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경북 경산에서 입소문을 타고 사진 명소가 된 곳이 있습니다.
이맘때쯤 주홍빛 꽃을 피우는 나무가 아름다운 풍경을 뽐냈는데 올해는 보기 힘들게 됐습니다.
능소화가 작은 집 앞에 아름답게 뻗어 있습니다.
이곳은 경북 경산시 자인면 흔히 경산 능소화, 자인 능소화라 불립니다.
사진사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져 촬영 장소로 유명해지자 이 집 가족은 집 앞 능소화 풍경을 시민들에게 기꺼이 내어 줬습니다.
이후 SNS를 통해 알려지며 경산의 명소가 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A 씨/'경산 능소화 집' 가족 : 이제 자리 비운 사이에 그렇게 된 거죠. 동생이 전화가 왔더라고요. 밤에 이게 잘렸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어요.]
한 번에 자르지 못했는지 여러 차례 내려친 자국.
회생조차 어렵게 하려던 건지 가지가 아닌 뿌리 근처 밑동을 노렸습니다.
[A 씨/'경산 능소화 집' 가족 : 제일 밑에 한 20cm 정도 남기고 잘렸어요. 잘라 가지고 생명을 죽여났다는 게 되게 좀 그렇죠. 만약에 살아있다고 쳐도 거기 그 20cm 남은 데서 이파리가 좀 나고 한참 더 자라야 꽃이 피는 거고 (이파리가) 안 나오면 죽었다고 봐야 되고요. 가족들은 범인을 찾기 위해 현수막까지 내걸었지만 범인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A 씨/'경산 능소화 집' 가족 : 잘렸다는 게 엄마가 충격받을까 봐 (처음엔) 숨겼어요. 50년을 어떻게 세월을 다시 돌려.. 그 시간을 어떻게 돈 주고 사겠어요 (그게) 제일 마음 아파요. 집 자체도 굉장히 오래됐어요. 최소한 60년 대략 그 정도 된 집이에요. 그때 있던 능소화인데 여기 앞에 도로가 나면서 저의 집 전면이 20평 이상 잘려 나갔어요. (그런데) 엄마가 능소화가 집을 (예쁘게) 가려줄 거라고 생각을 하셨대요. 그래서 그 (집) 앞에다가 (옮겨) 심어놓으신 거예요.]
[허정호/사진가 : 2년 전부터 계속 찍었는데 이번에도 가서 근황을 올려보자 그랬는데 (그런데) 완전히 나무가 죽어있는 거죠. 그래서 이거는 예쁘지 않아도 알려야 되지 않겠나 싶어서 찍어서 (sns에) 올렸거든요.]
[B 씨/경산시민 : 보면서 굉장히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사진도 되게 잘 나오고 그래 가지고 '아 여기 좋네' 그랬는데 좀 아쉽고 안타깝고 그렇습니다.]
능소화 집 가족은 함께 안타까워한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남겼습니다.
[A 씨/'경산 능소화 집' 가족 : 지역 분들이 그러세요. 내 일 아닌데도 너무 속상하다고 우리보다 와가지고 사진 찍고 좋아하셨던 분들이 더 많이 마음 아파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죄송하죠 우리는 또 (능소화를) 제대로 잘 못 지켜서. 같이 걱정해주고 안타까워해 주시니까 기억이라도 해주니까 그것만 해도 감사해요 함께 마음 아파해 주시는 것만 해도 힘이 되죠.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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