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먹튀' 코인 채굴업체 직원 "유튜버만 떼돈"

에슬롯 내부자가 증언한 사기 수법

[취재파일] '먹튀' 코인 채굴업체 직원 "유튜버만 떼돈"
최근 가상화폐 채굴업체 '에슬롯(TG CLOUD)'이 갑자기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수천 명의 투자자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대다수 투자자의 원리금 상환일을 앞두고 갑자기 사무실 문을 닫고 입출금을 중단시킨 겁니다. 일부 피해자들이 스스로 모임을 만들어 조사한 결과 3천여 명이 400억 원 넘는 피해를 당한 걸로 집계됐습니다. 회원 규모가 4만여 명으로 추정돼 실제 피해 규모는 수천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입니다.
 

"돈 되는 것 보고 투자 늘렸다가 낭패…대대적인 광고에 속았다"

피해자들은 해외에 있는 비트코인 채굴기를 임대하거나 구입하면 한 달 약 50% 수준의 수익을 보장하겠다는 말에 속아 최대 수억 원까지 투자했습니다. 처음에는 소액을 투자했다가 매일 수익금이 불어나는 데다 실제로 출금이 되는 것을 보고 점차 투자금을 늘려간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들은 유튜브나 버스, 지하철에 대대적인 광고를 한 업체라 의심하기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러시아나 카자흐스탄의 채굴장이라며 공개한 영상 속에 회사 로고와 회원들의 일련번호가 적혀 있어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에슬롯이 카자흐스탄 채굴장이라며 공개한 영상 속 한 장면
[30대 피해자]
"개그맨 유튜브를 보다가 광고를 봤어요. 인지도가 있는 유튜버가 이걸 광고했다? 그러면 믿을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출금한 인증 내역이 있다 보니까 100만 원을 넣었다가 1,800만 원을 구매하고 그렇게 반복이 됐어요. 총 1억 원 정도 들어갔습니다. 빚만 7,000만 원 정도 됩니다."
 
[피해자 모임 방장]
"업체 측이 VIP 고객들을 위해 9월 신라호텔 식사까지 예약한 걸 보고 그때까지 수익이 들어올 것처럼 안심하게 만들었습니다." "3억 투자해서 오늘 죽으러 갑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 3명이 가서 만나기도 했습니다. 청각장애인분들도 몇백 명이 손해를 봤습니다." "유튜버한테 공개 사과 방송이라도 하라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우리가 봤던 영상들은 다 삭제하고 계속 활동을 하더라고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이번 사태가 터지기 두 달 전까지 에슬롯 강남 사무실에서 근무했던 전직 직원을 만나 물었습니다.
 

수익 인증에 채굴장 영상통화까지…투자 부추긴 유튜버들

한 유튜버가 공개한 채굴장 직원과 영상통화하는 모습

에슬롯 전직 직원 A 씨는 투자금을 끌어 모으는 데 유튜버 광고의 효과가 컸다고 말합니다. 수만, 수십 만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유튜버들이 '18개 나라에 대형 광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업체를 홍보하고 실제 수익을 인증하거나, 러시아에 있는 채굴장 직원과 영상통화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는 것입니다.

유튜버가 수익 인증하는 모습
[개그 유튜버]
"채굴기 종류가 여러 개 나오는데요. 지금 보이는 건 300만 원을 투자해서 하루에 5만 4,000원의 이익을 얻어내는 겁니다. 90일 동안 쌓여서 486만 원의 순수익금을 얻어내는 채굴기고요." "계속 올라가는 것 보이시죠, 지금 이렇게 번 거고. 제 일주일간의 수익은 25만 2,000원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제가 고정 댓글에 링크를 달아놓도록 하겠습니다. 거기에 들어가셔서."

A 씨는 홍보 영상을 올린 유튜버들이 영상 한 편당 300만 원에서 3,000만 원가량의 광고비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유튜버들이 홍보 대가로 받은 돈은 광고비 외에도 더 있습니다. 바로 자신이 내건 링크를 통해 가입한 시청자가 채굴기를 구매할 때마다 받는 커미션(중개료)입니다. 에슬롯은 직접 추천한 사람이 투자하면 5%, 이후 5단계에 거쳐 최대 15%의 수익을 나눠주는 다단계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A 씨는 이런 커미션만으로도 수천만 원의 수익을 본 유튜버가 있다고 했습니다.

에슬롯 커미션 소개 자료
[A 씨 | 에슬롯 전 직원]
"에슬롯미 시스템 자체가 커미션 구조예요, 어떻게 보면 피라미드 다단계죠. 내가 사람을 초대했을 때 상위 아이디로 돈이 올라가요." "유튜버들은 본인 채널에다가 링크를 달아놔요. 팬이 그걸 클릭해서 가입을 하게 되면 커미션이 나가요. 5%, 다음에 3%, 그다음에 1% 이렇게." "모든 유튜버들이 평균 5,000만 원은 받아요. 제일 못 받은 사람이 5,000만  원이에요. 광고비 따로 커미션비 따로 사이드 머니 또 따로."

그러나 유튜버들이 제대로 알아보고 홍보에 나섰는지는 의문이 듭니다. 지나치게 수익률이 높아 언제 탈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투자 상품을 구독자들에게 소개한 책임은 없는 걸까요?
 
[A 씨 | 에슬롯 전 직원]
(유튜버들이 회사 신뢰성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은 하지 않았나요?)
"검증하는 거는 없습니다. 모든 유튜버들은 돈 얼마 주세요. 그게 끝입니다."

유튜버 중 상당수는 문제가 된 홍보 영상만 삭제한 뒤 기존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수십만 명이 구독하는 한 유튜버에게 어찌 된 일인지 물었는데 자신도 피해를 봤다고 했습니다. 해당 유튜버가 소속된 MCN 측에서는 "비독점 계약 관계라 광고 관련해서 관여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업체 홍보 유튜버]
"저도 사실 피해자입니다. 3,000만 원이 묶였습니다. 에슬롯이 거짓말로 영업을 한 거라 고발할지 고민 중입니다." "제안을 받은 뒤 직접 입금해서 수익이 나는 걸 보고 광고를 진행했습니다. 의심을 가져본 적은 없습니다."

(수천만 원의 커미션 수익이 발생했나요?) "계산해봐야 하는데 한 달에 그 정도까지 나오는 건 절대 아닙니다."
 

대표 행방도, 국제 조직의 실체도 오리무중

에슬롯은 국내에서만 활동한 것이 아닙니다. 업체 홍보 자료에 따르면, 에슬롯은 시애틀과 스웨덴, 홍콩, 러시아, 한국, 베트남에 지사를 설립하고, 18개 나라에 디지털 광산을 가지고 있다고 내세웠습니다. 회사 로고가 적힌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채굴장 내부 모습을 고려하면, '먹튀'를 위해 국제적인 규모의 작업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에슬롯 소개 자료
[A 씨 | 에슬롯 전 직원]
(영상에 나온 채굴장들은 뭐였을까요?)
"저도 좀 알아보니까 그냥 대리 채굴 임대를 한 것 같아요. 사진 몇 컷만 좀 찍겠습니다 하고 돈을 얼마 주고… 채굴장 사장한테 나 플래카드 하나만 걸어 놓고 사진 하나 찍을 테니까 돈 조금 줄게 그렇게 하는 것 같습니다."

6개 나라에 지사를 두고 18개 나라에 디지털 광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업체 측 설명을 그대로 믿긴 어렵습니다. 다만, 한국과 베트남에 사무실을 두고 대대적인 광고와 함께 투자자를 모집한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A 씨에 따르면 한국과 베트남 지사를 총괄한 것은 홍콩에 있다는 중국계 인물들이었습니다.
 
[A 씨 | 에슬롯 전 직원]
"조직도를 보면 홍콩에 설립되고 나서 베트남과 한국 지사를 열었습니다. 베트남과 한국에서 이야기할 때는 홍콩이 본사입니다. 홍콩의 정 실장이란 사람이 에슬롯을 좌지우지하면서 모든 지시를 내렸습니다." "한국 에슬롯 대표가 친분이 있던 홍콩 대표에게 이야기를 해서 한국 지사를 설립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평소 중국말로 통화하더라고요."

추가 확인을 위해 업체 측에 연락을 시도하고 사무실에 찾아갔지만 연락은 닿지 않았습니다. 전국 곳곳의 피해자들이 고소장을 내면서 경찰 수사가 막 시작됐는데, 수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한 국제 조직의 실체가 규명되길 기대해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