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서 보안 업무를 맡고 있는 한 자회사 대표가 직원들을 성추행했는데 아무런 징계도 없이 사흘 동안 사과문만 붙이고 사건을 마무리했습니다. 회사 대표는 자신을 계기로 직원들이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한성희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주 금요일 인천국제공항의 보안을 담당하는 자회사 게시판에 사과문이 붙었습니다.
회사 대표가 자필로 쓴 건데, '현장근무 격려차 순찰 중에 직원의 신형 유니폼 재질이 어떠냐면서 동의 없이 팔뚝과 허벅지를 만졌다.', '방탄복이 덥지 않느냐며 가슴 부위를 만졌다.'고 성추행 내용을 설명하면서 여름용으로 지급한 방호복을 확인하다가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합니다.
피해 여직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항의하자 사측이 피해자들과 수차례 면담 끝에 사과문을 붙인 거라는데, 정작 사과문은 금, 토, 일 딱 사흘간 붙었습니다.
주말이 껴 있어서 글을 읽은 직원은 별로 없다고 합니다.
[업체 직원 : (사과문을) 게시판에 그냥 언제 붙였는지도 모르게 붙였다가 바로 떼어버린 거예요. 거의 못 봤어요. 그리고 또 그걸 사진을 못 찍게 했어요.]
사측은 피해 직원들에게 '앞으로 일절 이의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사과문 말고 대표는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습니다.
직원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분노합니다.
[업체 직원 : 이런 (성추행) 사건에 휘말리면 거의 퇴사하고 나갔어요, 직원들은.]
실제로 두 달 전 여직원을 성추행한 직원은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회사 대표는 "언행에 각별한 주의를 해야겠다고 느꼈다"면서 "자신을 계기로 직원들이 성인지에 큰 경각심을 갖게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김남성, 영상편집 : 전민규, CG : 서동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