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Pick] '성범죄 혐의' 가수 정바비 재판 맡은 판사 "좋은 곡 많이 만들라"

사귀던 여성들을 폭행하고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인디밴드 '가을방학'의 멤버 정바비(본명 정대욱·42)의 첫 공판에서 재판장이 "좋은 곡을 많이 만들라"라는 발언을 해 논란입니다. 해당 공판에는 피해자 유족도 참석한 상태였습니다.

가수 정바비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김성대 부장판사는 어제(12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및 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 씨의 첫 공판을 진행했습니다.

정 씨는 지난 2019년 7월 가수 지망생이자 연인이었던 피해 여성 A 씨의 신체 등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A 씨는 정 씨로부터 성폭행과 불법 촬영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괴로움을 호소하다가 이듬해 4월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A 씨 유족의 고발을 접수한 경찰은 2020년 11월 정 씨의 불법 촬영 혐의는 기소 의견, 강간치상 혐의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지난해 1월 '증거 불충분'으로 정 씨를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당시 정 씨는 자신의 SNS에 "지난 몇 달간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것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최초 언론 보도로 인해 많은 이들이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정 씨는 또 2020년 7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또 다른 여성 B 씨를 폭행하고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습니다. 경찰은 지난해 1월 정 씨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을 포렌식해 관련 증거를 확보한 뒤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이후 A 씨 유족이 항고함에 따라 서울고등검찰청이 정 씨의 불법 촬영 혐의에 대한 재수사를 서울서부지검에 명령했고, A 씨와 B 씨 사건의 병합 수사가 진행되면서 정 씨는 다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가수 정바비

공판 당일 정 씨 측 변호인은 "동영상 촬영 자체는 인정하나 상대방의 동의를 얻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폭행 혐의와 관련해서는 B 씨의 뺨을 때리고 오른팔을 잡아당긴 것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부인했습니다.

재판장은 다음 공판 기일을 정한 뒤, 정 씨에게 "재판이 끝났으니 물어보겠다"며 "직업이 작곡가면 케이팝을 작곡하나, 클래식을 작곡하나"라고 재판과는 상관없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정 씨가 "대중음악이고 케이팝은 아니다"라고 답하자 재판장은 "혹시 우리가 다 아는 노래가 있나"며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이에 정 씨는 "없을 것 같다"고 대답하자, 재판장은 "나도 음악을 좋아하는 편이라 물어봤다. 좋은 곡을 많이 만들라"고 말했습니다.

해당 공판에는 A 씨의 유족도 참석한 상태였습니다.

A 씨 측 변호인은 "성범죄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에게 '좋은 곡을 많이 만들라'고 말한 것은 부적절하다. 공정한 재판이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숨진 A 씨의 아버지도 재판을 마친 뒤 "수사기관부터 재판부까지 가해자의 입장에서 진행하려는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정 씨의 다음 공판은 오는 3월 23일 오후 3시에 진행될 예정입니다.

(사진 출처=정바비 블로그)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