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엄마 김혜경 VS 토리 엄마 김건희'
한준호, 사흘 만에 늦은 사과…텔레그램 방에선 "기자들 때문"
본인의 SNS 글에 대해서는 논란이 없었지만 글을 쓰고 수정하는 과정을 '기자들이 캡처해 문제를 키운 것'이라는 주장인데, 마치 문제가 없지만 기자들이 문제를 만들고 키운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한 의원은 지도부에 판단을 부탁드린다고 했고, 얼마 뒤인 어제 오후 1시 40분 결국 사과문을 올렸다. 마치 버티다 사과를 한 것처럼, 사과의 진정성마저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뭐가 문제인지 여전히 모르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국회의원은 "저 대목에서 후보를 언급한 건 매우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마치 후보가 대응하지 말라고 한 것처럼 읽힐 수 있다는 이유였다. 해당 메시지에 대한 한 의원의 입장을 묻고자 여러 차례 전화하고 문자를 남겼지만 한 의원은 답하지 않았다.
"비서는 입이 없어야 하는데"…선대위 내부에서조차 우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민주당 선대위 안팎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다들 자기 광내는 데만 정신 팔려있다"는 말이다. 과거 정권 탈환의 핵심 역할을 했던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최근 "후보만 죽어라 뛰고 있다"며 위기감과 절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후보 본인조차 "덩치만 크고 하는 일을 제대로 못 챙기는 선대위"라고 질타할 정도다. 의원들이 자리다툼에 매달려 서로 자기 장사만 하려 한다는 지적은 공공연히 나온다.
한준호 의원의 대처 자체도 문제다. 국회의원의 SNS는 엄연히 공개된 공적 취재의 영역이고 의원들도 그 점을 적극 활용한다. 애초에 부적절한 표현을 쓴 게 문제지, 수정을 하다가 그걸 누가 캡처해서 문제를 키웠다는 건 궤변에 가까운 논리다. 같은 논리라면 윤석열 후보의 '개 인도사과' 사진 논란은 그 사진을 캡처해 기사화한 언론의 잘못인가. 평소 언론인 출신을 자처하는 (前 MBC 아나운서) 의원의 대(對)언론 인식과 판단이라고는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다. 이마저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후보 핑계를 대며 지도부의 판단을 기다리다 사흘 만에야 사과 글을 올렸다.
한 의원의 '과잉 충성'이 화를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선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재선 의원은 "취해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안 해도 될 말과 행동을 자꾸 한다는 뜻이란다. 또 다른 중진급 인사는 "아직 콘텐츠가 부족한데 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과거 문재인 캠프의 '사람이 먼저다' 같은 슬로건을 만들고 최근 이재명 선대위에 합류한 카피라이터 정철 씨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너무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약간 많이 나갔다"고 말했다. 한 의원을 두고 한 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의원들의 돌발행동, 결국 후보의 부담으로
민주당은 오늘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선대위 개편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게 이 후보와 선대위 지도부의 인식이다. 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한 중진 의원은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물론 그래야 한다. 그러나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일 못지않게 시급한 과제는, 우선 후보 주변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지 않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