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출 계약 맺어" 호재 기사 믿고서 투자했다가…

<앵커>

곧 상장할 기업에 투자하라고 속인 뒤에 돈만 받고 잠적한 일당을 현재 경찰이 쫓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일부 매체에 실제로 기사가 실리기도 해서 상장될 것이라는 말을 믿었다고 합니다.

신용식 기자가 단독 취재한 내용 보시고, 이야기 더 이어가겠습니다.

<기자>

지난 2월, 30대 A 씨는 상장 예정 기업 투자 컨설팅업체 팀장이라는 B 씨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고수익이 보장된다며 베노디글로벌이라는 회사의 비상장 주식을 사라고 권유했습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는데, B 씨는 기사를 확인해보라고 했습니다.

[B 씨/당시 통화 녹취 : 한 번 검색을 해보시고 제가 기사를 한두 개 정도 보내드릴게요. 심사 감사 보고서 제출하게 되면 5, 6월에도 (상장) 가능하다고 이야기하시거든요.]

경제전문매체들이 작성한 기사에는 베노디글로벌이 북미 시장에 전기모터 5만 개 수출 계약을 맺었다, 평택에 5천 평 규모의 공장을 증설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A 씨/피해자 : 기사를 쓸 때 기자분들이 사실 확인을 했을 거고 취재했을 것이기 때문에 내용이 거짓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 회사가 6월에 상장된다는 말에 A 씨는 몇 달 뒤 결혼을 위해 모은 자금까지 몽땅 털어 7천만 원을 투자했습니다.

상장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B 씨도, 베노디글로벌 회사와도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상장 예정 기업 전문 컨설팅회사라는 곳과 베노디글로벌의 대표는 이 모 씨로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A 씨/피해자 : 전셋집을 마련하는 결혼 자금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되는 바람에 한순간에 그 꿈이 지금 무너지게 되었고 너무나도 지금 힘든 상황이고….]

피해를 호소하며 오픈채팅방에 모인 사람이 100여 명에 달합니다.

[C 씨/피해자 : (피해 금액이) 한 5천만 원 정도 돼요. 여윳돈 1천만 원 하고 나머지는 전부 다 카드 대출 그다음에 보험에서 대출받고요.]

베노디글로벌 사무실을 찾아가 봤습니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회사 대표 이 모 씨도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 : 3월 말까지 있었고요. 4월 1일 전출 신고를 하셨어요. 입주한 건 2월 1일이고.]

피해자들의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B 씨와 대표 이 모 씨 등을 입건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김민호/변호사 : 지금 입출국도 자유로운 시점이고 주요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 주범을 신속히 이제 긴급 체포하거나 사전영장을 통해서 신변을 확보해서….]

(영상취재 : 최준식, 영상편집 : 전민규, VJ : 김종갑·이준영·노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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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사회부 신용식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사기에 이용된 '기사', 어떻게 작성된 것일까?

[신용식 기자 : 제가 피해자 7명을 만나봤는데, 모두 베노디글로벌의 호재를 다룬 기사를 보고 투자를 결심했다고 저한테 말을 했고요, 그래서 제가 직접 기사를 쓴 사람들에게 어떻게 쓴 기사인지 확인을 해봤더니 일반적인 기사 작성하고는 조금 달랐습니다. 경제전문 케이블 매체의 한 사람은 처음에 자신이 기자가 아니라 마케팅 직원이라고 했다가, 제가 어떻게 기사를 썼냐고 물었더니 자신은 인턴기자로도 활동을 했다고 했고요, 그래서 선배 기자가 준 보도자료를 보고 기사를 작성했지, 별도의 사실 확인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경제지의 기자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기사의 사실 확인을 했다고 답을 했는데, 제가 그 방법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라면서 해당 기사를 내리겠다고 하고 실제로 곧 기사는 삭제가 됐습니다.]

Q. 피해 막으려면?

[신용식 기자 :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이렇게 확인을 거치지 않는 기업 홍보성 기사가 없어져야겠죠. 만약 잘 모르는 회사인데 투자 권유와 함께 기사 링크를 보내준다면 기사를 좀 뜯어보셔야겠습니다. 이번 사례를 보면 기사 내용이 맞는지 검증할 길이 없었다는 것인데요. 북미 시장에 수출 계약을 했다는데 그 상대 회사가 어디인지, 국내 업체에 모터를 납품하기로 했는데 그 국내 업체가 어디인지도 나와 있지 않습니다. 이처럼 모호하고 장밋빛 계획만 나열해둔 기사는 조심하셔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