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전 일본 총리 피격 당시 울먹이며 관련 소식을 전했던 중국 기자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습니다. 펑황망과 왕이뉴스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 매체 펑파이의 일본 특파원 쩡잉이 지난 19일 지인들에게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습니다. 쩡잉은 일본 현지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 기자, 아베 피격 보도하며 울먹여…중국 네티즌들 맹비난
앞서 쩡잉은 지난 8일 아베 전 총리가 피격되자 일본에서 관련 소식을 전해졌습니다. 생방송으로 당시 상황과 일본 반응 등을 보도했는데, 도중에 울먹였습니다. 목소리는 떨렸고 긴 숨을 내쉬며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아베 전 총리는 더 많은 중국인이 일본을 관광할 수 있게 일본 문을 열었고 일본이 정치적, 군사적으로 미국에 덜 의존하도록 헌법을 개정하려 노력했다"며 아베 전 총리의 공적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이를 본 중국 네티즌들은 황당하다며 비난 공세를 폈습니다. 한 네티즌은 "일본은 난징대학살을 일으켜 중국인 수십만 명을 학살했고, 아베는 태평양전쟁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인물"이라고 지적했으며, 다른 네티즌은 "당신이 우는 걸 보고 당황했다. 당신의 눈물을 보고 14억 중국인은 분노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일본 기자도 울지 않는데 중국 기자가 왜 우느냐", "기자가 일본인이냐", "역사 공부 더 하라"는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쩡잉이 속한 매체에 대해 구독 중단 캠페인까지 벌였습니다. 쩡잉은 결국 SNS에 "프로답지 못했다"고 사과했습니다.
계속된 사이버 폭력에 "작별하고 싶다" 유서 남겨
사과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됐습니다. 쩡잉은 "어떤 테러도 용서될 수 없다. 나는 가치관을 확고히 하고 선량하고 바른 사람이 되겠다"고 SNS에 적었습니다. "생방송에서 괴로워한 것은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행동이 그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쩡잉의 이런 반응은 다시 중국 네티즌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습니다. "그럼 다른 중국인들은 모두 선량하고 바른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냐"는 반박이 이어졌습니다. 급기야 쩡잉의 SNS 계정이 금지됐습니다.
쩡잉은 19일 지인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아베 전 총리 피격 사건이 있은 지 11일이 지난 시점입니다. 쩡잉은 "32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적었습니다. "2018년부터 우울증에 시달렸는데, 올해 7월부터는 일상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해졌다. 여러분과 작별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아베 전 총리 피격 보도 이후 사이버 폭력으로 우울증이 심해졌다는 취지였습니다. 문자메시지를 받은 쩡잉의 지인은 곧바로 일본 경찰에 신고했고, 쩡잉은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극단적 선택 시도에도 중국 네티즌 반응 '싸늘'
쩡잉의 극단적인 시도에도 중국 네티즌들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그녀가 무사하기를 바란다", "사이버 폭력은 사라져야 한다"는 반응도 있지만, "역사를 모르고 조국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필요 없다", "자업자득"이라는 댓글이 많습니다. "그녀가 좋아하던 아베를 따라간 것인가", "아베도 그녀를 만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비아냥거리는 반응도, 심지어 관심과 동정심을 받으려는 "노이즈 마케팅 아니냐"는 글도 있습니다. 중국인들의 뿌리 깊은 반일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한 개인의 비극 앞에서도 국가주의가 아른거리는 모습입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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