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모니터와 빈 종이 사진이 관심을 끌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 기간에 촬영된 사진인데, 사진만 놓고 봐서는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던 중이었는지 모호하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28일 오전 참모회의 후 나토정상회의 준비 중"인 모습이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바야흐로 국제 정세의 판이 새로 짜이고 있는 와중이다. 나토정상회의에 임하는 대통령의 기조는 무엇이었을까. 질문이 이어지는 상황에선 사소한 것들도 단서가 될 수 있다. 눈 밝은 네티즌들은 두 손가락으로 사진을 키웠다.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사진 속 모니터와 종이가 확대됐다. 휑했다.
대통령실은 논란이 인 후 "사진 속의 빈 모니터 화면은 현지에서 대통령이 국무회의 안건을 결재한 직후 화면이 사라진 상태를 찍은 것이다. 해당 사진과 관련해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보안상의 이유로 안건 결재 직후 화면을 일부러 내보냈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은 어떨까. 대통령이 국무회의 안건을 결재한 것은 정말 '보안사항'인가.
대통령이 순방 중 전자 결재를 하는 일은 그간에도 왕왕 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3월 아랍에미리트 순방 도중 전자 결재를 한 바 있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개헌안의 국회 송부와 공고를 결재했는데, 당시에는 개헌 문제가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나토정상회의 전후로는 나토 참석의 의미가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다시 돌아가 보자.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나토정상회의 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국무회의 안건 결재하는 것이 나토정상회의 준비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기도 어렵다. 다만 물음표를 지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다. 대통령실의 당초 설명에 부합하는 메시지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서다. 설정샷에 설정이 없었다는 얘기다.
이번처럼 보일 것으로 기대한 것은 안 보였고, 안 보일 것으로 예상한 것은 보이는 경우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 10일 대통령실 접견실에서 일본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으로부터 기시다 총리의 취임 축하 친서를 전달받는 장면이다.
양측은 이렇게 기시다 총리 친서 일부를 카메라 앞에 공개했다. 이례적인 연출이었다. 적어도 이 친서 일부는 보안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이 가능하겠다. 정상(급)의 친서가 공개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한미정책협의대표단을 통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했을 때 장면만 떠올려봐도 그렇다. 통상적으로는 친서를 담은 봉투를 들고 촬영하는 정도가 예상 가능한 결과물이다. 보여주고 보여주지 않는 것, 그것은 결국은 설정의 영역이고, 정치적 판단의 결과물이다.
결국, 대통령의 사진은 어차피 설정샷의 영역이다. 또 그래야 한다. 수용자의 호불호는 갈리겠으나 그렇게 하는 것이 대통령과 참모들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설정에 보다 충실했으면 한다. 메시지가 없는 설정샷은 때로는 난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