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50대 남성으로, 1,2차 모두 아스트라제네카(AZ)를 맞았다. AZ백신만 맞은 경우 예방효과가 빨리 떨어진다는 기사가 자주 보이던터라, 지난 월요일 잔여백신 당일예약으로 모더나 부스터샷을 접종했다. 3차접종을 했다고 하니 주변사람 모두가 물었다. 아프냐고.
아팠다. 1,2차 때는 별다른 아픔 없이 수월하게 지나갔다. 이번엔 꼬박 이틀 하고도 반나절을 전신피로감, 발열, 두통, 몸살 등을 골고루 경험했다. 이 정도는 모든 나라의 보건당국이 말하는 정상적인 부작용 범주에 든다. 한자를 함께 표기하지 않는 요즘, 부작용이라 하면 아닐 부(不, negative)를 연상하기 때문에 '뭔가 잘못된' 증상이라는 느낌을 주는데, 원래 이 단어의 ‘부’는 버금 부(副, ‘부팀장, 부업, 부캐’ 할때의 ‘부’ )자다. 영어로는 ‘사이드 이펙트(side effect)’다. 백신을 개발할 때 의도한 반응은 아니지만, 백신이 제 효과를 내게 되는 과정에서 따라오는, 정상 범위에 드는 현상이라는 뜻이다.
물론, 중대한 이상반응이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드물지만 발생한다. 이러한 위험을 과소평가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발열, 몸살기, 접종부위 통증 등은 정상적 반응의 범주 안에 드는 것이니 너무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다양한 부(副)작용을 경험해가며 백신을 맞아도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감염을 막는다 못막는다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과연 백신은 우리 몸에 어떻게 작용하는걸까? 백신과 관련해 뒤죽박죽으로 쓰이고 있는 개념들을 좀 알아야, 제각각으로 쏟아지는 기사들을 나름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바이러스가 세포를 어떻게 감염시키는지부터 아는 게 좋다.
[백신 이해하기 1] 바이러스는 세포를 어떻게 감염시키나
감염 자체가 ‘아프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감염된 세포는 바이러스 복제 대량생산의 공장이 된다. 감염된 세포가 감당하기 곤란한 정도로 많아지기 시작하면 우리는 ‘어, 몸상태가 안좋다. 아프다. 병원 가봐야 하나’ 하고 느끼게 된다. 그 단계까지 가기 전엔 ‘무증상 감염’(증상 없음)과 '경증 감염 (감기 정도로 가볍게 앓음)'이 있다.
[백신 이해하기 2] 감염의 예방- 중화항체의 작용
[백신 이해하기 3] 그래도 감염되면? -T세포의 역할
[백신 이해하기 4] 그러면 백신은 뭘 하는가?
과거의 백신은 적군을 직접 잡아다 무기를 뺏거나 반쯤 죽여서 훈련용으로 썼다면, 최근에는 모의적군을 만들어서 시뮬레이션으로 스마트하게 훈련하는 방식을 쓴다. 그게 특정한 적군에 맞춰 훈련을 설계,실행하는데 더 빠르고 안전하고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mRNA 백신이다.
[백신 이해하기 5] mRNA 백신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주어진 임무를 마친 mRNA는 일정시간이 지나면 파괴되어 소멸된다. 일부 가짜뉴스 전파자들은 mRNA백신을 맞으면 그 mRNA 물질이 우리 몸의 DNA를 손상시킨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그건 mRNA백신의 원리상 말이 안되는 주장이다. 백신에 담긴 mRNA는 우리 몸속 세포의 핵 안에 든 DNA에 영향을 주지 못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훈련을 실전처럼 하면 좋다고 하지만, 실제 적군을 우리 몸속에 들여놓았다가 수비대의 방어가 시원치않으면 병에 걸려버리는 수도 있다. mRNA백신은 그런 위험을 원천적으로 제거한 것이다. 적군으로 간주할 수 있는 ‘식별표식’만을 우리 몸속에서 카피해 만드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주사로 들어온 mRNA물질의 효과로 우리 면역체계가 훈련을 마치고 코로나19바이러스를 중화시킬 항체를 본격생산하기까지는 대략 2주 정도 걸린다. 그래서, 백신2차접종을 마친 뒤 며칠 안된 사람들이 감염-확진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이다.
중화항체는 초기에 많이 나온다. 몇달 지나면 주사 맞은 사람의 혈액 속에서 검출되는 중화항체의 양은 많이 줄어든다. 그래도 '훈련의 기억'은 남는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면역세포들은 인지->식별->항체 생성->중화(무력화)-> 감염된 세포 파괴 등의 반응을 착착 진행한다.
[백신 이해하기 6] 그런데, 변이가 일어났습니다.
예상 적군을 얼굴생김만 갖고 기억하는 외곽의 경계 병력이, 민간인으로 변장한 적군을 맞닥뜨린 경우를 생각해보자. 경계병들이 처음엔 식별 못하고 방어선을 통과시켜줄 수 있다. (즉, 중화항체가 제 역할을 못함). 그러나 적군의 다른 특징들(걸음걸이 같은 습관, 덩치 등등)을 기억하고 있다면, 그리고, 잠입한 적군이 우리 몸을 휘젓고 다니며 벌이는 짓들을 감지한다면, 2선 3선의 방어 병력은 1차 방어선 안으로 침투한 적군을 격멸하기 위해 싸울 것이다. 만일 그 적군이 진지를 점거하고 저항한다면, 그 진지를 폭파시켜서라도 적군을 퇴치할 것이다.
실제로 우리 몸의 면역세포(T세포)들은 그렇게 한다. 세포가 변이 바이러스에 속아 일단 감염되더라도, 감염된 세포가 늘어나 우리 몸을 많이 아프게 하기 전에 감염된 세포들을 파괴해 더이상의 피해를 막는다.
중간정리를 하자면, 백신은
1) 중화항체도 만들도록 하지만
2) T세포 등의 면역활동도 강화한다.
2)의 효과는 1)의 효과보다 더 오래 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에 대해서라면 1)은 길어야 5-6개월, 빠르면 2-3개월안에 사라지지만 2)는 그보다 훨씬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2)는 특정한 스파이크단백질에 대해서만 발동되는 게 아니다. T세포는 바이러스 표면에 돋아난 스파이크단백질 외에도 다른 여러가지 부위와 신호로 위험한 바이러스를 감지하므로, 변이 바이러스에 잘 속지 않고 제 할 일을 한다.
따라서, 이렇게 유추할 수 있다. 백신을 설계대로 다 맞으면,
1) 항체 양이 줄어서 감염되더라도, 또는 변이에 감염되더라도
2) 증상이 심해지지 않고, 빨리 나을 수 있다.
[백신 이해하기 7] 그런데 왜 자꾸 '백신 효과없다'는 말이 나올까?
그런데 요즘 외국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 중화항체만 갖고 얘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번역된 우리말 기사에선 ‘백신의 예방효과’라고 뭉뚱그려져 있지만, ‘증상의 발현을 방지하는 효과’, 입원(까지 가는 꽤 심한 증상)을 방지하는 효과’ ‘(사망을 포함한) 위중증을 방지하는 효과’ 등으로 나누어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원래 백신은 후자를 더 중시한다. 기사를 볼때는 어떤 효과를 얘기하는 건지 유의해서 읽어야 한다.
그러면 이제, 기존 백신과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최근의 주목할 만한 외신기사를 읽어보자.
[백신 기사 읽기 1] 기존 백신, 오미크론에 효과 없다? 부스터 샷은 효과 있다?
"화이자 3차까지 맞아도 오미크론에 대해서는 델타에 대해서보다 효과가 1/4이다". 이게 무슨 효과를 말하는 것인지, 어떤 분석이 이뤄진 것인지, 앞선 그림설명들을 토대로 살펴보자.
이들의 혈청에는 백신의 효과로 형성된 코로나19 중화항체가 들어있을 것이었다. 실험을 주관한 길리 레게브 요카이 교수는 이들의 혈청이 든 시험관에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를 집어넣고, 항체가 바이러스를 어느 정도나 중화하는지 관찰했다.
부스터샷을 맞은 사람들의 혈청에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를 넣었을 때는 상황이 좀 나았다고 한다. 부스터샷을 안 맞은 사람들의 혈청보다는 중화 성능이 100배 가까이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다만, 그래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중화시키는 성능에 비해서는 4분의 1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실망할 일은 아니며, 꽤 낙관적인 결과라는 게 레게브 요카이 교수의 말이다.
[백신 기사 읽기 2] 영국 연구: 부스터샷 맞으면 오미크론에 대해서도 70% 넘는 예방 효과?
영국에서는 12월10일자로 발표되었다. 영국 보건안전청(UKHSA)이 델타 감염자 56,439명, 오미크론 감염자 581명의 케이스를 분석한 것이다.
국내 매체들에는 이런 문장으로 많이 보도됐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2회 접종하고 3차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경우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71%의 백신 효과를 보였으며, 3차례 모두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경우 76%의 백신 효과를 보였다. 델타 변이에 대한 효과는 AZ-화이자 교차 접종군에서는 94%, 화이자 접종군에서는 93%로 확인됐다.”
앞선 긴 설명을 읽어주신 여러분은 이제 '백신 효과'라는 용어가 모호하다고 느낄 것이다. 리포트 원문에는 '증상이 나타나는 정도의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라고 나온다. 국내에서 백신의 예방효과를 말할 때는 대체로 '감염 자체를 막아주는 효과 (중화 효과)'를 의미하는 경향이 있다. 이 연구에는 그러한 수치가 나오지 않지만, 만일 그런 수치를 따진다면 기사에 나오는 71%, 76%, 94% 등의 숫자보다는 훨씬 낮은 수치가 나올 것이다. 무증상 감염도 많기 때문이다.
영국 보건안전청(UKHSA)의 연구 리포트 중 우리 눈길을 가장 끌 만한 그래프 하나를 보자.
이 외에도 다양한 초기연구 결과들이 외신을 통해서 소개되고 있는데, 대체로 여기 소개한 연구들과 흐름이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 기사들을 읽을때는 중화 항체 효과에 대한 이야기인지, (T세포 등의 기능까지 고려한) 증상 및 입원 예방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인지 가려가면서 읽는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주요국 보건당국이 부스터샷을 강력히 권고하는 이유
이 정도에서 이미 충분히 긴 기사를 끝내려 했는데, 지인이 기사 하나를 카카오톡으로 보내왔다. 어차피 문제의 기사를 거론하는 댓글이 달릴 것 같아서, 이것도 다루고 마무리하고자 한다.
P.S. 백신 맞은 사람이 죽을 확률이 더 높다고? - 그 주장이 착각인 이유
문제의 의원실 주장이 맞으려면, 이런 주장이 참이어야 한다.
“내가 오늘 로또를 사서 1등 당첨될 확률은 50%다. 왜냐? 되거나, 안되거나 둘 중 하나이니까.”
그런 무모함으로 로또를 사는 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지만, 엉터리 주장으로 남들까지 백신을 혐오하게 만드는 건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일이다.
[구성 : 이현식 선임기자(D콘텐츠 제작위원), 장선이 기자 / 디자이너 : 명하은, 박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