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대변인은 국방부와 군의 하는 일과 입장을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직위입니다. 그래서 국방부와 합참 등 10여 부대의 연쇄·졸속 이전을 바라보는 군인들과 국방부 직원들의 심정을 "안보는 공기와도 같다", "국방부 모든 부서는 다 안보와 관련이 있다"는 말로 대변했고, 그런 발언들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났습니다. 대변인의 자격을 보여줬고, 대변인의 품격을 지켰습니다.
통수권자의 참모로서 대변인이 할 말 하고 공직을 던지는 동안, 같은 통수권자의 참모들인 국방부 장·차관과 장군들은 무엇을 했습니까. 국방장관은 국회에서 "시기와 기간 문제를 협의할 필요가 있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라고 독백하듯 우물거리기는 했지만 당선인의 국방부 답사에 충실한 가이드를 자처했습니다. 국방부의 다른 고위직들과 각군의 고위 장성들은 뒤에서 숙덕였을 뿐 모두 입을 닫았습니다.
장·차관-장성들은 군심을 못 본 척했다
기자는 국방부 장·차관과 여러 장성들에게 "5월 새 정부 들어서면 어차피 지금 직위에서 내려와야 하니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당당하게 부당함을 알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들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회피했습니다.
부승찬 대변인은 달랐습니다. 정년이 보장되는, 나름 탄탄한 대변인 자리에 미련 두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28일 브리핑에서 "일각에서 전쟁기념관이 좋은 대안이라는 의견이 있는데 국방부 견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안보는 공기와도 같다'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하겠다"고 응수했습니다.
다음 날 부승찬 대변인은 서욱 장관으로부터 싫은 소리를 들었습니다. 장관의 측근으로부터 "애드리브하지 말라"는 경고도 받았습니다. 대통령직인수위 측이 국방부에 항의했다는 말도 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안보 우려가 없는 곳부터 1차로 이전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는데 맞느냐"라는 질문에 "(국방부 이전과 관련해) 안보 우려가 없는 곳은 없다", "다 안보와 관련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부승찬 대변인은 직속상관인 장관의 뜻은 거슬렀을지언정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뜻은 충실하게 따랐습니다. 국방부 공직자로서 의리를 지켰습니다.
부승찬 대변인의 마지막 브리핑
문재인 정부의 군과 윤석열 정부의 군은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군은 나라를 지킬 뿐입니다. 그래서 나라의 군대, 국군(國軍)입니다. 통수권자의 명령을 받들어야 하니 정치적 색안경을 끼고 보면 5년 단위로 군의 색깔이 바뀌는 것처럼 보이지만 군은 그저 나라를 지키고 있습니다. 보수 정부에서 시끄럽게 훈련하고, 진보 정부에서 조용히 움츠려 때를 기다려도 군은 늘 나라 지키려고 대비하는 중입니다. 부승찬 대변인은 이런 군을 잘 대변했습니다. 말 못하는 군의 마음을 적당한 선에서 공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