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형태의 조선시대 해시계가 처음 공개됐습니다. 둥근 지구본 같은 모양으로 북반구 남반구 어디서든 시간을 확인할 수 있고, 들고 다닐 수도 있는 종류인데요.
이주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구의 지름 11.2cm, 받침대를 포함해도 높이 23.8cm로, 작은 지구본 모양의 해시계입니다.
세종대왕 때 만들어진 반구형의 앙부일구는 북극을 향해 영침을 고정해야 해서 특정 장소에서만 시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일영원구는 휴대형 해시계입니다.
길쭉한 'T' 자 모양 시침의 그림자가 아래 홈에 맞도록 구를 돌리면 시간이 표시됩니다.
특히 일영원구의 특징은 시침과 별도로 시보창이 있다는 점입니다.
동그란 창에 몇 시인지 알려주는 글씨가 뜨는 겁니다.
또 구 하단부는 북극이 아닌 남극을 향하도록 만들어져 적도 이남을 비롯해 지구 어디서든 시간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이용삼/충북대 명예교수 : 서양에서는 둥근 간단한 형태의 해시계가 있는데 그 속에 새로운 우리의 전통 시보장치가 포함이 돼있는 복합적인 기술개발이라 생각이 듭니다.]
1890년 7월이라는 제작 시기와 상직현이라는 제작자 이름도 새겨져 있습니다.
상직현은 국왕의 호위와 궁궐 방어를 맡던 무관으로 일본 수신사 경험을 통해 다양한 문물을 접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용삼/충북대 명예교수 : 과학적으로 정교한 다양한 기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가치와 예술적인 품격을 지닌 명품 해시계로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일영원구가 어떻게 해외로 나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난 3월 미국 경매 사이트에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낙찰받아 국내로 돌아왔습니다.
(영상편집 : 김병직, VJ : 오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