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그만둘 생각도 했고, 피아니스트로서 마지막으로 생각해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출전한 콩쿠르였어요. 오로지 음악에 집중했던 점이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온 것 같아요"
현지 시각 지난 11일 피아니스트 서형민(31)이 독일 본 베토벤국제콩쿠르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슈만 최고해석상, 실내악 특별상, 협주곡 최고해석상도 동시에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한국인으로서는 이번 대회에서 세 번째 우승을 차지한 서형민은 "체력적, 심적으로 정말 힘들었지만 이렇게 좋은 결과를 이뤄내서 너무 기쁘다"며 9명의 심사위원 전원이 1위 표를 던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올해가 지나면 피아노를 그만둘 생각도 했고, 독일행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가는 순간까지도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며 "피아니스트로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해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출전한 콩쿠르였다. 오로지 음악에 집중했던 점이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온 것 같다"며 당시의 심정을 전했습니다.
"'고름 손가락' 고통, 손톱 뽑는 수술까지 했다"
그를 괴롭게 한 건 무엇보다도 손가락 문제가 컸습니다.
서형민은 "몇 년 전부터 왼손 네 손가락의 손톱이 들뜨고 염증이 심해지면서 손톱을 뽑아내는 수술까지 받았지만 최근 상태가 더 나빠졌다"고 털어놨습니다.
콩쿠르 참가 직전에도 손가락에서 고름이 나왔을 정도로 심한 고통이 그를 옥죄었습니다. 손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 피아니스트에게는 치명적인 시련이었던 것입니다.
그는 "자주 고름이 차오르는데, 고통이 심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라면서 여러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병명을 알 수 없어 답답해했습니다.
이어 "원하는 만큼 무대에 자주 서서 연주를 할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해 이번 콩쿠르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더 발전시키지 못하면 피아노를 그만두겠다"라고 다짐했다면서,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루어낸 성과였기에 그에게는 더욱 의미있는 우승이 되었습니다.
4살부터 피아노를 시작한 서형민은 5살에 작곡을 시작했고, 7살에 첫 독주회를 연 '음악 영재'였습니다.
10살에 미국으로 간 후 2001년 뉴욕필하모닉 영아티스트 오디션 우승으로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국제 무대에 데뷔했습니다.
이후 2013년 일본 센다이국제음악콩쿠르 준우승, 2016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우승, 2016년 벨기에 퀸엘리자베스콩쿠르 입상, 2018년 인터내셔널저먼피아노어워드 우승 등을 거머쥐었습니다.
현재는 독일 하노버국립음대 대학원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인생의 마지막일 수도 있었던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희망을 발견한 그는 무엇보다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작곡가인 베토벤의 이름을 딴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점에 기뻐하며 "피아노를 계속해야할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서형민은 독일 베를린, 뮌헨, 본, 프랑스 파리 등 유럽 약 30개 지역에서 연주회를 가진 후 내년 2월 15일 서울예술의전당 IBK 챔버홀에서 열릴 리사이틀 무대에 설 예정입니다.
(사진=금호문화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