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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구했다 빚더미에 전과자 낙인…취업사기의 덫

<앵커>

사회초년생에게 일자리를 미끼로 한 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높은 수입, 안정적인 업무란 말을 믿었다가 오히려 큰 빚을 떠안고 심지어 전과자가 되는 경우도 있는데, 피해 사례를 김정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군에서 갓 전역한 22살 박 모 씨는 취업사이트에 공개 이력서를 올린 뒤 한 업체로부터 전화로 일자리를 제안 받았습니다.

[박 모 씨 (22세) : 약속된 장소 그 위치에 가서 그 분 만나서 서류 드리고 돈을 받아서 지정해주는 계좌로 입금해주는 방식이었죠.]

회사의 모든 연락은 대면이 아닌 전화나 SNS를 통해서만 이루어졌습니다.

그래도 건당 10만 원 수입에, 열심히 하면 정규직 전환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열흘 만에 박 씨는 피의자 신세가 됐습니다.

박 씨가 했던 일이 보이스피싱 현금 전달책이었던 겁니다.

[박 모 씨 (22세) : 억울하죠. 제가 뭐 나쁜 마음을 먹고 이런 행동을 했으면 처벌 받아야 되는 건데, 전역도 했고 이제 열심히 살아 보려고 약간 희망 같았거든요, 저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29살 이 모 씨도 아르바이트에 나섰다가 박 씨처럼 보이스피싱 공범이 됐습니다.

일을 한 건 불과 닷새뿐이지만 사기죄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모 씨 (29세) : 전과자가 돼서 공무원 시험 준비하던 것도 포기하고, (보이스피싱) 피해자와 합의를 해야 돼서 6천, 7천만 원씩 돈 준비해야 되지….]

정작 진범들은 법망 바깥에서 활보하고 있습니다.

[이 모 씨 (29세) : 수사에 협조하고 진범들을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 나도 억울하다 (라고 했는데?) 휴대폰 꺼라, 아니면 이제 연락 안 해도 된다. 어차피 못 잡는다고….]

막대한 빚을 떠안게 된 청년들도 있습니다.

지인에게서 일자리를 소개받은 22살 조 모 씨.

[조 모 씨 (22세) : 너한테 핸드폰을 하나 주게 되면 그 전화를 받아서 무슨 내용인지 그걸 보고서 형식으로 적어서 나한테 갖다 주면 돼. 월 700만 원을 준다는 거예요.]

그런데 지인은 이 일을 하려면 먼저 신용 조회를 해야 하고, 조회를 위해서는 대출을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대출금은 신용 조회용으로 사용한 회삿돈이니 일단 모두 회사로 입금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조 모 씨 (22세) : 저는 아무 것도 모르고 신용 조회를 해서 대출이 나왔어요. 대출 금액 총 4천500만 원 정도 나왔는데….]

회사가 대출금을 갚겠다고 했고, 모두 입금됐다는 은행 문자까지 받았지만 모두 회사 측이 보낸 사기문자였고, 대출금 4천500만 원은 고스란히 조 씨의 빚이 됐습니다.

한 취업 사이트 자체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한 20~30대 절반 가량이 취업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윤우/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 : 취업난이 너무 심각하다 보니까 '나는 뭐라도 해야 돼', 사기에 그냥 노출되고 의심 자체를 조금 등한시한 채 취업 사기에 노출돼 있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더 쉽게 당하시는 거죠.]

전문가들은 구직자들 스스로 먼저 꼼꼼하게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홍순민/서울 광진경찰서 강력팀장 : 대면 면접은 필수입니다. 비대면 면접은 없어요. 신분증 사본이라든가 등본, 가족관계 증명서, 그런 것을 사진을 찍어서 보내라, 이런 회사는 절대 없습니다.]

취업 사이트들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또 정부 차원의 강력한 취업 사기 근절 노력과 처벌 강화 역시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영상취재 : 하 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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