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예약을 했다가 취소했고, 또 한 번은 예약 마지막 단계에서 포기를 했습니다. 방역패스 유효 기간이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는 문자를 받으니 더 초조해졌습니다. 사실 '혼밥'은 문제가 없었는데, 매일 취재를 다녀야 하고, 게다가 코로나 이슈를 담당하고 있다 보니 보건소나 선별진료소, 병원 등을 찾아갈 일이 많아 혹시 모를 감염이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이미 정부가 권고하고 있는 기본 접종과 3차 접종 간격 '3개월'을 훌쩍 넘긴 상태. 망설임의 시간이 길었던 이유는 그 사이 제가 임신부가 됐기 때문입니다. 백신 접종의 이득이 위험성보다 크다는 정부의 설명을 가까운 거리에서 듣고 있고, 관련 연구 결과나 통계를 접하고 대중에게 전달하는 일을 하면서도 막상 임신을 하고 보니 선택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괜찮다, 문제없다'는 말이 '혹시, 어쩌면'이란 우려를 쉽게 지우진 못했습니다.
처음으로 맘카페에 들어가 검색을 해봤습니다. 그곳에도 저처럼 고민하는 분들이 있었고, '맞아야 한다' '맞으면 안 된다' 의견도 다양했습니다. (사실과 다르거나 혹은 입증이 되지 않은, 출처를 알 수 없는 '의혹'과 '설'이 마치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고민 끝에 백신을 맞았다'는 한 워킹맘의 글에 남겨진 한 댓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이를 위해 10개월도 못 참나요?"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임신 6개월 '코로나 기자'의 3차 백신 접종기
잔여 백신을 예약해 화이자로 3차 접종을 받았습니다. 병원에 가서 예진표를 작성하는데, 첫 질문이 "현재 임신 중입니까?"였습니다. '예'라고 답을 해 제출했는데, 간호사 선생님이 다시 되물으시더라고요.
간호사: "임신 하신 게 맞으신 거죠?"
기자 : "네. 왜요?"
간호사: "아 여기에 '예'라고 답한 분을 처음 봐서요."
화이자로 3차 접종을 했는데, 다행히 주사 부위 통증 외에 다른 증상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마음을 놓진 못하겠더라고요. 백신 접종 다음 날 취재를 가는 길에 오른쪽 배가 '악' 소리가 날 정도로 쿡 찔리는 듯한 느낌을 받은 순간이 있었는데, '이거 백신 때문인 건가'란 생각이 가장 먼저 들기도 했습니다. 지난 금요일 병원에 검진을 다녀왔습니다. 담당 의사에게 물었습니다. "저번 진료 이후에 3차 백신을 맞았는데요. 혹시 아기가 좀 달라지거나 안 좋아진 건 없을까요?"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요즘 분만 얼마 안 남긴 산모들이 전화가 많이 와요. '남편이나 함께 사는 가족이 다 확진됐는데, 지금이라도 백신 맞으면 괜찮을까요' 이런 문의에요." 뱃속 아기는 주수에 맞게 잘 크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조금 놓였습니다.
임신부의 고민, 정부는 얼마나 '공감'하고 있을까
제 주변엔 매일 차 안에서 홀로 도시락을 먹으며 회사 생활을 이어가는 미접종 임신부도 있고, 무사히 아기를 출산한 이후에도 수유 과정에서 혹시 모를 우려 때문에 여전히 미접종 상태인 임산부도 있습니다. 백신을 맞은 저도, 아직 맞지 않은 이 친구들도 '선택'은 달랐지만, '선택의 이유'는 같습니다. '음식도 함부로 안 먹는데, 태아한테 어떤 영향이 있을 줄 아느냐'는 임신부들의 고민과 우려를 '과한 걱정'이라고 치부할 순 없습니다.
임신부가 돼서 정부의 예방접종 안내문을 다시 읽어봤습니다. 쉽게 말해 '안 맞으면 큰일 납니다'의 정보는 가득하지만 '맞아서 발생할 수 있는 혹시 모를 우려'에 대한 명쾌한 정보는 없습니다. '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임신부 접종자와 임신하지 않은 접종자의 이상 반응 발생 양상은 유사하다'는 정부의 설명도,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명백히 있는 상황에서 큰 안심을 주긴 어렵다고 보여집니다.
백신 접종에 대한 상담을 요청하는 임신부들에게 병원마다 다른 답을 주는 것도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12주 이내 접종은 진찰을 먼저 하라' 정도만 나와 있지만, 임신부들의 후기를 보면 어떤 병원에선 "혹시 문제가 생겨도 알아볼 수 있도록 20주는 지나고 맞는 게 좋다"고 하고, 어떤 병원에선 "출산 후에 맞는 게 낫다"고 말을 합니다. 저 같은 경우도 처음 진료를 받던 병원에선 "백신을 맞으라 마라 우리가 말씀드릴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전체 임신부 중 접종자가 어느 정도인데 이중 이상반응이 나타난 사람은 몇 명이고, 어떤 반응들이었으며, 이들 중 태아에게 영향이 있었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어떤지 등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질병관리청은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찾아볼 수 있는 자료는, 질병관리청이 매주 내놓는 '주간 이상반응 발생 동향' 보고서 내용 중 '이상반응 증상별 의심사례 신고 현황'인데 '임신부 관련 이상반응'은 2건으로 나옵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증상을 말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와 별개로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지난달 19일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근거로 "가임기 여성 중 현재까지 출산 예정일을 등록한 경우에 한해 파악된 이상반응 신고 건수는 30건이다. 대부분 발적, 통증, 근육통 등 일반적인 반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둘 다 정부에서 내놓은 통계인데도 왜 숫자가 다른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사실 자료만 보고선 쉽게 이해가 되진 않습니다.
정부도 '애로'는 있습니다. 저처럼 1,2차 접종 때는 임신부가 아니었다가 3차 때는 임신부인 경우도 많기 때문에 전체 임신부 현황을 파악하기가 어렵고, 임신부가 접종 후 '발열'증세가 나타났다 해도 이것이 일반적 발열인지 임신부이기 때문에 나타난 발열로 봐야하는지 판단의 기준도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질병관리청 담당 팀에 관련 문의를 했더니 "임신부 접종 관련한 통계 분석을 진행 중이고 조만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맞을까요 말까요?"
오미크론 확산으로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는 상황도 염두에 두시면 좋겠습니다. 최근 확진된 임신부가 진료와 분만까지 가능한 병상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고, 병상을 찾아 입원을 해도 일반 코로나 환자처럼 약이나 치료제를 쓰기가 어렵다보니 치료에 애를 먹는 경우도 취재 과정에서 많이 보게 됩니다.
누구도 대신 해주지 않는 고민을 하는 임신부들을 위해, 정부가 안심하고 백신 맞을 수 있는 환경과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일에도 좀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써줬으면 합니다.
(취재 : 박수진, PD : 김도균, 일러스트 : 김정연, 제작 : D콘텐츠기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