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이 1등 공신이죠, 3천 석 대극장을 매일 꽉 채우는 이 작품 보실까요?
배경은 17세기 영국, 귀족들의 재미를 위해 얼굴이 기이하게 변형된 남자가 주인공인데, 빅토르 위고 소설이 원작, 연출·대본·작곡 모두 외국 창작진입니다.
꼭 외국 작품 같지만, 아닙니다.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입니다.
'창작 뮤지컬'은 한국 제작사가 만들어 저작권을 갖고 있는 뮤지컬을 뜻합니다.
외국 작품 판권을 사서 한국어로 공연하는 '라이선스 뮤지컬'과 대비되는 개념입니다.
마타 하리, 벤허, 프랑켄슈타인, 엑스칼리버, 도리안 그레이, 모두 창작 뮤지컬입니다.
라이선스 뮤지컬로 성장한 제작사들이 2010년대부터 해외 로열티 지불이 필요 없는 대형 창작 뮤지컬 제작에 나서면서 이런 작품들이 늘었습니다.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같은 외국인 창작진도 이런 뮤지컬들에 종종 참여합니다.
최근 외국인 감독에 한국 배우가 출연한 영화들이 나와 영화의 국적이 화두가 됐는데, 뮤지컬에서는 한국 제작사들이 외국인 연출가, 작곡가를 기용해 만든 창작 뮤지컬이 10여 년 전부터 나왔습니다.
최근 폴란드의 유명 예술축제에서 한국의 창작 뮤지컬팀이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지난해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을 받은 마리 퀴리인데요, 이 뮤지컬이 바로 마리 퀴리의 고국 폴란드에서 갈채를 받았다니, 흥미롭죠?
이뿐 아니라 고흐, 베토벤, 니진스키, 프리다 등 외국 예술가들의 삶은 소극장 창작 뮤지컬의 단골 소재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해집니다.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인데 왜 자꾸 외국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요?
화려한 무대와 의상, 이국적 분위기의 라이선스 뮤지컬이 인기를 끌다 보니 창작 뮤지컬도 이와 비슷한 느낌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춤과 노래, 판타지적 요소가 많은 뮤지컬 장르의 특성도 작용합니다.
[박병성/뮤지컬 평론가 : (뮤지컬이) 연극이나 영화처럼 사실적으로 디테일하게 가기가 좀 어려운 장르이다 보니까, 작가들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용이하게 외국 배경을 하는….]
그래서 예술가의 극적인 삶을 끌어오거나, 19세기 영국의 여성 작가, 남미에서 독재자 대역을 하던 배우 등 가상의 외국 인물도 만들어냅니다.
좋은 작품들이 많고 해외에 수출되기도 하지만, 특정 유형 작품이 인기를 끌면 비슷한 분위기의 뮤지컬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 것은 문제입니다.
한국 이야기를 하는 창작 뮤지컬들도 있습니다.
서울 변두리 소시민의 삶을 따뜻하게 그려내 2005년 초연 이후 지금도 공연되는 '빨래'가 대표적이죠.
'빨래'는 중국과 일본에 수출되기도 했는데, 화려하지 않아도 생활과 밀착된 이야기에 공감하는 관객이 많다는 것입니다.
창작 뮤지컬은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이때도 한국적 소재가 훨씬 유리합니다.
올해 뮤지컬 시장은 코로나 이전 상태 회복을 넘어 사상 최대 매출 전망까지 나오는데요, 시장이 커지고 관객이 늘어난 만큼 뮤지컬이 더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기를 바랍니다.
지금 이곳, 우리 이야기를 하는 작품을 기다리는 이유입니다.
(기획 : 조지현,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박진호·박현철, 영상편집 : 김준희, CG : 김정은, 영상제공 : 씨에이치수박, 장소제공 : KOTE, VJ : 오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