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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인사이트] 전염병 공포와 맞서는 법 알려준 파우치…그의 팬데믹 전망은?

[단독] 코로나 묶는 중국, 푸는 한국...백악관 방역 사령탑, 파우치 박사의 경고
 

적까지 친구로 만들었던 파우치…미국 감염병 대응의 산증인

앤서니 파우치 백악관 수석의료보좌관은 코로나 시대 방역 슈퍼스타라는 데 미국에서 큰 이견이 없습니다. 트럼프 시대를 거치면서 그를 극도로 증오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지만, 파우치는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과학에 근거한 방역 조언을 끊임없이 내놓으면서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의 발언은 지금도 한 마디 한 마디 주요 외신에서도 대서특필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 보건 전문가들은 방송에 나올 때 파우치 박사가 한 발언의 뜻을 해석해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코로나로 락다운에 걸렸을 때는 방역에 있어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능가했었습니다. (결국 이 때문에 트럼프의 질투로 공격을 받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그가 만약 트위터를 했었다면 아마 팔로어가 순식간에 수천만 명은 됐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파우치 박사는 한국에는 코로나 사태로 많이 알려졌지만, 그의 활약은 1980년대 미국의 AIDS, HIV 유행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AIDS에 대한 공포감으로 동성애자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독버섯처럼 퍼져나가던 시절, 젊은 나이로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를 이끌고 있던 파우치 박사는 AIDS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깨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었습니다. AIDS 환자와 일상적인 접촉으로는 감염되지 않는다는, 지금 보면 지극히 당연한 상식을 그는 수많은 방송에 출연해 미국인들에게 설명했습니다. 그의 1980년대 AIDS 강연 영상이 유튜브에 꽤 있는데, 지금 들어봐도 정말 쉽고 간단하게 이 전염병의 실체에 대해서 설명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가 당시 AIDS 연구에 뛰어든 것은 경력에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워낙 미지의 신종 감염병이어서 그가 제출한 AIDS 관련 첫 연구 보고서는 학술지에서 너무 과민 반응하는 내용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을 정도였습니다. 그는 그때부터 행정, 연구, 치료를 모두 저글링 하듯 병행하는 엄청난 일 중독자였습니다. (그는 그때부터 매일 달리기를 하면서 체력 관리를 해왔습니다. 요즘도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부인과 매일 파워 워킹을 하고 있습니다.)

"AIDS가 일상적인 접촉으로 전염된다는 어떠한 과학적인 증거도 없습니다" 파우치 박사의 발언

하지만 파우치 박사는 AIDS 인권단체의 주요 공격 표적이었습니다. AIDS 환자들은 면역력이 떨어져 여러 질병으로 후유증을 앓다가 처참하게 숨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치명률이 워낙 높아 AIDS에 걸리면 죽는다는 공포가 미전역을 휘감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한 해 수 만 명씩 숨지는 사람이 나오는데도 미국 정부가 치료제 개발에 미온적이라는 것이 인권단체들의 불만이었습니다. 유명한 AIDS 인권운동가 래리 크레이머는 파우치 박사에 대해 '멍청한 살인자'라는 극언을 담은 공개 편지를 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파우치는 자신에게 적대적인 인권단체들과도 대화를 계속 이어갔습니다. 기관장인 그가 직접 인권단체들과 계속 만나고 그들의 의견을 들었고, 치료제 임상시험 설계 과정에도 인권단체들의 의견을 일부 수용했습니다. 1990년에는 인권단체 회원들이 메릴랜드에 있는 국립보건원(NIH) 건물을 점거하려고 시도했는데, 건물을 기어 올라갔다가 체포된 활동가를 파우치 박사가 보고 뛰어나와 '이 사람 다치지 않게 해달라'고 경찰에게 부탁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그는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들으려고 굉장히 노력했습니다. 극단적인 비난을 했던 크레이머는 파우치와 절친이 됐고, 사망하기 전까지 그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습니다. AIDS 인권단체들은 지금도 파우치를 은인처럼 기억하고 있습니다. 파우치가 금과옥조처럼 생각한다는 문장은 영화 대부에 나오는 대사. 'It's not personal. It's strictly buiness(사적인 감정은 없고 비즈니스일 뿐이다).' 그는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들도 사적인 감정으로 대하지 않았고, 철저하게 실용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대화를 진전시켜왔습니다.

에이즈 인권단체들로부터 공격받았던 파우치 박사

파우치 박사는 전염병 공포를 어떻게 다루는지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6년 에볼라바이러스 환자인 니나 팜의 퇴원식 장면이었습니다. 그는 간호사였던 에볼라 감염 환자를 직접 치료해 퇴원식까지 열어줬는데, 극도의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던 에볼라로부터 환자가 해방됐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퇴원식에서 그녀를 와락 안아줬습니다. 에볼라에 걸렸다가 나은 사람에게는 이렇게 해도 괜찮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쇼맨십이었습니다. 코로나 백신이 처음 나왔을 때도 그는 대중 앞에서 공개적으로 백신을 접종했습니다. 만약 파우치가 코로나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미국에서 코로나 접종률은 지금보다 현저하게 떨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파우치는 1984년부터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을 역임하고 있는데, 사실 임기도 없이 자신이 은퇴를 선언할 때까지 일을 하는 미국 전문가 제도의 장점을 가장 잘 보여준 경우입니다. (물론 이런 종신 시스템에 대한 비판도 많습니다.) 공무원들이 자신의 임기 안에 일을 피하기 위해 복지부동한다는 비판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파우치는 감염병은 무엇이든, 언제 하더라도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오래 일하고 싶어서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의 상급 기관인 국립보건원(NIH) 원장 자리를 여러 차례 고사한 바 있습니다. 파우치 박사는 자신의 정체성을 'public servant'(사심 없는 공무원)라고 자주 표현해왔습니다. 올해 81세인 그는 미국 감염병 대응의 산증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가 만약 돈에 관심이 있었다면, 적당한 시기에 은퇴해서 제약회사에 갔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트럼프 면전에서 'No'라고 말하던 파우치…과학의 목소리가 되다

이런 파우치 박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만나면서 인생의 행보가 다소 드라마틱해졌습니다. 물론 감염병 전문가로서 역할의 큰 차이는 없지만, 그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트럼프가 만들어놓은 정치의 링 한복판에 발을 내딛게 됐습니다. 지난 2020년 3월 13일, 미국이 코로나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락다운 상태로 들어갔습니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락다운을 한 번도 해보지는 않았지만, 당시 미국은 사회의 분위기가 대단히 살벌했습니다. 사재기가 일어나면서 마트에 물건이 동나고, 야간 통행금지까지 내려지면서 이동을 극단적으로 금지시켰습니다. 백신도 없고 약도 없는 답답한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말라리아약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며 근거 없는 기대감을 부풀리는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이 때문에 어항 청소용 말라이아약 성분을 집어먹고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당시 매일 열리던 백악관 코로나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말라리아 약 예찬론을 이어갔는데, 그때 파우치 박사는 질문을 받고 "그렇지 않다, 말라리아 약은 코로나 치료가 가능한지 제대로 임상시험을 하지 않아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선을 그어버렸습니다. 당시 CDC 국장, FDA 국장, 공중보건서비스단장 등 모두 트럼프 눈치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오로지 파우치만 과학에 근거한 얘기를 했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그를 'America's voice of science'(미국의 과학의 목소리)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치료제로 말라리아 약을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반대 입장 밝히는 파우치 박사

코로나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트럼프의 아무 말 대잔치가 점점 더 심해졌는데, 연단 뒤에 선 파우치가 이마를 손으로 짚고 난감해하는 사진은 트럼프 시대 코로나의 상징이 돼버렸습니다. 파우치에 대한 언론의 의존도는 더욱 커졌고, 트럼프는 그런 파우치를 대놓고 질투했습니다. 나중에는 파우치가 많은 실수를 했다며 공개 저격하며, 그를 자신의 재선을 반대하는 좌파 진영의 인사로 몰아세웠습니다. 이 때문에 내용을 잘 모르는 트럼프 지지자들은 파우치가 자유를 억압하려고 하는 나치쯤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그가 바이든 정부에서도 수석의료보좌관으로 더 큰 권한을 가지고 방역 정책을 설계하면서 다소 행정가적인 모습이 보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감염병의 역사는 물론 코로나 대응의 모든 의사 결정 과정을 알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가 내놓는 반응과 전망은 대중이 실제로 소화할 수 있는 가장 최적화된 대응을 조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SBS 인터뷰에 응한 파우치…그는 한국의 코로나 전망에 대해 뭐라고 했나

메일함을 뒤져보니 파우치 박사와 인터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이메일을 처음 보낸 게 2020년 4월 1일이었습니다. 이메일을 보냈더니 바로 두 줄의 답이 자동 응답 메일로 날아왔습니다. 코로나TF 일로 너무 바쁘니, 정부에서 개설한 코로나 정보 사이트를 참고하라는 안내였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백방으로 수소문해 일정 담당 비서관과 접촉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렇게 가끔씩 연락하면서 보낸 세월이 2년이 넘었습니다. 중간에 인터뷰 일정을 실제로 잡아보기로 한 게 몇 차례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이 워낙 커지면서 파우치 박사가 정신없이 백악관에 불려 다니며 개별 언론 인터뷰에 응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야 인터뷰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언론과 인터뷰 자체가 처음이었는데, 파우치 박사는 코로나 초창기부터 한국 사례를 자주 인용했던 걸 감안하면 사실 한국 언론과 인터뷰가 많이 늦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와 나눈 인터뷰 주요 내용을 문답 형태로 정리해봤습니다.
 

"폭발적인 팬데믹 단계는 아니다"…한국 예로 들며 말한 파우치

Q) 당신은 미국이 더 이상 'full blown pandemic phase'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한국에서는 당신의 발언을 팬데믹이 곧 엔데믹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았다.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설명해줄 수 있나?

파우치) 미국에서는 몇 달 전만 해도 하루 확진자가 90만 명이나 나왔다. 입원 환자도 수만 명씩 나왔고, 하루 사망자는 3천 명 넘게 나왔다. 그게 극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지금은 사망자가 그때에 비하면 극적으로 감소했다. 심할 때 비하면 10분의 1에 한참 못 미치게 줄어든 것이다. 최근 감염자는 2만 명대까지 줄어들었다. 물론 지금은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내가 말한 것은 미국이 폭발적으로 감염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단계에서 나오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의 현 상황이 감염 가속도가 엄청나게 붙는 그런 단계가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가 팬데믹 단계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팬데믹은 끝나지 않았다. 급격히 진행하는 단계는 적어도 지금은 아니라는 뜻이다. 확진자 증가에 가속이 붙는 단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인구 상당수가 백신을 맞고 부스터를 맞고 또한 이미 코로나에 걸렸었다면 감염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다. 입원 환자 비율은 1년 전과 비교해보면 무척이나 낮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은 인구의 88%가 백신을 맞았다. 그건 매우 좋은 일이다. 그래서 오미크론은 매우 전파가 빠른 바이러스여서 확진자 증가가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백신 접종과 부스터 접종이 사람들이 병원에 입원하거나 사망하는 것으로부터 보호할 것이다. 그게 내가 그렇게 말한 이유이다.

SBS와 단독 인터뷰 진행하고 있는 파우치 박사

한국 마스크 해제 조치에 대한 평가는?…파우치가 백악관 행사 안 간 이유는?

Q) 높은 백신 접종률을 배경으로 한국은 며칠 전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허용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조심스러워한다.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는 것은 안전하다고 보나?

파우치) 그건 상당히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는 것은 실내에서 사람들이 모여 있는 환경보다 매우 안전하다. 어디든 항상 위험은 있지만, 실외에 나가서 완전히 환기가 되는 환경에 있는 건 사람이 많이 모이는 레스토랑이나 극장에 비해서는 그 감염 위험도는 매우매우 낮다. 중요한 것은 어떤 환경이든 위험이 제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실외는 실내보다는 상당히 낮다.

Q) 한국은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이 여전히 의무이다. 그리고 한국 국적 비행기에서는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이걸 미국처럼 개인의 선택에 맡겨도 된다고 보나? 당신은 오늘 비행기를 탄다면 마스크를 쓸 것인가?

파우치) 다른 나라 정부가 결정한 것에 대해서 코멘트하고 싶지 않다. 국적기에서 마스크를 써야하는지는 해당국의 정부가 그 국가 상황에 대해서 평가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다. 내 경우에는 나이가 있기 때문에 비행기를 탄다면 마스크를 쓸 것이다. 왜냐하면 개인적인 위험도를 평가해보면 마스크를 쓰는 게 내 나이와 환경을 고려했을 때 훨씬 낫기 때문이다.

Q) 당신이 백악관 출입기자단 행사를 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만나는 것은 여전히 위험한 것인가?

파우치) 우리가 1년 전보다는 훨씬 상황이 좋아졌지만, 각자 개인은 감염될지 모르는 위험 요소에 대해서 평가해야만 한다. 나는 81살로 나이가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감염이 되면 심각한 결과가 생길 수 있다. 나는 30, 40대가 감염될 확률보다 위험도가 훨씬 크다. 그래서 나는 2,600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저녁 행사에 가는 위험을 감수하고 가는 것이 실익이 없다고 결정했다. 나는 앞으로 1, 2주 동안 할 일이 많이 있다. 그래서 감염이 될지도 모르는 환경에 있고 싶지 않았다. 내가 감염이 되면, 아프지 않다고 하더라도 10일 동안 격리를 해야 한다. 그래서 백악관 출입기자단 행사에 가지 않은 것이다.
 

코로나 집단면역 실패한 이유는?…차세대 백신 출시 시사한 파우치

Q) 이건 근본적인 질문이다. 인류가 백신을 개발하고도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서 집단면역을 달성하는 게 왜 불가능해졌던 것인가?

파우치) 아주 좋은 질문이다. 우리는 집단면역이라는 걸 다른 감염병에 도입했다. 천연두, 소아마비, 홍역 같은 것들이다. 왜냐하면 이런 바이러스는 그렇게 많이 바뀌지를 않는다. 25년 전의 홍역은 지금과 똑같고, 25년 전 소아마비도 지금 바이러스와 똑같다. 이런 바이러스는 바뀌지는 않는다. 그게 첫 번째 이유이다. 홍역, 소아마비에 감염이 됐다가 회복했을 때, 백신을 맞았을 때 평생 동안 보호받는다는 데서 차이가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 이 바이러스는 안정적인 바이러스가 아니다.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경험을 통해서 한국도 다양한 변이를 통해 고통을 겪었다는 걸 알고 있다. 그건 똑같은 바이러스가 아니다. 두 번째는 백신 접종을 통한 보호 지속 효과나 감염을 통한 보호 효과가 좋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한다는 점이다. 오래 효과가 지속되면서 보호해주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전통적인 의미의 집단면역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가 코로나를 어느 정도 풍토병화 하는 것처럼 아주 낮은 수준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매해 겪는 호흡기 질환과 매우 유사하다. 독감처럼 말이다. 우리는 코로나를 박멸할 수 없다. 완전히 없애버릴 수도 없다.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있으면서 완전한 집단면역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Q) 언제까지 계속 백신을 맞아야 할까? 오미크론에 대응하는 새로운 백신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나?

파우치) 부스터 접종을 얼마나 자주 해야 하는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독감과 비슷하게 추가 접종을 하게 될 것 같다. 1년에 한 번씩 맞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은 백신이 원래 처음 나왔던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매우 효과가 좋지만 우리는 실제 유행하는 변이에 맞춰서 더 적합하게 조만간 백신을 바꿔야한다는 요구사항에 대해서 열린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백악관 코로나조정관은 최근 차세대 백신 출시가 거의 확실시된다고 발언했습니다

Q) 남아공이 곧 5차 파동에 들어갈 거라고 전망했다.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인 BA4, BA5에 대해 툴리오 데 올리베이라 박사는 면역을 우회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변이가 국제적인 위협이 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하나?

파우치) 그 변이가 국제적인 위협 요소가 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해당 국가에 있는 다른 변이에 따라 다르다. 남아공에서는 BA.4와 BA.5가 지배적인 변이가 되고 있다. 이 변이들이 다른 오미크론 변이를 밀어내고 있다. 미국에서는 64, 65%가 BA.2(스텔스 오미크론) 변이이다. 그리고 28%~30% 정도는 BA.2.12.1이다. BA.4와 BA.5는 증가하지 않고 있다. 1% 미만이다. 우리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BA.4와 BA.5가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지배종이 되지 않으리라고 상상할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는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상황을 잘 지켜보면서 이 변이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어떤 변이가 지배력을 갖게 될지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무한정 봉쇄할 수 없어"…북한에 대한 백신 지원 문제는?

Q) 중국이 제로 코비드 전략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이런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나? 무엇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나?

파우치) 제로 코로나 전략은 일시적으로 할 때만 효과가 있다. 시간을 벌거나 적절하게 백신을 접종해서 보호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봉쇄를 하더라도 조만간 국가의 문을 열어야하기 때문이다. 무제한으로 락다운을 할 수는 없다. 매우 적극적으로 백신 접종 정책을, 특히 노인들에게 접종하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봉쇄 정책을 한다면 그건 가능하다. 하지만 그냥 봉쇄만 하고 다른 걸 안 하면 그 봉쇄 정책의 목적이 없어진다.

Q) 북한에는 코로나 백신이 보급되지 않았다. 거기에 코로나가 확산하면 아주 큰 문제가 생길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북한은 화이자 모더나가 만드는 mRNA 백신을 원한다고도 알려져 있는데, 미국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mRNA 백신을 허용할 수 있는 것인가?

파우치) 나는 개별 국가에 대해서 말할 수 없다. 그건 백신 회사에 달려 있는 문제이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독립적인 회사이다. 미국 정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화이자와 모더나는 그들이 원하는 국가 어디에라도 mRNA 백신을 판매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허락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국이 코로나 백신 못 만들 이유 없어"…"한국, 팬데믹 준비 계획 지금부터 세워야"

Q) 한국의 바이오 기업들도 코로나 백신 3상 시험에 성공했다. 코로나가 발생한 지 오래 지났는데, 한국도 백신 개발에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나? 코로나 종식을 위해서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파우치) 기술과 과학 측면에서 한국은 대단히 우수한 국가이다. 자국민을 위해서 백신을 개발할 능력이 있다면 백신 개발은 한국 자체를 위해서도 이익이 된다. 한국은 백신 개발 능력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코로나 백신을 못 만들 이유가 없다.

Q) 코로나 팬데믹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나? 다음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해서 한국은 무엇에 가장 힘써야 하나?

파우치) 얼마나 오랫동안 코로나를 상대해야 하는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는 사회가 무너지지 않는 낮은 수준으로 코로나 감염이 낮아지기를 희망한다. 다음 팬데믹에 대해서는 자원이 있는 모든 나라는 팬데믹 준비 계획을 지금부터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굉장히 발전된 나라이기 때문에 미국처럼 준비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한국에도 이익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인류의 방심을 지나가지 않는 바이러스, 다음 팬데믹을 준비해야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기대와 실망 또 기대와 실망을 거듭하면서 인류 전체가 지칠 대로 지친 상황입니다. 이번 변이가 끝이라고 생각할 때면, 코로나바이러스는 인류가 그렇게 방심한 순간을 한 번도 그냥 지나간 적이 없었습니다. 다만 파우치 박사의 분석 가운데 '폭발적인 팬데믹'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위안이 되는 부분입니다. 감염 확산과 감소를 거듭하면서도 그런 파동의 폭이 점점 작아지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늘어난 데다 감염 후 회복을 거듭하면서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분석에 수긍이 갔습니다. 
SBS와 단독 인터뷰 진행하고 있는 파우치 박사

이번 팬데믹의 교훈은 인류가 겪는 팬데믹은 이번이 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코로나 같은 전염병은 한 세기에 한번 닥친다고 위안을 삼고는 있지만, 팬데믹의 빈도와 세기는 인류가 예측 못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질병의 발생 보고와 대응책 마련하기 위해 지구적인 네트워크를 정비하고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질병의 분석, 백신과 치료제 개발 과정도 사전에 준비해놔야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600만 명 넘게 숨진 이번 코로나 팬데믹을 인류가 지옥같이 지냈지만, 이 경험이 다음 팬데믹 극복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팬데믹의 공포에 맞서 과학을 활용하는 방법을 몸소 보여준 파우치 박사도 인류가 한발 더 전진하는 데 큰 도움을 준 인물로 기록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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