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연휴 첫날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아직 복구도 다 못했는데, 오늘(13일) 밤에 또 비 소식 있습니다. 관련 뉴스 잠시 뒤에 전하기로 하고, 먼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기자회견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 이른바 '윤핵관'들을 정조준했습니다. 그 실명을 차례차례 거론하며 압박했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도 '지도력 위기'라고 비판했습니다.
62분간의 작심 회견, 강청완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잠행을 깨고 36일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 대표는 비상상황이라고 주장하며 당 지도체제를 무너뜨리겠다는 발상은 자신에 대한 '집단 린치'라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에게 선당후사하라는 당내 일각의 비난에 대해서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라며 격한 발언으로 응수했습니다.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국민의힘을 넘어서 이제 조직에 충성하는 국민의힘도 불태워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62분 동안 이어진 기자회견 내내 이른바 윤핵관을 맹비난했습니다.
무능한 데다 그들이 떠받들었던 사람까지 희생양으로 삼을 사람들이라고 했습니다.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 정당을 경영할 능력도 국가를 경영할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어차피 그들만의 희생양을 찾아서 또다시 나설 것입니다.]
이어 자신이 선정한 대표 윤핵관 6명의 실명을 일일이 언급하면서, 현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면 다음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로 출마하라고 압박했습니다.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 권성동, 이철규, 장제원과 같은 윤핵관들, 정진석, 김정재, 박수영 등의 윤핵관 호소인들은 모두 서울 강북 지역 또는 수도권 열세 지역 출마를 선언하십시오.]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문자메시지 노출 사건을 거론하며 지도력의 위기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 대통령께서 원내대표에게 보낸 어떤 메시지가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그것은 당의 위기가 아니라 대통령의 지도력의 위기입니다.]
특히 대선 기간, 윤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인 배신감도 토로했습니다.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 저에 대해서 이○○, 저○○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서 당 대표로 열심히 뛰어야 했던 제 쓰린 마음이….]
윤 대통령과는 만날 이유도, 풀 것도 없다고 말한 이 대표는, 기자회견 도중에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오는 17일 첫 심문이 예정된 비대위 전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법원의 결단을 기대한다면서도 설사 기각되더라도 윤핵관들과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김남성, 영상편집 : 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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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치부 강청완 기자와 오늘 이준석 대표 회견 좀 더 분석해 보겠습니다.
Q. '작심 비판' 쏟아낸 이준석…배경은?
[강청완 기자 : 이 대표가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은 이후에 당이 비대위로 전환되면서 이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자산이던 대표직까지 잃게 될 상황에 몰렸죠. 때문에 윤 대통령과 윤핵관을 직접 겨냥한 기자회견을 통해 여론에 호소하는 승부수를 던진 걸로 보입니다. 특히 당 주류와 의견이 맞지 않는다고 대표를 몰아낸 윤핵관들과 당을 혁신해 대선과 지선을 승리로 이끈 자신과 누가 더 당을 위해 헌신했는지 당원과 국민들이 판단해달라는 취지로 보입니다.]
Q. 윤석열 대통령 정면 비판…이유는?
[강청완 기자 : 그렇습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서운함이 가장 컸던 걸로 보입니다. 이 대표는 대선 당시에도 윤 후보 측이 자신을 불편해한다는 걸 알고 자괴감에 몇 번을 뿌리치고 싶었지만 참을 인 자를 새기면서 발이 부르트고 또 목이 쉬도록 유세 현장을 뛰었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또 자신은 윤석열 대통령이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보낸 이른바 '체리 따봉' 이모티콘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표현도 했습니다. 이 대표는 다만 대통령과의 자신의 문제는 상당 부분 오해에서 기인됐다면서 윤핵관과는 달리 대통령에 대한 언급에서는 수위를 조금 조절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Q. 대통령실·윤핵관 반응과 이준석 향후 행보는?
[강청완 기자 : 대통령실에서는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다만 오늘 이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과거 대통령실이 부인했던 이 대표와 대통령 간 독대 사실을 폭로함에 따라서 여론이 어떻게 흘러갈지 주시하는 분위기입니다. 윤핵관으로 지목된 한 의원은 SBS가 통화를 했는데 "험지 출마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망언"이라면서 지역구 의원을 뽑은 유권자들을 모욕하는 발언이라고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이 대표는 앞으로 기자회견에서 많은 당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을 만들겠다고 밝혔고 또 당 혁신에 대한 책도 곧 발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계속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건데요. 다만 성 상납 의혹 및 증거인멸 교사 관련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 수사 결과에 따라서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 그리고 본인 천명한 윤핵관과의 싸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