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부터 검찰의 수사지휘 제도가 없어지면서, 경찰이 수사 절차를 점검하기 위해 심사관이라는 것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경찰서 수사심사관이 고소인에게 사건 관련 조언을 해주고 수사 정보를 유출한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문제의 심사관과 고소인이 사건 관련 대화를 나누는 녹음파일을 입수했습니다.
김관진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 강남경찰서에 옛 동업자를 고소한 A 씨가 등장하는 통화 녹음파일입니다.
A 씨가 누군가에게 수사가 빨리 진행되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합니다.
[A 씨/고소인 : 형 가슴이 터질 것 같아 이번 달까지만 좀 해줘.]
상대방은 담당 수사관 일 처리가 늦어서 자신이 직접 사건을 살피고 있다고 답합니다.
[B 씨 : 보고서를 자기가 쓸 줄도 모르는 놈이 뭘 아는 게 있어야 보고서를 쓰지. 그럼 내 것 갖다 붙이든지. 나도 죽겠다, 나도 죽겠어.]
녹음파일 속 B 씨는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심사관 B 씨입니다.
경찰관 B 씨는 A 씨에게 상대방을 구속하기 위한 방법까지 조언합니다.
[B 씨/경찰관 : (피고소인이) 계속 협박한다 그래. 그런 것은 압박을 해야 돼. 또 하라 그래.]
실제로 경찰은 이후 이 사건과 관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 씨가 경찰관 B 씨에게 코인 투자 정보를 제공한 정황도 드러납니다.
[A 씨/고소인 : 코인 해라, 내가 똑같이 해줄게 형. 내가 공 하나 붙여줄게.]
A 씨와 경찰관 B 씨 사이 메신저 대화를 보면, A 씨가 경찰관 B 씨에게 수사 보고서를 수정해달라고 요구하고 B 씨가 이에 응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제보자 : 자기가 고소인인데도 불구하고 변호사가 자기 임의대로 수사 보고서를 쓴다고. 자기가 이거 수정해줘야 된다고 얘기하면서 수사관이랑 계속 통화를 했었어요.]
변호사인 A 씨는 경찰관 B 씨와 친분이 있는 것처럼 주변을 속이기 위해 조작한 녹음파일이며, 실제로는 B 씨를 잘 모른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관 B 씨는 통화와 만남을 모두 거부하면서 "해당 변호사를 잘 모른다"는 메시지만 보내왔습니다.
서울경찰청은 B 씨 등을 감찰한 결과, 수사 정보 유출 혐의 등이 포착됐다며 B 씨와 담당 수사관 등을 수사하기로 했습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박진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