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 한 외국인 교수가 1억 원이 넘는 연구비를 부당하게 챙긴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본국으로 도피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수사당국은 피의자로 입건한 해당 교수에 대해 출국 금지 등 조치를 제때 하지 않아 신병 확보에 실패했고, 기소 중지 처분을 내린 상태입니다.
오늘(7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소속 교수였던 외국인 A 씨는 연구개발비를 부정 수급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았습니다.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이 사건을 조사 중입니다.
A 씨는 2013∼2017년 연구비를 부당하게 챙긴 혐의로 2018년 3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됐습니다.
같은 해 8월 권익위는 이 사건을 경찰과 교육부, 과기부에 이첩했습니다.
권익위는 신고 내용에 신빙성이 있어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사건을 관계 기관에 이첩합니다.
A 씨는 석사 과정 학생들에게 지급된 인건비를 다시 돌려받고, 연구와 관련 없는 자신의 가족을 박사 연구원으로 허위 등록해 임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구원 식대 등 회의비를 사적으로 사용한 정황도 파악됐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A 씨가 챙긴 금액은 총 1억 2천만 원 수준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A 씨의 지도학생 중 한 명이었던 B 씨는 "당시 연구에 참여한 석사 인건비는 인당 월 160만∼180만 원 수준이었다"며 "계좌에 돈이 들어오면 약 40만 원만 제외하고 나머지 금액을 현금으로 인출해 모두 A 씨에게 돌려줬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A 씨는 연구원으로 허위 등록한 가족 명의로 한 달에 임금 200만∼300만 원가량을 받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수사를 받던 A 씨는 2019년 안식년 명목으로 본국으로 출국했고, 서울대는 이후 A 씨가 업무에 복귀하지 않자 지난해 11월 퇴직 처리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A 씨가 수사에 협조적으로 응하고 있었고, 대학교수라는 신분 등을 고려했을 때 출입국 관련 조치를 할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대 관계자는 "횡령 문제가 불거지자 학교 측에서 A 씨에 대한 소환 시도를 했으나 이를 거부해 직권 면직으로 퇴직시켰다"며 "검찰에서는 피의자 소재 발견 시까지 기소를 중지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현재 A 씨는 퇴직자이므로 학교 측에서 A 씨에게 할 수 있는 조치는 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