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부뉴스에서는 이 인구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마부뉴스가 인구 얘기를 안 했던 건 아닙니다. 인구가 여러 사회 문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만큼 예전 마부뉴스에서도 적지 않게 언급됐었죠. 하지만 오늘은 '인구'에만 공력을 집중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마부뉴스가 오늘 구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인구 감소는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까?
태초에 맬서스가 있었다
현재 세계 인구가 10억이면 인류 총수는 1, 2, 4, 8, 16, 32, 64, 128, 256으로 늘어날 것이지만, 생존 자원은 1, 2, 3, 4, 5, 6, 7, 8, 9로 늘어날 것이다. 200년 뒤에는 인구 대비 생존 자원 비율은 256 대 9, 300년 뒤에는 4096 대 13, 2000년 뒤에는 거의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그 차이가 엄청나게 벌어질 것이다.
<인구론> 맬서스
구독자 혹시 맬서스라는 이름 들어봤나요? 윗글은 영국의 고전 경제학자 토마스 맬서스가 1798년 쓴 <인구론>의 일부입니다. 맬서스는 <인구론>을 통해 임금, 토지, 식량 등의 생존 자원은 1, 2, 3, 4… 이렇게 산술급수로 증가하지만 인구는 1, 2, 4, 8…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걸 지적했어요. 인구 증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죠.
맬서스의 경고가 가장 극심했던 시절은 1960년대입니다. 1968년 전 세계의 인구 증가율이 역대 최대치인 2.1%를 기록하면서 "이대로 가다간 인구 폭발로 세계가 종말을 맞이하는 것 아니야?"라는 불안한 목소리가 여기저기 나오기도 했죠. 이 영향으로 만들어진 정책이 바로 산아제한 정책입니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구호로 진행된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에서 산아제한 정책은 효과적이었어요.
하지만 맬서스의 경고는 이제 구시대의 유물로 남겨지게 된 듯합니다. 맬서스가 놓치고 있었던 건 바로 기술 혁신. 생각보다 인류는 똑똑했고, 생존 자원을 훨씬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냈어요. 식량을 생산해 내는 기술이 혁신적으로 발전하면서 인구 증가와 맞먹는 수준의 생산 폭발이 발생했고, 이제는 더 이상 인구 폭발로 인류가 멸종할 것을 우려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딱 한 명, MCU의 타노스 빼고요.
MCU의 최종 보스 타노스는 자원 고갈로 모두가 멸망하는 걸 막기 위해 우주의 절반을 없애서 나머지 절반은 잘 살아보자는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타노스는 전지전능한 우주적 능력을 가진 인피티니 스톤을 모아 우주의 절반을 없애버리려고 하고, 어벤저스들은 이 요망한 빌런을 막기 위해 고전분투하는 게 MCU 인피니티 사가의 핵심이죠. 이런 타노스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막연한 맬서스적 신념을 지닌 거대한 보라색 사나이"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맬서스나 타노스나, 그들이 고민했던 인구의 폭발적 증가는 더 이상 우리 인류의 고민이 아닙니다. 지금 걱정해야 하는 건 도리어 감소하는 인구죠. 데이터로 살펴볼까요? 2021년 UN에서 발표한 인구 데이터를 가지고 1950년부터 2021년까지 전 세계 국가들의 합계출산율 변화를 나타내 봤어요. 합계출산율은 가임 여성(15~49세)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합니다. 위의 그래프에서 점선으로 표시된 건 전 세계의 출산율입니다. 1950년 전 세계 여성 1인당 자녀수는 4.86명. 하지만 2021년에는 2.32명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죠. 굵은 선으로 표시된 우리나라는 특히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2021년 전 세계 인구는 UN 기준으로 78억 7,693만 1,987명입니다. 전 세계 인구는 앞으로 80억, 90억 넘어 100억을 향해 달려 나가겠지만 그 끝은 존재한다는 예측이 많아요. UN에서 예측한 인구의 정점은 2086년의 104억 3,104만 5,663명. 이 예측대로라면 앞으로 110억 번 째 인간은 이 지구상에 없을지 모릅니다. 출산율이 최하위권인 우리나라는 특히 더 빠른 끝을 맞이할 수도 있죠.
대한민국 인구 정점, 2020년
지금부터는 본격적으로 우리나라 인구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선 1960년 이후부터 5년 주기로 인구주택총조사를 실시하고 있어요. 2015년부터는 현장 조사 없이 등록센서스 방식으로 인구같은 기본 정보들은 매년 파악하고 있죠. 이 인구주택총조사 2021년 버전의 인구부문 결과가 7월 말에 나왔습니다. 결과는? 2021년 대한민국 총인구는 5,173만 8,071명. 2020년 인구보다 9만 1,065명 줄었어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게 1948년인데, 정부 수립 이듬해에 실시한 첫 집계 이후 대한민국 인구가 2021년 처음으로 감소했습니다.
사망자보다 신생아가 적은 탓에 인구성장률도 2021년 처음으로 마이너스 수치를 기록했어요. 15세부터 64세까지를 묶어서 부르는 생산연령인구도 감소했고, 저출생의 영향으로 유소년(0~14세) 인구도 감소했죠. 유일하게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는 증가했습니다. 젊은 층은 줄어들고 노년층이 늘어나면서 생산연령인구 100명 당 부양해야 하는 노령인구, 즉 노년부양비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노년부양비는 2020년보다 1.3 늘어난 23.6을 기록했고요.
첫 인구 감소를 맞이한 대한민국.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수준인 걸까요? 아까 위에서 본 출산율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2021년 우리나라 출산율은 전 세계 국가들 가운데 밑에서 2등입니다. 그마저도 꼴찌는 0.745의 출산율을 기록한 홍콩인데,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우리나라가 최저인 거죠. 참고로 하위 TOP5를 보면 홍콩, 대한민국,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생바르텔레미, 싱가포르 등 도시국가들이 많아요. 출산율이 1명이 되지 않는 건 우리나라와 홍콩, 단 두 곳뿐이죠.
조금 더 범위를 좁혀서 이번엔 OECD 국가들 사이에서 우리나라가 어떤 수준인 건지 비교를 해봤습니다. 우선 인구 감소 시점입니다. 참고로 OECD 가입 이전에 이미 인구 정점에 다다랐던 국가들은 제외했어요. OECD 회원국중에 이미 인구 피크를 찍은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5개 국가입니다. 그리스가 가장 먼저 2004년에 인구 정점을 찍었죠. 2009년엔 일본과 포르투갈이, 2014년엔 이탈리아가, 그리고 2020년엔 우리나라가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38개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5번째로 빠릅니다.
문제는 앞으로인데,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는 게 문제입니다. 인구의 정점은 이미 지났고 저출생의 영향으로 빠르게 늙어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거든요. 위의 움직이는 그래프는 OECD 회원국들의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을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붉은색으로 표시된 게 바로 대한민국이죠. 65세 인구가 전체의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하는데, 우리나라는 1950년엔 2.7%로 가장 젊은 국가였어요. 38위라는 순위 보이죠? 하지만 미래엔 우리나라의 고령층의 비율이 엄청난 속도로 증가합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UN 예측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이후, 2029년엔 OECD 노령인구 비율 10위권에 도달하게 됩니다. 2045년엔 일본에 이어 2위에 등극하죠. 그리고 2046년부턴 OECD 회원국 중 가장 늙은 국가가 됩니다. 앞으로 30년 뒤, 2050년엔 우리나라 노령인구 비율은 전체의 39.4%. 예측대로라면 2050년의 대한민국 10명 중 4명은 65세 이상의 노령층이 될 거예요.
인구 감소, 앞으로 닥쳐올 상황은?
인구 감소에 각 국가들이 과민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인구가 국가 경제 성장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인구는 국가의 경제 규모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거든요. 인구가 곧 생산과 소비의 주체이기 때문에 경제와 인구는 떼려야 뗄 수 없죠. 저출생, 고령화로 인해 인구가 감소하게 되면, 일할 수 있는 젊은 층이 줄어들고 일을 할 수 없는 노년층이 늘어나면서 국가 경제에 투입되는 노동력 자체가 줄어듭니다. 결국 국가 전체의 노동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되면 국가 경제 성장은 둔화될 거고요. 이뿐만 아니라 인구 감소는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칩니다. 마부뉴스에서도 과거 레터를 통해 다뤄봤었는데 간단하게 정리해볼게요.
<정말 90년생부터는 국민연금 한 푼도 못 받을까?> 레터에서 다뤘던 것처럼 국민연금의 수입과 지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인구입니다. 연금을 얼마나 오랫동안 받을 건지는 노령층 인구에 달려 있고, 연금에 돈을 낼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생산가능인구에 달려있으니까요. 젊은 층이 줄어들고 노년층이 늘어나게 되면 국민연금 곳간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죠.
<수능이 없어질 수 있다고?> 레터에서는 교육 인구와 대입제도를 살펴봤었습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수능 응시생의 수도 줄어들고 있어요. 2022학년도 수능 지원자수는 50만 9,821명이었는데, 2040년에는 26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죠. 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 입학 정원보다 수능 응시자 수가 더 적어지고 있고, 지방 대학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올 겁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서 인구 감소를 겪은 선진국들은 경제 성장세를 회복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선진국들이 선택한 첫 번째 정책은 바로 고령화 대응이었습니다. 고령화 대응 정책의 핵심은 고령인구와 젊은 세대의 생산성 격차를 줄이는 겁니다. 고령층을 단순히 부양의 대상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그들의 노동력을 가능한 활용하자는 거죠.
국회예산정책처에서 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고령화 대응 정책이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봤는데, 2000년대 이전 시기에는 고령화 상황에서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약 0.5%p 하락하는 것으로 나왔어요. 하지만 고령화 대응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2000년 이후를 보면 그 하락세가 0.19~0.25%p로 줄어들죠.
인구 감소를 해소하는 또 다른 선택지, 바로 이민 정책입니다. 출산율을 단기간에 올리긴 어렵고, 올린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인구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대체출산율 수준 이상을 기대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젊은 연령대의 이주민으로 인구 감소를 해결해보려는 거죠.
이민자로 새로운 노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긍정적인 효과가 큰 건지, 부정적인 효과가 큰 건지는 연구들마다 다양합니다. 총인구수가 늘어나고, 경제적으로 활동적인 연령대에 집중된 이민자들이 결과적으로 부양비를 줄이는 데 기여한다는 긍정적 목소리도 있는 반면에, 국내 근로자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임금 상승률을 저하시키고 근로 조건을 악화하는 등 오히려 노동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또 이민자에 대한 인식 차이 때문에 추가적인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기도 하죠.
변하지 않으면 사라질지도 모른다
2006년 일본 총무성은 전 세계 최초로 일본이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고 발표했어요. 당시 65세 이상 인구는 2,640만 명, 전체 인구에서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20.7%였죠. 그로부터 10년 뒤, 2016년 일본의 성인 기저귀 판매량이 영유아 기저귀 판매량을 앞지르게 됩니다. 성인과 영유아 기저귀의 크로스가 발생한 거죠. 2017년 성인용 기저귀 판매액은 영유아용 기저귀의 1.3배에 달하는 881억 엔을 기록합니다. 지금 일본 기저귀 시장의 핵심은 성인용 기저귀죠. 어린 아기가 기저귀 광고에 나오는 대신 그 자리는 노령층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일본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그리고 중국도 곧 닥칠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중국 시장은 2025년이면 성인용 기저귀 판매량이 유아용 기저귀를 능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죠. 우리나라도 이미 잠재 시장 규모는 맞먹을 정도로 분석될 정도고요. 노령층의 경제 활동이 활발해질수록 성인용 기저귀 시장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미 우리나라의 인구 정점은 지나갔습니다. 앞으로 새로 태어나는 영유아는 더 줄어들지 모르고, 노령층은 더 늘어날 겁니다. 고령이 중심이 되는 사회,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전문가들은 이미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1명 밑으로 떨어진 이상, 대체출산율(2.1명)까지 올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우리나라는 인구 감소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는 거죠. 지난 정부도 기존의 출산율 중심의 인구 정책에서 투트랙 인구 정책으로 전환을 시도했어요. 떨어지고 있는 출생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한 방향의 정책 하나, 그리고 또 하나는 인구 감소 시대를 피할 수 없다면 충격이 덜하도록 대응하는 방향의 정책 둘, 이렇게 말이죠. 정책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인구가 끼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적지 않은 변화가 앞으로 우리 눈앞에 펼쳐지게 될 겁니다.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우리나라의 인구 상황을 데이터로 정리해봤어요. 이번 주에 독자 여러분에게 묻고 싶은 것은 이겁니다. 인구 감소, 저출생, 고령화 시대에 가장 중요한 정책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수도권 집약의 경쟁 사회를 해결해야 인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출생 지원을 더 늘려야 하는 걸까요? 다양한 의견이 있는 만큼 독자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어떤 정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아래 댓글을 통해 알려주세요! 오늘도 긴 글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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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김도연, 주해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