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늘 씨 ㅣ 제보자
현실적으로 봤을 때 설날 연휴를 버티려면 그 돈이 없으면 안 됐거든요, 40만 원이. 그저 끝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거든요.
막막해진 하늘 씨는 건강보험공단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이 아니라 그저 이렇게 빠져나간 이유나 알고 싶어서였다고 합니다.
주변에 빌릴 수 있는 데는 돈을 다 빌렸고. 손을 뻗을 곳도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모든 것을 내려놨는데 확인을 한번 하고 싶어서, 알고나 죽자는 마음으로 전화를 했죠.
전화가 연결된 건강보험공단 직원은 하늘 씨가 짐작하기에도 아버지뻘 목소리였습니다. '더는 살고 싶지가 않다'는 하늘 씨에게 그 직원은 도리어 '젊은 사람이 살아야지, 왜 그런 생각을 하냐'며 울컥했습니다. 방법을 찾아보겠다며 하늘 씨를 다독이면서요. 회사 차원에서 도와줄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뒤에도 그 직원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사비를 털어 돕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그분께는 분명히 저같이 하소연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을 거예요. 제가 모든 걸 내려놓은 듯이 말하니까 그분이 저한테 '살라'고. '개인적으로 돈을 부쳐줄 테니 살아주세요', '늦게 갚아도 되니까 (가게) 운영하세요'라고. 거기서 제가 말을 못이었어요. 진짜 눈물이 없는 사람인데 눈물이 안 멈추더라고요.
그렇게 하늘 씨 계좌에 들어온 돈은 42만 원, 빠져나간 돈 그대로였습니다.
매일매일 공포거든요. 손님이 오늘 올지 안 올지 모르지만 그래도 해보려는 희망 하나로 버티는 거잖아요. 그런데 희망 자체를 가질 수 없도록, 돈이 하나도 없으니까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말 그대로 기적이 일어난 거죠.
얼굴도 모르는 어른이 보내준 선행을 하늘 씨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해당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물어봤습니다. 돈을 보내준 건 맞지만, 개인적으로 행한 일이라 알려지기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저 또한 기사 작성을 두고 깊이 고민했습니다. 특히 괜히 오해를 사서 선행을 하고도 주변의 시선으로 큰 부담을 느끼게 될 것 같은 점이 가장 마음에 걸렸습니다. 기사를 보고 개인적으로 호소하는 분들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도 있었고요.
하지만, 당장 식자재 대금도 낼 돈이 없어 극단적인 생각마저 했던 30살 사장님에게 이분이 쥐여 준 42만 원은, 아마 4천만 원보다 많은, 아니 생명을 구한 큰 값어치가 있는 행동이라 생각해 이렇게 소개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대신 그 직원분 신상이 드러나지 않도록 최대한 익명으로 소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산업팀에서 취재하는 저는,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막다른 절벽에 내몰렸다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수시로 만나고 있습니다. 그들의 한숨이 날로 깊어지고 있어서 항상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정부는 각종 지원금과 대출 정책 등으로 이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이들의 마음을 진정 따뜻하게 만들지는 못합니다. 하늘 씨 말처럼 '이거 줄 테니 일단 알아서 버텨보라'는 세상보단, 이렇게 '우리 함께 살자'며 내미는 위로의 손이 많은 세상이 우리 소상공인들에게 더욱 절실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