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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 '꼬꼬무' 톱스타와 영화감독 실종사건…北 김정일이 두 사람을 납치한 이유는?

[스브스夜] '꼬꼬무' 톱스타와 영화감독 실종사건…北 김정일이 두 사람을 납치한 이유는?
감쪽같이 사라진 톱스타는 어디로 갔나?

28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톱스타와 비밀 테이프'라는 부제로 톱 여배우 최은희의 그날 이야기를 조명했다.

1978년 1월 홍콩의 한 호텔에서 투숙객 한 명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투숙객의 정체는 곧 밝혀졌는데 주인공은 바로 당대 최고의 여배우였던 최은희.

그의 실종 소식에 대한민국은 발칵 뒤집혔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가 갑자기 사라졌고 특히 이는 단순한 실종이 아닌 납치로 추측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곧 최은희의 실종은 전 남편과 관련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그의 전남편은 바로 당시 최고의 영화감독이었던 신상옥 감독. 이에 신 감독은 아이들에게 엄마를 데려오겠다는 말과 함께 홍콩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얼마 후 신 감독마저 실종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안겼다.

최은희는 초청을 받아 홍콩으로 갔다. 그런데 자신을 만나기로 한 사람 대신 한 여성을 만났고 그 여성은 예술에 관심이 있다는 투자자와의 만남을 주선했다. 이에 최은희는 여성을 따라나섰다. 그런데 약속 장소와 다른 곳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 어딘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그 순간 한 남성은 "최 선생, 우리는 지금 장군님의 품으로 간다. 위대한 수령님 품으로 간다 이 말이다"라고 했다. 그렇다. 최은희가 탄 배는 북한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 놀란 최은희는 제발 돌려보내 달라고 간청했으나 그의 부탁은 거절당했다.

배에 탄 지 8일째 북한 땅에 도착해 선착장에 내린 최은희. 그리고 그의 앞에 한 남성이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그 남성은 "오시느라 수고했다, 내 김정일입니다"라고 했던 것. 김정일의 등장과 함께 여기저기서 터지는 플래시가 터지며 사진이 찍혔다.

그리고 김정일은 리무진 옆에 최은희를 태우고 직접 북한 시내를 돌며 가이드로 나섰다. 그 후 그는 자신의 별장으로 최은희를 데려가 편히 쉬라고 했다.

이후 최은희를 향한 김정일의 어필은 계속됐다. 환심을 사려고 농담까지 했고 매일 밤마다 파티를 즐겼다. 그리고 최은희는 매일 5시간씩 북한의 사상 교육을 받았고 노을이 지는 저녁이면 가족들을 그리워했다. 그런 생활이 5년이 계속됐고 어느 날 또 하나의 사건이 터졌다.

김정일의 자택으로 초대된 최은희 앞에 누군가가 등장했는데 이는 바로 신상옥 감독이었던 것. 그는 최은희와 똑같은 방법으로 납치되었고 그동안 두 번의 탈출을 시도하다 정치범 수용소에 감금되어 5년 만에 최은희를 만나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만난 두 사람은 도청을 피해 욕실에서 대화를 나눴다. 이들은 가족들에게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최은희는 "지금까지 우리는 누군가를 위한 연기와 연출을 했다. 이제는 우리 우리를 위한 연출과 연기를 하자"라며 함께 탈출을 위한 시나리오를 쓰기로 약속했다.

사실 당시 대한민국에서는 창작물에 대한 검열이 엄격했다. 이에 신 감독이 운영하던 영화사는 검열에 걸려 영화사 허가 자체가 취소되었고 이에 한국에서는 두 사람이 자진 월북을 한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했다.

이에 두 사람은 자신들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김정일의 목소리를 녹음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들은 영화광이었던 김정일이 세계 진출을 꿈꾸며 대한민국의 인재를 납치했다는 납치 사실을 직접 언급한 음성을 녹음했다.

당시 집에 고등학교 크기의 개인 홈시어터가 있었던 김정일은 세계 각국의 영화 1만 편을 모아 두고 혼자 볼 정도로 영화광이었다. 그런 그에게 북한의 영화는 불만족스러웠고 이에 신상옥 감독의 납치 계획을 세운 것. 그리고 최은희는 그를 유인하기 위한 미끼였다.

이 사실을 녹음한 두 사람은 탈출을 위해 해외 로케를 계획했다. 이에 김정일은 선뜻 허락했으나 두 사람이 가고 싶었던 나라가 아닌 공산주의 국가로의 로케만 허락했다. 이에 두 사람은 몸은 탈출할 수 없었지만 녹음 테이프는 해외에서 만난 지인에게 은밀히 전달하는 것에 성공했다.

탈출할 날만 꿈꾸며 1년에 10편씩 많은 영화를 찍은 두 사람. 이에 김정일의 전폭적인 지지가 이어졌다. 신상옥 감독은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만들었고 이는 해외 영화제에서도 수상하며 김정일의 만족도는 높아만 갔다.

영화로 세계 진출하는 것이 꿈이었던 김정일의 꿈이 실현된 것. 이에 김정일은 두 사람에게 포상을 했다. 엄청난 포상이 이어져도 두 사람은 오로지 가족들 품으로 돌아갈 생각뿐이었다. 신상옥 감독은 "북한에서 나는 치약이다. 나는 다 짜고 나면 버려진다"라며 다 짜이기 전에 탈출하는 것이 목표였다.

가족이 너무 그리웠던 두 사람은 김정일에게 가족들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고, 이에 두 사람은 차오르는 눈물을 억지로 참고 음성을 녹음에 가족들에게 전했다. 그리고 이 녹음 테이프는 안기부로 넘어갔고, 정부는 최은희, 신상옥이 납북되었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이에 한국에서는 북한에 두 사람을 돌려보내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김정일은 두 사람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 납치된 것으로 보이지 않게 중립 국가에도 자유롭게 나가라고 했다.

오히려 호재를 맞은 두 사람은 중립 국가인 오스트리아로 향했다. 그리고 이들은 떠나기 전 김정일에게 삼엄한 경호 때문에 의심을 받을 수 있다며 기자들 앞에서만이라도 경호원들이 붙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김정일은 이를 수락했다.

그렇게 북한에 온 지 8년만 오스트리아에 간 두 사람은 경호원들을 따돌릴 시나리오를 짰다. 다음 날 인터뷰 계획이 있던 일본 기자에게 택시를 미리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인터뷰가 계획된 날, 두 사람은 뒤따르는 경호원들에게 김정일이 허락했다는 이야기를 하며 자신들을 따라오지 못하게 했다. 그렇게 이들은 경호원 없이 일본 기자와 함께 택시에 올라탔다. 그리고 이들은 "우리를 제발 미국대사관으로 갈 수 있게 해 달라"라고 간절하게 부탁했다.

그런데 이들을 하얀 택시 한 대가 쫓았고 기회를 엿봐 이를 따돌리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미대사관으로 향하던 그때 택시의 무전기가 울렸다. 무전 내용은 동양인 3명의 목적지가 어디냐는 것. 이에 두 사람은 간절하게 "반대 방향으로 간다고 말해달라"라고 빌었다. 그리고 일본 기자는 자신이 갖고 있던 돈을 다 꺼내 함께 부탁했다.

택시기사는 이들의 간절한 요청을 들어줬다. 그렇게 미대사관 앞에 무사히 도착한 두 사람. 이들은 미친 듯이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이들은 지인을 통해 넘긴 테이프가 미 국무부에 전달되며 미 대사관의 보호 조치를 받을 수 있었다.

이전까지 베일에 싸여있던 북한의 최고 지도자에 대한 정보가 두 사람 덕분에 전해진 것. 이에 미 정부는 전 세계의 미국대사관에 두 사람에 대한 보호조치를 취하라는 지령을 미리 내렸던 것이다. 그렇게 겨우 숨을 돌리고 있던 그때 영사가 분홍 장미 하나를 최은희에게 건네며 환영한다고 했고, 이에 최은희는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그렇게 8년 동안 하나만을 위해 했던 연기의 목표를 이룬 것. 그 후 두 사람은 고국으로의 귀국이 아닌 미국 망명을 택했다. 북한의 전제왕조도 싫지만 남한의 군사정권 역시 싫다며 "반공 나팔수는 하고 싶지 않다"라는 입장을 밝혔던 것.

그것도 그럴 것이 당시 국내에서는 이들의 탈출 소식을 듣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두 사람을 활용할 계획만 세워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미국 망명을 한 두 사람은 미국의 신변 보호조치에 따라 이름과 국적을 위장한 채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었다.

그리고 15년이 지나 한국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2006년과 2018년 차례대로 세상을 떠났다.

그날의 이야기를 들은 이야기 친구들과 이야기꾼들은 자유의 몸이 되어도 내 나라에 돌아갈 수 없었던 이들의 운명을 안타까워했다. 또한 검열의 시대를 극복한 지난날들이 없었다면 오늘날같이 전 세계에서 일고 있는 K-콘텐츠 부흥은 꿈꾸지 못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SBS연예뉴스 김효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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