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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산업기능요원 불법파견…조사 땐 "근무하듯 행동해"

<앵커>

군대 가는 대신에 회사에서 일하면서 병역 의무를 마치는 사람들을 산업기능요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한 회사가 산업기능요원들에게 허가받지 않은, 그러니까 다른 일을 시킨 게 드러나서 병무청이 조사에 나섰습니다.

김민준 기자가 취재한 내용 먼저 보시고,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기자>

경기도의 한 농업 벤처기업 A 사.

농업과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이른바 '스마트팜' 업계 선두 주자로, 정부로부터 기업 가치 1조 원 달성을 앞둔 차세대 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병무청이 A사에 대해 병역법 위반 혐의로 조사에 착수한 건 지난 12일.

현행법상 산업기능요원은 병무청으로부터 '허가받은 업체'에서 '허가받은 업무'만 할 수 있는데, 이를 어긴 겁니다.

병무청이 제보를 받고 확인한 결과, 농경제와 식품 관련 전문성을 인정받아 2019년부터 산업기능요원으로 배치된 4명은 A사에서 일하지 않았습니다.

옆 건물인 B사에서 근무하면서 병무청이 지정한 식품 생산 관련 일이 아닌 사무직과 영업직 업무를 해온 겁니다.

이들이 B사에서 일했다는 사실은 재직 증명서와 급여 명세서에도 드러나 있었습니다.

[병무청 관계자 : (두 회사는) 법인과 대표가 다른 점 그리고 사업자 등록증이나 법인 등기부 등본과 같이 서류가 서로 다르다면 분명히 다른 회사입니다.]

재작년과 지난해, 병무청 실태 조사가 나오자 옆 건물에 있던 산업기능요원들을 급히 불러 A사에 근무하는 것처럼 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인건비 절감 등을 위해 산업기능요원 제도를 악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SBS 취재진과 만난 A사 관계자는 회사가 부족한 사무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산업기능요원들을 활용한 걸로 보인다고 털어놨습니다.

[A사 관계자 : (산업기능요원들의) 급여나 연봉 정도가 2천400만 원 정도인데 월급을 따지면은 180만 원 정도거든요. 이 정도를 가지고 회사에서 사무직을 고용하기가 너무 힘든 (상황이에요.)]

A사는 SBS 취재진에게 "재작년 회사가 분사하는 과정에서 산업기능요원 배치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고의는 아니었지만, 병역법 위반 사실을 인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병무청은 A사와 대표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산업기능요원 4명에 대해서는 복무 연장 처분을 하는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이용한, 영상편집 : 전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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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김민준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제도 악용, 왜 근절되지 않을까?

[김민준 기자 : 우선 병무청의 실태조사에 허점이 좀 있었습니다. 병무청은 불시에 업체를 직접 방문해서 중간 관리자나 산업기능요원들 당사자를 대상으로 면담을 진행합니다. 산업기능요원들이 애당초 병무청에 신고한 적법한 생산 가능 업무를 하고 있는 건지 확인하는 과정인데요. 하지만 저희가 취재한 결과, 정작 현장에서는 서류 조작 등 각종 방법을 동원해서 주무 부처의 감시망을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앞서 저희가 보도해 드린 이 회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는데요. 병무청 관계자와 회사 관계자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시죠.]

[병무청 관계자 : (업체가) 산업기능요원들을 정상 근무시키는 것처럼 출퇴근 기록부와 급여 명세서를 조작을 했고요. 산업기능요원들도 실태조사 때 복무 진술서에 애초 지정 업소에 근무하고 있는 것처럼 기술을 하고 있어서….]

[A사 관계자 : 사무 업무나 영업 쪽 업무하다가 이제 감사관이 나온다는 얘기를 들으면 아마 위생복이나 위생 가운, 위생모 정도는 이제 보여주기 식으로 입고 내려왔던 걸로….]

Q. 신고 의무, 사실상 무력화…이유는?

[김민준 기자 : 다른 이유가 또 있었습니다. 병역법에 따르면 산업기능요원들은 병무청에 허가된 업무가 아닌 일을 하게 되면 자신들이 일하고 있는 업체를 병무청에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신고 의무를 다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도 있었습니다. 신고 뒤에 본인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 관계자의 이야기를 또 직접 들어보시죠.]

[A사 관계자 : (해고되면) 받아줄 업체를 아이들 자신이 다시 구해야 하는데 그 업체를 찾는 시간조차 부족한 상황이고요. 만약에 못 찾으면 공익근무요원을 가거나 아니면 현역병으로 다시 입대를 해야 (합니다.)]

[김민준 기자 : 결국 산업기능요원을 특정 업체의 이익을 위해 오용하는 것을 막으려면 현실성 있는 대책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편집 : 전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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