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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페셜리스트] 나만 안 아픈 백신, '물백신'인가요?

똑같은 백신 맞았는데 누구는 심하게 아팠다던데 나는 하나도 안 아팠다면 나한테는 물 백신이었을까요?

이 답을 드리기 전에 왜 똑같은 백신 맞았는데 사람마다 아픈 게 다른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이건 술입니다.

똑같은 술 마셨는데도 어떤 사람은 1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고 힘들어하는 사람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몇 병을 마셔도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커피도 마찬가지입니다.

1잔만 마셔도 밤잠 설치는 사람 있는가 하면, 몇 잔 마셔도 잘 자는 사람이 있죠.

사람마다 알코올과 카페인에 반응하는 유전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백신도 마찬가지입니다.

백신 안에는 면역력 생기게 하는 핵심 물질 말고도 보조물질 수십 가지가 들어있습니다.

백신을 맞으면 이 물질들이 먼저 근육을 지나서 혈관으로 타고 몸속으로 퍼져가고, 그리고 뇌에까지 들어갑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반응하는 물질도 다르고 반응하는 단계도 다르며 반응하는 정도도 제각각인 겁니다.

그러니까 사람마다 유전적 특성이 달라서 똑같은 백신 맞아도 누구는 더 아프고 누구는 덜 아플 수 있는 겁니다.

이게 전부일까요? 아닙니다.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이 11명에게 똑같은 전기 자극 통증 줬는데 반응이 사람마다 제각각이었습니다.

뇌 MRI 찍어봤더니 뇌 반응, 그러니까 감정 자체가 달랐던 겁니다.

무슨 말이냐면 똑같은 통증이라도 사람의 심리 상태에 따라서 누구는 아프게 느끼고 누구는 덜 아프게 느낀다는 겁니다.

이거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화이자와 모더나로 설명하겠습니다. 두 백신 모두 mRNA 백신이죠.

모더나가 화이자보다 mRNA 양이 3배 넘게 많습니다.

지금까지 조사된 것을 보면 백신 맞은 다음에 두통이나 피로감 호소하는 사람이 모더나가 화이자보다 2배 많았습니다.

대신 모더나가 화이자보다 중화항체 양이 더 많이 생겼습니다.

No pain, No gain이라는 말이 아예 틀린 말은 아니라는 거죠.

자, 그럼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서 나만 안 아픈 백신, 나에게는 물 백신일까요?

아닙니다. 큰 통증 없이 지나갔다 하더라도 물 백신은 아닌 겁니다.

분명 사람마다 통증 차이는 있지만, 심리상태, 개인 체질에 따른 차이일 뿐 중화항체 형성에 큰 차이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중화항체, 그냥 양만 많은 게 아니라 적어도 열심히 싸울 수 있다는 연구도 나왔습니다.

양보다는 질이라는 얘기겠죠.
  
조금 더 아팠다면 중화항체는 더 많이 생겼을 확률은 있지만, 그게 강력한 면역력을 획득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프고 안 아프고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꼭 신경 써야 할 개인 체질은 있습니다.

HPF4 항체가 있는 체질은 피를 굳지 않게 하는 헤파린이라는 약물을 투여하면 오히려 피가 굳는데 이럴 경우 혈전 위험성이 높습니다.

주치의와 충분히 상의한 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영상취재 : 김현상·박현철, 영상편집 : 김준희, CG : 강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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