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이 확진인데 다른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해? 둘째까지 걸릴까봐'
'애가 열이 안 떨어지는데, 소아과 전화를 안 받아. 응급실로 가도 되는 거야?'
'집에 있는 해열에 먼저 먹여도 되는 거지?'
지난 한 주, 자녀가 확진됐다는 지인들의 소식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듣게 됐습니다. 코로나 취재를 담당하다 보니 가족이 확진된 지인이나 동료들로부터 질문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최근 1~2주는 자녀의 확진으로 걱정하는 부모들의 연락이 유독 많았습니다. 딸의 초등학교 입학식을 위해 몇 주간 '혼밥'을 자처하며 조심했지만, 결국 전날 딸과 함께 확진된 친구의 하소연을 들었을 땐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자녀가 아프면 애끊는 게 부모 마음입니다. 특히 영유아, 어린이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실제로 최근 아동 확진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0~9세 확진자는 1월 넷째 주(1월 23~29일) 기준 9,712명이었는데 한 달이 지난 2월 넷째 주(2월 20~26일)엔 13만 5,128명으로 14배나 증가했습니다. 인구 10만 명당 발생률을 기준으로 봐도 1만 2,701명(3월 4일 기준)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고, 전체 인구 기준 발생률 7,665명을 크게 웃돕니다. 두 달 전에는 1,377명(1월 5일 기준)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전체 인구 기준 발생률은 1,239명이었습니다.
"왜 갑자기 아이들 확진자가 많은 거야?"
중증으로 이행될 확률은 크진 않지만, 아이들이 코로나바이러스와 고군분투하는 며칠 동안 열이 심하게 나기도 하고, 온몸에 힘이 빠져 퍼지고 식욕이 떨어지기도 하는 등의 증상들이 나타나곤 합니다. 대부분은 해열제를 먹으면 하루 이틀 안에 열이 떨어지지만, "해열제를 먹어도 38도 이상의 고열이 나흘 이상 지속되면 폐렴으로 가고 있다고 봐야 하고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이종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미국 소아과학회에 따르면 어린이 코로나 환자의 경우 ▲가슴을 찌르듯이(흉통) 또는 누르듯이 아프거나(압박감) ▲호흡 곤란 ▲가족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혼돈) 현상이 나타날 경우 위험 신호로 봐야 합니다. 영유아 환자는 ▲심하게 보채거나 ▲계속 자려고 하거나 ▲입술이 파랗게 변하거나(청색증) ▲소변량이 줄어드는(탈수) 증상이 나타나면 진료가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이 나타나는 초기 증상은 앞서 말했듯 '발열'입니다.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지속되는지 여부를 잘 관찰하는 게 중요합니다. 해열제도 두 종류가 있는데요, 흔히 '부루펜'으로 부르는 '이부프로펜' 계열의 해열제는 열을 빠르게 내리도록 하지만 효과 지속력은 길지 않아 다시 열이 오를 수 있습니다. '타이레놀' 같은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해열제는 바로 열이 떨어지지는 않지만 조금씩 천천히 떨어지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두 가지 계열의 해열제를 용량을 조절해 섞어서 처방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 정도만 잘 조절해서 열을 떨어뜨려주면 아이들의 경우는 그다음부턴 몸이 알아서 하거든요.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지속력이 좋은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을 하루 3번 8시간 간격으로 먹이는데, 38도 이하로 열이 떨어지지 않으면 부루펜을 몇 cc만 먹여라 이렇게 설명을 드리죠. 처방에 맞게 약을 잘 먹이시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종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지난 한 달간 '재택치료' 과도기를 겪으면서 다행히 소아 환자 코로나 진료가 가능한 병원들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지난 4일 기준 소아 환자 외래와 입원이 모두 가능한 소아 특화 거점전담병원은 28곳, 대면 진료만 가능한 외래진료센터 44곳입니다. 24시간 비대면 진료 상담이 가능한 의료상담센터도 현재 기준 100개라고 정부는 밝혔습니다.
(클릭) ▶소아 거점전담병원 및 대면 진료 가능 병원 리스트
소아 확진 폭증+격리 지침 변경=돌봄 공백(?)
"개학을 앞둔 주말, 아이가 전날 밤부터 칭얼대더라고요. 잠투정이겠거니 했는데 다음 날 아침 열을 재보니 38.5도였고 결국 확진 판정을 받았어요. 그런데 남편과 저는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습니다. 저희는 교사 부부인데요. 특히 교사에게 '개학 첫 주'는 가장 중요하고 바쁜 시기입니다. 특히나 요즘 확진된 교사들은 많은데 시간 강사 선생님을 구하기는 어려워 학교 운영도 쉽지 않거든요. 상황을 뻔히 아는데, 출근하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결국 아이를 집에 혼자 두고 출근했습니다." (9살 자녀가 확진된 교사 A 씨)
A 씨 부부는 일주일을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오전 수업이 끝난 점심시간에 서로 돌아가며 집에 와서 아이 점심을 차려주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오후 수업까지 끝나면 학교의 양해를 구하고 조퇴를 하는 등 퇴근 시간을 앞당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대안'도 찾을 수 없어 오후 늦게까지 아이를 홀로 둬야 했던 날도 있었습니다. A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방법이 없었어요. 어디에 맡길 곳도 없고, 코로나 걸린 아이를 부모님께 봐달라고 할 수도 없잖아요. 차라리 같이 걸리는 게 낫겠다 싶더라고요"
자녀가 확진돼 열이 41도까지 올랐던 아찔한 경험을 한 직장인 B 씨는 자신을 대신해 아이의 육아를 담당하던 친정 부모님까지 확진되면서 난감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맞벌이인 딸 부부를 대신해 집을 오가며 육아를 맡아주셨는데, 결국 아이가 확진되고 며칠 후 부모님도 연이어 확진된 겁니다.
"확진된 부모님한테 아이를 함께 봐달라고 할 수도 없는 거고요. 상황이 이렇게 되니 제가 애를 안 볼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리더라고요. 다행히 회사에서 배려를 해줘서 재택근무를 하긴 했는데, 이렇게 재택근무를 하기 어려운 분들도 많잖아요. 난감한 것 같아요." (8살 자녀와 친정 부모님이 확진된 B 씨)
이런 돌봄 공백과 관련해 사실 뾰족한 해결 방법은 없습니다. 직장에서 돌봄 휴가나 재택근무를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인데, 회사나 직업의 특성 또는 고용의 형태에 따라 불가능한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확진자 규모가 급증하면서 업무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기관이나 사업장도 계속 늘고 있어 병원 등 일부 필수 기관에선 자체적으로 확진자의 격리 기간을 줄이는 조치까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 '음성인데 아이 때문에 출근 안 할게요'라고 말하기가 어려운 겁니다.
소아 백신 접종, 해법이 될 수 있을까?…부모들에게 물었습니다
지난달 23일, 식약처는 5~11세 대상 화이자 코로나 백신 사용을 허가했습니다. 한국 화이자사가 식약처에 사전 검토를 신청한 게 지난해 12월 초였으니 두 달 만에 나온 결과입니다. 12세 이상 청소년 백신 접종을 두고 사회적 논란이 있었다보니 소아 접종 백신 허가에 대해 식약처도 고민이 많았는데, 최근 소아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이 사용 허가 결정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식약처가 허가한 화이자 백신은 미국, 유럽연합, 영국 등 62개국에서 이미 5~11세 대상으로 접종을 하고 있는 백신입니다. 12세 이상에 허가된 백신과 종류는 같지만 용량은 3분의 1이고 접종은 3주 간격으로 2번 이뤄집니다. 임상시험 결과 예방 효과는 90% 이상이었습니다. 접종 후 주사 부위 통증, 발적, 피로감 등의 가벼운 증상은 있었지만, 심근염 등 중대한 이상 반응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임상 결과를 검토한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사용 허가는 됐지만 아직 구체적인 접종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일부 언론에선 오미크론 유행이 지금 정점을 향해 치솟으며 확산 중인데, 이 계획이 너무 늦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어린 자녀를 둔 부모님들께 물어보니 현장의 여론은 좀 다릅니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감염이 번지는 게 걱정되긴 하지만 선뜻 백신을 맞추겠다고 답하는 부모들보단 망설이거나, 부정적 반응이 더 많았습니다.
"백신 맞았다고 코로나 안 걸리지 않잖아요. 맞았다고 효과가 확실한 것도 아닌데." (10세 아동 부모)
"반반이에요 사실. 백신 안전성이 보장됐으면 모르겠는데 케이스 바이 케이스잖아요." (8세 아동 부모)
"선택권을 줘야 되는 것 같아요. 아직 너무 어리잖아요. 면역체계가 아직 제대로 잡혀있지도 않고요." (7세 아동 부모)
질병관리청은 이달 안에 5~11세 접종 계획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질병관리청과 일부 소아청소년과 전문가들은 '기저질환자나 고위험군과 살고 있는 소아에 대해 우선적인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며, 그 이유로 "해당 연령대가 코로나에 감염될 시 중증 발생 위험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고, 감염 시 어린이도 중증, 입원,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권근용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관리팀장)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고려대 안암병원 최영준 교수 연구팀이 대한의학회지(JKMS)에 공개한 '한국 청소년의 코로나19 예방 접종에 대한 전문가 합의' 연구 결과에는, 한국예방접종자문위원회 위원 18명, 대한소아과학회 감염병위원회 위원 9명, 보건복지부 자문위원 8명 등 총 43명을 대상으로 두 차례 익명 조사한 결과, 소아 청소년에게도 코로나 백신의 효과가 있긴 하지만, 장기적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담겼습니다. 접종 기대 효과가 잠재적 위험에 비해 크지 않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는 겁니다.
아이들의 확진이 걱정되고 돌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백신 접종은 망설여지는 부모들에게 정부가 어떤 선택지를 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취재 : 박수진, PD : 김도균, 일러스트 : 김정연, 제작 : D콘텐츠기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