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해 9월 27일부터 11일 동안 감사총괄담당관 등 24명을 투입해 2018년 이후 서울대 교원 인사와 입시 관리 등에 대한 종합감사를 벌였습니다. 서울대 종합감사는 지난 2011년 법인화 이후 처음입니다.
그런데 서울대에 통보된 감사 결과가 이례적입니다. 무려 교수 100여 명에게 경고, 300여 명에게 주의 처분을 하라고 한 것입니다. 이들이 연구년이나 해외 파견을 다녀온 뒤 보고서를 제대로 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8년 12월 만들어진 <서울대 전임교원 연구년 운영 규정> 8조에 따르면, 연구년에 선정된 교수는 연구년 기간 종료 후 6개월 이내에 연구년활동보고서를 대학 측에 제출해야 합니다. 이런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교육부 판단입니다.
급기야 서울대 구성원 사이에서는 무더기 통보를 놓고 책임 공방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서울대교수협의회와 교수노조는 "연구년 및 해외 파견 보고서 미제출로 경고 137명, 주의 307명의 처분 통보를 받았다"며 "교수의 과실인지 대학 직원의 안내 부실에 따른 것인지 시시비비를 밝힐 수 있는 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서울대 측에 요구했습니다. 반면, 직원들로 구성된 서울대노조 측은 "교수의 명예만 지키려는 집단 이기주의식 주장"이라고 거세게 반발하며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과실의 시시비비를 밝히자는 터무니없는 주장에 대해 공식 사과하라"고 밝혔습니다.
교수들이 반발하는 이유를 살펴보니, 예정된 처분 대상과 수위가 정당했는지, 관련 절차를 제대로 따른 것인지 의심된다고 했습니다. 서울대 측이 감사 결과를 충분한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이의 제기 기간이 짧아 소명 자료를 준비하기도 어렵다는 것입니다. 교육부 감사 결과 그대로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면, 정부로부터 독립된 법인인 서울대의 자율성이 침해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교수들은 무엇보다 단순 경고나 주의 처분이 정식 징계는 아니지만, 외부 활동에 제약이 생기거나 인사상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서울대교수협의회 소속 한 교수는 "정해진 기간에 보고서를 제대로 냈는데도 접수가 늦어져 징계 통보를 받은 억울한 교수들이 많다"며 "교수 개개인에게 바로 불이익을 주기보다 기관경고를 해 낙후된 행정 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충분한 이의 제기 기간과 합리적인 재심 절차를 보장하라는 것이 교수들의 요구입니다.
그러나 규정상 스스로 지켜야 할 보고서 제출 의무를 어긴 데 대한 교수들의 반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 서울대 직원은 "명확한 규정이 있는데도 직원 탓을 하며 책임을 미루는 게 교수들이 보일 행태냐"고 꼬집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서울대는 법인화 이후에도 정부 출연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교육부가 교수들의 보고서 미제출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대 측은 "재심의 신청에 대한 교육부 심의를 기다리고 있어 처분 내용은 미확정"이라며 징계 수위 기준은 교육부 감사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감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의제기 기간과 재심 절차를 제공했다"며 "지적 사항이 재발하지 않도록 행정 시스템 개선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