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선 경기 도중 여성들에게 "비켜!"…용선 탄 여성엔 "불결하다"
논란은 용선 경주에서 불거졌습니다. 이번 단오 연휴 기간에 중국 남부 광둥성 포산(佛山)시에서도 다른 지역에서처럼 용선 경주가 열렸습니다. 용선이 다리 밑을 지나려고 할 때, 용선에 타고 있던 남성들이 다리 위에서 경주를 지켜보던 여성들에게 고함을 쳤습니다. "여자들은 비켜!", "여자들은 흩어져!"라고 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역시 포산시에서 한 여성이 용선을 타고 동영상을 찍어 SNS에 올렸다가 현지 네티즌들에게 집단 공격을 당했습니다. '당신은 불결해서 용선을 탈 수 없다', '여자는 용선에 탈 수 없으니 현지 풍습과 문화를 존중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협박성 글도 있었습니다. 광둥성의 한 네티즌은 이 여성에게 '형사 책임을 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 지역의 배는 이미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당신은 우리 광둥의 전통 문화를 망쳤다. 여자는 용선을 만져서도 안 된다. 당신의 행위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댓글을 남겼습니다. 이 여성은 해당 동영상을 삭제해야 했습니다.
포산시 당국 "현지 관습일 뿐 성차별 아냐"
논란이 커지자 현지 당국이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먼저, 용선 경주 도중 여성들에게 고함을 친 것을 놓고는, 다른 배에 신주를 모신 사당, 즉 신묘(神廟)가 실려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현지 전통 관습에 따르면 여성들이 신령(神靈)과 부딪히면 화를 부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때문에 현지 여성들은 자신과 가족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해 스스로 신묘를 피한다고 했습니다. 여성들을 위해 "비켜라", "흩어져라" 외친 것이지 성차별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여성이 용선을 타지 못하도록 한 것 역시 현지 관습의 하나라는 입장입니다. 포산시 용선협회는 "용선에는 전통 용선과 표준 용선이 있는데, 표준 용선은 남녀 제한 없어 누구나 탈 수 있지만 전통 용선의 경우 관습상 여성은 탈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전통 용선은 마을 주민들이 돈을 모아 함께 만든 것으로 재료는 목재"라며 "여성 관광객들이 주인의 허락 없이 전통 용선에 오르지 못하도록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여성 우주선 태우는 시대에 용선은 못 태우나"
하지만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대다수의 중국 네티즌들은 성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왜 여성이 신령과 부딪힌다고 믿느냐', '전통 사회의 뿌리 깊은 여성 경시 사상 아니냐', '지역 관습을 왜곡해 여성을 차별하지 말라', '용선 경주는 중국의 대표적인 문화로 자리 잡았는데 낡은 관습은 없애야 한다', '21세기에 아직도 이런 풍습이 남아 있나'라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중국 매체들까지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관영 중국일보는 "이른바 '전통 민속'이란 외투를 입은 남존여비의 봉건 찌꺼기를 이어받은 것은 전통 민속과 현대 문명에 대한 이중 모욕"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습니다. "남자를 중시하고 여자를 경시하는 사상은 중국 사회에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여자는 식탁에서 밥을 먹지 못하고 반드시 아들을 낳아야 하며 딸은 가산을 상속받지 못한다는 뉴스가 아직도 충격을 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여성 우주인들이 신의 배인 선저우(神舟·중국 유인우주선 이름)에 오르는 시대에 여성이 용의 배(용선)에는 못 오르냐'는 네티즌의 댓글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일보는 이어 "흔히들 일본·한국과 비교해 중국이 세계에서 남녀가 가장 평등한 나라이며 중국 남성들이야말로 권위 회복이 필요한 것처럼 말하지만,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남성 중심 사회의 봉건 잔재가 수십 년 만에 바뀔 수는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톈무뉴스는 "아무리 현지 관습이라도 일반 대중에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했고, 지무뉴스 역시 "전통을 계승하되 본질만 남기고 찌꺼지는 버려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중국 단오의 한 지역 풍습이 남녀 평등에 대한 작은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입니다.
(사진 출처=바이두·웨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