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과실로 숨진 만 61세 주부의 '장래 수입'이 없다고 본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사망자 A씨의 유족이 한 비뇨기과 병원장과 대학병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정년을 60세로 보고 일실수입(피해자가 잃은 장래의 소득)을 계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오늘(26일) 밝혔습니다.
오른쪽 요관결석으로 2013년 6∼7월 서울 강남의 한 비뇨기과에서 체외충격파 쇄석술을 받은 A씨는 네 번째 시술 며칠 뒤 발열과 구토 등 증상을 겪게 됐습니다.
A씨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뒤 중환자실에서 패혈증 등 치료를 받았고 9일가량이 지나 상태가 호전되자 인공기도를 빼고 일반 병실로 옮겼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이내 나빠졌습니다.
A씨가 빈호흡(과다호흡) 증세를 보이자 담당 의사는 인공기도를 다시 삽관해야 한다고 했으나 가족들은 주치의의 설명을 듣고 결정하겠다고 했고, 7시간 뒤 보다 못한 다른 의사가 인공기도 삽관을 결정하고 준비하던 중 심장은 멎었습니다.
1심 재판부는 비뇨기과 원장이 쇄석술을 시행하며 예방 조치와 경과 관찰을 게을리해 A씨가 사망했다는 유족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체외충격파 시술 후 요로감염이나 패혈증의 발생 가능성과 대처 방법을 설명하지 않은 점 등은 병원의 과실로 인정했습니다.
A씨가 나중에 입원한 대학병원의 경우 당시 기도 삽관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응급 상황에는 의사가 보호자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음에도 응급처치를 지연했다고 보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문제는 얼마만큼을 배상할지였습니다.
유족 측은 '의료사고가 없었다면 여성인 A씨가 최소 70세까지 약 8년 6개월 동안 가사노동에 종사할 수 있었다'며 8년 6개월치 일실수입 약 1억100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1심은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가 되는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보면서 "망인에게 직업이나 소득이 있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고 원고의 주장만으로는 망인에게 만 60세를 넘어서도 가동할 수 있음을 인정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배상액은 치료비와 장례비에 피고들의 책임 비율 40%를 산정한 뒤 위자료 등을 더해 결정됐습니다.
배우자에게는 2천400여만 원, 자녀 4명에게는 각 600여만 원입니다.
2심은 손해배상 책임을 감경해 배우자에게는 1천300여만 원, 자녀들에게는 5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사건을 다시 심리한 대법원은 사망한 A씨의 일실수입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에 문제가 있다며 심리를 다시 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조정한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근거입니다.
재판부는 "원심은 경험칙의 기초가 되는 여러 사정을 조사해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도출하거나 특별한 구체적인 사정이 있는지를 심리해 망인의 가동연한을 정해야 하는데 만 60세까지로 단정했다"며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