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군과 업계 사이에 검은 대가와 연계된 '채용 장사', '취업 청탁'의 관행이 없지 않았던 터라 예비역 장성이 방산업체에 입사할 때면 군이나 업체나 조심하고 또 조심합니다. 대형 무기 개발 및 도입 사업에 관여하는 주요 직위자와 가까운 예비역이 업체로 움직일 때는 특히 더 조심하는데, 현직 참모총장의 동기 3명이 동시에 LIG넥스원에 들어가니 '모종의 커넥션'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아니 나올 수 없습니다. 군과 업계는 박인호 총장 동기 3인의 LIG넥스원행(行)을 불안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1~2월 중 상근 · 비상근 임원급으로 입사
LIG넥스원 측은 어제 낮까지만 해도 "총장 동기 3명 채용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그러다 오후 5시쯤에야 말을 바꿔 "박인호 참모총장의 공사 35기 동기 3명의 채용이 확정됐다"고 공식 확인했습니다. LIG넥스원에서도 소수의 고위급만 은밀하게 이들의 채용 사실을 공유했던 모양입니다.
LIG넥스원에 들어가는 공사 35기는 이 모 씨, 또 다른 이 모 씨, 그리고 전 모 씨입니다. 조종 병과의 이 씨와 레이더 전문의 전 씨는 방사청 고위직 출신입니다. 무장 장교 출신의 이 씨는 현재 공대지미사일 선행연구에 참여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습니다. 모두 준장으로 전역했고, 이 중 어떤 이는 박인호 참모총장과 30년 이상 우정을 나누는 친구로 알려졌습니다.
LIG넥스원에 따르면 레이더의 전 씨는 상근 전문위원으로, 무장의 이 씨는 비상근 고문으로 각각 내년 1월 3일부터 근무합니다. 조종의 이 씨는 2월 1일부터 상근 전문위원으로 출근합니다. 하나같이 임원급 직위입니다. LIG 넥스원 측은 "전투기 무장 개발과 전투기·무장 통합 등의 업무를 맡기기 위해 채용을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박인호 총장 동기라서 3명을 선발한 것도 아니고, 박 총장의 입김도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뽑다 보니 공교롭게도 총장 동기 3명이 모였다는 해명입니다.
'총장 동기 3인방' 채용은 우연일까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LIG넥스원과 공군의 부적절한 밀월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했습니다. 한때 육군 장성 출신들을 대거 영입했던 한화 계열사의 한 임원은 "우리도 마음 같아선 참모총장 동기들을 무더기로 데려오고 싶었지만 차마 엄두를 못 냈다", "앞으로 LIG넥스원이 어떤 사업에 뛰어드는지, 공군은 어떻게 호응하는지, 총장 동기 3인방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다들 주목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 업체의 대표는 "무장 전문의 이 씨는 공대지미사일 선행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공대지미사일의 ROC(군 작전요구성능) 기밀을 손바닥 보듯 하다가 특정 업체에 취업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작지 않다"고 꼬집었습니다. 군 수사당국이 이들 중 일부를 주시하고 있다는 말도 업계에서 돌고 있습니다.
오이 밭에서 신발끈 묶지 말아야…
박인호 참모총장은 지난 7월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공군 성추행 피해 사망사건으로 전임 총장이 등 떠밀려 나가는 바람에 창졸간에 총장으로 임명됐습니다. 아직 5개월 차 총장이라 적어도 내년 하반기까지는 총장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박인호 참모총장의 재임 기간 LIG넥스원이 공군의 무기 개발사업에 뛰어든다면 박인호 참모총장과 LIG넥스원 동기 3인방의 일거수일투족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공군은 LIG넥스원 해명과 마찬가지로 "박인호 총장은 동기들의 취업 사실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고, 취업 과정에 일절 관여한 바 없다", "취업 제한이 비슷한 시기에 풀려서 생긴 우연의 일치"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