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12년 동안 투병해온 또 한 명의 피해자가 오늘(3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공식 집계된 사망자가 1천774명에 이르고 지금도 수천 명이 고통받고 있는데, 여전히 제대로 된 피해 구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홍승연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안은주 씨가 12년 투병 끝에 오늘 새벽 눈을 감았습니다.
배구선수 출신으로 활기찬 지도자였던 안 씨는, 지난 2011년 폐렴 판정 이후 급격히 병세가 악화됐습니다.
두 번의 폐 이식에도 끝내 일어서지 못했습니다.
[안희주/고 안은주 씨 언니 : 걸어서 들어가서 사망해서 나왔어요. 우리 동생처럼 저렇게 고통 속에서 사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종합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자는 7천712명, 이 가운데 안 씨를 포함해 1천774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피해 구제 논의는 늘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참사 11년 만에 보상금 조정안이 마련됐지만, 이조차 옥시와 애경의 거부로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환경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두 회사 대표는 조정안 거부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박동석/옥시레킷벤키저 대표 : (폐 질환 1, 2등급 외에는) 과학적 근거가 미약한 측면도 있고 그런 분들에 대한 자료는 저희 회사가 갖고 있지 않습니다.]
[강은미/정의당 의원 : 더이상 피해자가 발생 안 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채동석/애경산업 대표 : 솔직히 강 의원님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다룬 영화가 개봉되면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
피해자단체들은 옥시 본사 앞에 또다시 모여 대책 마련을 호소했습니다.
[김태중/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족 : 제발 사망자가 더 이상 나오기 전에 그 피해자들의 마음을 씻어주십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국회 환경노동위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에 대한 별도의 청문회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정경문, 영상편집 : 이승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