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보신대로 동해시는 도심 주택가까지 상처를 입었습니다. 불길이 집으로 번지면서 추억이 깃든 소중한 물건들이 타들어갔지만 손 쓸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정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시뻘건 불기둥이 치솟습니다.
언덕 위에 있던 집들이 형체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동해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논골담길인데, 강풍에 불티가 날려 불이 붙은 것입니다.
[한정숙/동해시 묵호동 : 어휴 말하면 뭐해요. 속이 상하는데 아주. 말할 수가 없죠, 뭐. 그래도 인명 피해가 없고 그냥 집만 전소가 됐으니까 괜찮아요.]
해송이 일품인 동해 어달산 일대도 쑥대밭이 됐습니다.
강원도기념물로 지정된 봉수대는 불에 검게 그을렸고,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을 소장했던 한 사찰은 폐허가 됐습니다.
[정산/동해 향운암 주지 스님 : 불이 상당히 좀 다급했습니다. (보물을) 좀 옮기다가 다치기도 하고 뭐 이랬습니다.]
부모님 추억이 그리워 최근 이곳으로 이사를 준비하던 김현숙 씨는 한순간에 모든 걸 잃었습니다.
[김현숙/동해시 망상동 : 부모님의 향취가 느껴졌던 걸 한 개도 건질 수가 없으니까 그게 제일 가슴 아프고…. 막 애가 타서 발을 동동 구르는데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고….]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훈장, 매년 5남매가 모였던 정원까지, 모두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김현숙/동해시 망상동 : 막상 제게 닥치고 보니까 가슴이 막 발기발기 찢어지는 느낌이었어요. '나는 세상에 태어나서 나쁜 짓도 안 했는데 왜 이런 게 나한테 오지', 막 이런 생각이 들고.]
대표적인 관광지인 묵호항 근처의 민가, 이곳은 집에 안방으로 쓰였던 곳입니다.
보시다시피 지붕과 철제 구조물이 내려앉아서 폐허가 된 상태입니다.
[서순자/동해시 묵호동 : 탔어, 아무것도 없어, 재밖에 없어. 우리 한 40년 넘게 살았어요.]
산불이 끝나더라도 주민들의 상처가 치유되기까진 시간이 걸릴 걸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G1방송·박종현 G1방송·조은기, 영상편집 : 이승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