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치러진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당선인과 이재명 후보의 서울 득표율입니다. 윤 당선인이 서울에서만 31만여 표를 더 받았는데, 전국 득표수 24만 7천여 표차로 아슬아슬하게 국민의힘이 이긴 걸 생각하면 "서울에서 이겨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민주당의 전망은 결국 맞았던 셈입니다.
국민의힘은 어떻게 서울에서 15년 만에 보수정당 첫 과반 득표에 성공했을까? 이유가 '부동산' 이라는 건 짐작이 가는데, 어떻게, 또 얼마나 영향을 미친 걸까? 국민의힘 서울정책연구원이 그 이유를 분석한 결과를 SBS가 입수했습니다.
분석 결과 2021년 공동주택(아파트) ㎡당 공시가격이 1% 높으면 국민의힘 득표율은 0.172%p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공시가격이 2배(100%) 높은 곳이 17.2%p 더 많이 국민의힘을 찍었다는 말입니다.
투표율과 득표율을 결합해 투표 참여의 적극성과 국민의힘 지지 정도가 모두 반영된 '유효 득표율'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유효득표율 2021년 공동주택(아파트) ㎡당 공시가격이 1% 높으면 국민의힘 득표율은 0.149%p 높아지는 상관관계가 확인됐습니다.
서울정책연구원장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현 정부 가장 실정이 역시 부동산 정책이다. 특히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서 시세 뿐만 아니라 공시가격이 많이 올라 보유세가 많이 올랐고, 그 분노한 민심이 이런 높은 유효득표율로 이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서울의 지역구별로 투표참여 열기를 보면, 20대 대선 투표율은 대형 아파트 단지가 많은 양천갑(80.2%), 강남을(79.7%), 송파갑(79.1%), 강남병(79.0%), 서초갑(78.8%) 순서로 투표율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모두 전국 투표율 77.1%를 웃돌았습니다.
이런 투표 열기를 반영한 득표율, 유효득표율로 살펴보면 강남병(57.7%)이 가장 높았고, 서초갑, 서초을, 강남을, 강남갑이 뒤를 이었습니다. 강남병 지역구는 전통적으로 보수색이 짙은 곳이면서 동시에 대치동, 삼성동, 도곡동 등이 포함돼 '타워팰리스' 등 고가의 아파트가 많은 지역입니다.
20대 대선보다 1년가량 앞선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 선거와 유효득표율을 비교해, 1년 간의 지역별 표심 변화 추이를 가늠해볼 수 있는 분석도 포함됐습니다.
강남갑이 9%p 높아지면서 차이가 가장 컸는데, 강남지역이 아닌 중·성동을 8.3%p이 두 번째를 차지했습니다. 관악갑도 7.3%p 격차로 6번째로 높았습니다. 유 의원은 "재건축 등으로 아파트 공급이 이뤄진 것과 함께, 해당 지역에서의 대선 기간 선거운동이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투표율이 58.2%로 상대적으로 낮았던 점, 또 두 선거는 후보가 각각 다른 사람이었던 점은 이 격차를 볼 때 유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런 분석, 왜 한 걸까요? 코 앞에 서울시장을 비롯한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닥쳤기 때문입니다. 아슬아슬했던 대선 결과를 보다 단단한 지지율로 만들기 위해, 국민의힘은 현 정부에서 민심 이반이 가장 컸던 부동산 정책부터 강하게 공략할 가능성이 큽니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부동산 공시가격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해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돌리고 공시가격 현실화 추진계획을 나중에 다시 수립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습니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아파트) 공시가격이 17.22%, 서울은 14.22% 오르며 지난해에 이어 두자릿수 상승을 이어갔습니다. 정부는 보유세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1세대 1주택자 세금 동결 조치 등을 같이 내놨습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권 이양작업이 한창인 만큼, 전 정부와 새 정부, 소수 여당과 거대 야당의 부동산 민심 잡기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