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 생태계를 연구하는 공공기관인 극지연구소가 과학 저널에 논문을 올렸다가 갑자기 철회한 것으로 저희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물범을 연구하면서 실제로 관찰하지 않은 출산 장면까지 마치 본 것처럼 논문을 썼다는 것입니다.
정준호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둥근 얼굴에 크고 검은 눈, 온몸에 반점이 있는 웨델 물범.
주로 남극 대륙 연안에 서식합니다.
해양수산부 산하기관인 극지연구소는 기후 변화를 추적하기 위해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주변에 서식하는 물범을 꾸준히 관찰해왔습니다.
연구진은 지난해 8월 유력 과학 출판사인 스프링거사의 저널 '극지 생물학' 온라인에 물범 쌍둥이 관찰 일지를 논문으로 냈습니다.
연구진은 물범 번식 기간인 2019년 8월부터 12월까지 매일 관찰했고, 11월 9일에는 5분 만에 2마리가 태어났다며 출산 상황까지 구체적으로 적었습니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물범 쌍둥이의 출산부터 사망까지 12일간의 기록이 담긴 것입니다.
논문의 교신저자는 국내에서 펭귄 연구자로 유명한 A 씨입니다.
그런데 지난 1월 저자들이 갑자기 논문을 철회했습니다.
남극 연구진들이 출산 장면을 아예 본 적이 없고, 물범 출생 시기에만 거의 매일 관찰했을 뿐 대부분 일주일 단위로 지켜봤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는 것입니다.
관찰 일지를 기반으로 논문을 작성한 국내 연구진은 자료를 과도하게 해석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교신저자 A 씨 : (관찰자들이) 갓출산한 쌍둥이를 보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해주셨는데 그래서 저희는 그게 출산 과정을 봤다고 오해를 했던 거였고요. 제가 확인을 했었어야 되는 게 맞고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지금 책임을 느끼고 있고….]
극지연구소 측은 논문이 공식 철회된 지 3개월 만인 지난 4월에야 이 사실을 확인했고, 현재 조사위를 꾸려 진상 파악에 나섰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전경배, 영상편집 : 김경연, VJ : 박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