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가뭄 뒤 대지진 온다"…'한진이론' 확산
겅칭궈는 이론의 근거로 '지열 기원설'과 '운실효과 기원설'을 제시했습니다. '지열 기원설'은 지하 마그마의 활발한 활동으로 해당 지역의 온도가 높아져 가뭄이 발생하며, 이런 마그마의 활동은 지각을 얇게 만들어 지진이 발생하기 쉽다는 가설입니다. 때문에 가뭄 뒤에 지진이 온다는 것입니다. '운실효과 기원설'은 지표의 응력이 축적되면 라돈 가스가 방출돼 지진운을 형성하는데, 이 라돈 가스가 강우량을 줄여 지역적 가뭄을 유발한다는 가설입니다. 즉, 단층 활동으로 지진이 발생하기 전 방출된 라돈 가스가 가뭄을 불러 온다는 것으로, 이 역시 가뭄과 지진의 상관 관계를 보여준다고 겅칭궈는 주장합니다. 그는 이 이론으로 24만 명이 숨진 1976년 탕산 대지진을 예측했으며, 8만 6,000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2008년 원촨 대지진(쓰촨성 대지진)에서도 이 이론이 입증됐다고 바이두 백과사전은 서술했습니다. 이 두 대지진이 발생하기 전 해당 지역에는 실제로 큰 가뭄이 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큰 가뭄 뒤 3년 안에 대지진 발생 확률 84.8%"
최근 중국의 가뭄이 워낙 심한 터라, 이 이론에 근거해 지진 발생을 우려하는 중국인들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가뭄이 심한 쓰촨성 루저우시에서 지난 25일 규모 3.9의 지진이 발생한 것도 이런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중국 소셜 미디어에는 '큰 가뭄 뒤에 정말 큰 지진이 일어나느냐'는 게시물이 급증했고, '지진이 발생하기 전 지하의 많은 열에너지가 방출돼 비정상적인 날씨를 유발한다', '가뭄으로 강수량이 줄면 지하 수위가 변해 단층대의 활동을 가속화한다'는 논리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과거 중국에서 지진이 발생한 지역 중 앞서 가뭄이 든 사례가 소셜 미디어에 넘쳐나고 있습니다. '한진이론'의 구체적인 내용을 인용해, 큰 가뭄이 든 뒤 3년 안에 대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84.8%에 달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26일 오후 '큰 가뭄 뒤에 반드시 큰 지진이 발생합니까? 믿을 수 있습니까?'라는 검색어가 바이두 검색 순위 상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관영 매체들 진화 나서…"가뭄·지진 인과관계 없어"
중국 관영 매체들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습니다. 가뭄과 지진의 데이터가 어느 정도 일치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인과관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나아가 인터넷 매체 펑파이는 '한진이론'을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먼저, 한진이론에선 가뭄이 발생한 건조 지역과 규모 6.0 이상 지진이 발생한 지역의 상관 범위를 25만 2,000㎢로 정의했는데, 이는 넓어도 너무 넓다고 펑파이는 지적했습니다. 상하이와 장쑤성, 저장성의 면적을 합한 것과 맞먹는다고 했습니다. 이 이론대로라면 어떤 도시에서 큰 가뭄이 발생한 뒤 283km 떨어진 곳에서 지진이 발생해도 논리가 입증되는 격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가뭄 후 1~3년 후'라는 조건도 문제 삼았습니다. 펑파이에 따르면, 2008년 대지진이 발생한 쓰촨성 원촨의 경우 1900년부터 2013년까지 114년 동안 여러 차례 큰 가뭄이 들었습니다. '가뭄 후 3년'이라는 조건을 적용하면, 114년 중 58년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펑파이는 지적했습니다. 한진이론대로라면 지진이 발생해도 몇 차례 더 발생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펑파이는 자체적으로 집계한 결과, 1900년부터 2013년까지 중국 본토에서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142차례 발생했는데, 이 중 1~4년 전에 가뭄이 들었던 때는 79회로,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고 적었습니다. 적어도 84%는 아니라는 겁니다. 논란이 확산하자, 중국 지진국은 "지진과 가뭄 사이에 필연적인 인과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진의 발생은 가뭄에 좌우되지 않는다"고 공식 입장을 냈습니다. 전례를 찾기 힘든 이상 기후에 대륙의 14억 민심이 흔들리고 있는 셈인데, 한진이론이 다시 한 번 입증될지, 중국 관영 매체와 기상 당국의 '바람'이 맞을지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