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기 진입 38대→39대→56대 늘려…중국 관영매체 "전쟁은 실제"
미국 국무부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역내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고 오산을 초래할 위험이 있는 중국의 도발적인 군사 행동을 매우 우려한다"고 밝혔고, 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은 "미국은 타이완 문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논하지 말라"면서 "타이완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고 맞받았습니다.
중국 관영매체의 기류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0월 2일까지만 해도 군사전문가 쑹중핑의 말을 인용해 "정상적이고 일상적인 훈련"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타이완의 군대와 외국의 간섭을 억제하기 위해 훈련 규모를 늘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 도발 목적이 아닌 일상적인 훈련의 하나임을 강조한 것입니다. 글로벌타임스는 3일 사설에서도 중국 군용기의 타이완 방공식별구역 진입을 '국경절 열병식의 한 형태'라고 했습니다. "중국 건국 72주년을 맞아 국민을 크게 격려하고 국경절의 특별한 의미를 부각하는 것"으로 "타이완에 대한 중국의 주권 선언"이라고 의미 부여했습니다. 중국군은 올해에만 벌써 198차례 타이완 상공에 전투기를 보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5일 이 매체의 어조는 확연히 바뀌었습니다. 글로벌타임스는 4일 밤에 올린 사설에서 "타이완의 분리주의자들과 그들의 선동가들에게 경고할 때"라며 "전쟁은 실제"라고 했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우려 표명과 중국 군용기 56대의 진입이 있은 뒤입니다. 글로벌타임스는 "타이완 집권 민진당이 중국군을 공개적으로 '적'이라 부르고 미국, 일본과 더욱 대담한 유착을 하고 있다"면서 "타이완해협 상황은 정면 대결을 피할 여지가 거의 없어졌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위기감을 조성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중국은 종합적인 군사 투쟁에 대한 준비의 막을 분명히 열었다"며 "중국군의 훈련은 주권 선언 차원을 넘어 타이완을 되찾는 데 필요한 병력 동원, 공격, 병참 준비를 이행하는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사설만 보면 중국군의 타이완 방공식별구역 진입이 하루이틀 새 '주권 선언' 차원에서 '실제 전쟁 연습'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입니다.
'2027년 중국 타이완 침공' 시나리오 제기…힘의 균형추가 좌우할 듯
그렇다면 앞으로도 중국은 타이완을 침공하지 않을까요. 여기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장담을 못합니다. 오히려 중국 안팎에선 오는 2027년쯤 중국이 타이완을 침공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내년에 3연임에 성공한다면, 2027년은 4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시점입니다. 중국 내에서도 3연임까지는 가능할지 몰라도 4연임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심심찮게 제기됩니다. 또, 인구 증가 추이 등을 감안할 때 2027년쯤엔 중국 경제가 최정점에 달한 뒤 내리막을 향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선, 시 주석 입장에선 돌파구와 승부수가 필요할 수 있는데, 이때 유력한 카드 중 하나가 타이완 통일이 될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군사적인 분석도 이런 시나리오를 뒷받침합니다. 현재 중국이 보유 중인 항공모함은 랴오닝함과 산둥함 2척입니다. 현재 3번째 항공모함을 건조 중인데 중국 언론은 내년 초 진수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2027년에는 중국이 6척 정도의 항공모함을 보유할 것이란 예측이 나옵니다. 중국이 타이완을 공격해 미국이 개입하더라도 해상전으로 끝날 수 있습니다. 중국이 괌을 타격하거나 반대로 미국이 중국 본토를 폭격할 경우 전황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7년 침공설의 이면에는 '중국이 항공모함 6척을 보유하면 타이완을 둘러싼 해상전에서 미 7함대 등 미국 전력에 뒤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깔려 있습니다.
올해 4월 퇴임한 필립 데이비슨 전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지난달 23일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중국이 향후 6년 이내에 타이완을 침공해 병합하는 시나리오가 한층 가시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데이비슨 전 사령관은 그 근거로 미사일·사이버·훈련 능력, 병력의 상호 이용·후방 지원 등의 중국군 변화를 거론했습니다. 아울러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 의욕도 꼽았습니다. 데이비슨 전 사령관이 특정한 향후 6년은 공교롭게 앞선 시나리오에서 제기된 2027년과 일치합니다.
전쟁이 발발할 경우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타이완 우자오셰 외교장관은 4일 호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타이완을 공격한다면 타이완은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중국도 막대한 손해를 입을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미국은 태평양에서 일본, 호주 등과 동맹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위 시나리오대로라면 6년 이내 '힘의 균형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가 전쟁 발발 여부를 가늠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