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휴대전화 액정이 깨져서 수리하러 갔다가 비싼 부품 가격 때문에 아예 새 제품으로 바꾼 적 있으시죠. 기업의 상술과 정부의 무관심 속에 이런 불필요한 소비가 이어지다 보니 소비자 권리는 뒷전이고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는데요. 세계적으로도 소비자의 수리받을 권리를 확대하란 요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장세만 환경전문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고장 난 아이폰을 고쳐주는 사설 수리점입니다.
카메라 렌즈가 깨졌을 때 여기선 중고 부품을 이용해 10만 원 안팎에 수리해줍니다.
반면 애플 공식 AS센터에서는 리퍼라고 불리는 재생 제품으로 교환해야 하는데, 최신 제품은 70만 원 넘게 듭니다.
애플은 부분 수리 불가를 내세워 통째로 바꾸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백승봉/아이폰 사설 수리점 : (아이폰의 경우) 카메라 렌즈만 파손이 돼도 전체 리퍼, 리퍼비시 (재정비) 중고폰을 바꿔주는 개념이고, 부분 수리에 대한 권리가 선택권이 없다는 겁니다.]
삼성전자 AS 센터는 어떨까?
깨진 액정을 고치러 갔더니, 신제품을 사는 게 낫다고 서비스 기사가 조언합니다.
[삼성전자 AS센터 직원 : (액정 교체에) 16만 3천 원 나와요. 이걸 수리했다 해서 나중에 또 고장 안 난다는 부분은 없어요. 새 핸드폰이 낫기는 해요.]
고장 수리 요구가 푸대접을 받는 데는 정부도 한몫했습니다.
소비자 권리 확보를 위해 제품마다 부품 의무 보유기간을 법적으로 정해놨는데 TV, 냉장고 등 일반 가전은 7년에서 9년이지만, 휴대전화 같은 디지털 기기는 4년에 불과합니다.
[정지연/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 제조사가 (부품과 수리 권한을) 다 갖고 있는 구조고 소비자의 다양한 선택권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이런 부분들을 구조적으로 좀 개선하는 부분들이 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고장 난 전자제품을 수리받을 권리를 확대하란 요구가 커졌고 법으로 보호받기 시작했습니다.
또 여기에는 갈수록 급증하는 전자제품 폐기물과 그에 따른 환경 파괴, 온실가스 문제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난 5년 사이 전 세계 전자제품 폐기물이 20% 넘게 늘어났는데, 특히 우리나라는 1인당 배출량이 세계 평균보다도 2배 이상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말 수리 권한을 확대하는 관련 법안이 발의된 데 이어, 대선 후보 정책 공약에도 포함되는 등 소비자 권리 찾기가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정성화, 영상편집 : 이소영, VJ : 박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