 장년의 아저씨들이라 이해를 해주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카가와를 퇴출시키면 결국 그를 기용한 기업, 방송사들의 이미지에게도 타격을 주기 때문에 동업자 의식을 동원해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려 보자는 것인가. 내가 모르는 내막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해도 동의도 할 수 없는 상황이 2022년 일본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