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추진해오던 '근현대 흔적남기기'라는 사업이 있습니다. 개발로 사라지는 문화유산을 원형 그대로 남겨서 보존하자는 건데, 재건축 단지에서 낡은 아파트 일부를 남기도록 한 데 대해서는 주민 반발도 이어져 왔습니다. 최근 오세훈 시장은 이 흔적남기기 사업을 전격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관련한 논란도 일고 있는데, 이호건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 옛 성동구치소 부지입니다.
아파트 등을 짓기 위해 철거 작업이 한창인데 유독 감시탑만 남겨놨습니다.
소공동 부영호텔도 옛 건물 외벽을 그대로 둔 채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모두 서울시의 '근현대 흔적남기기 사업'인데, 2013년 개발로 사라지는 근현대 유산을 보존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습니다.
아파트도 예외가 아닙니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공사 현장 한복판에 지은 지 40년이 된 낡은 아파트 한 동만 덩그러니 남아 있습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옛 생활을 엿볼 가치가 있다며 남기도록 한 겁니다.
이런 재건축 단지는 서울에만 3곳 더 있습니다.
주민들은 흉물을 남기는 건 역사 보존과 별개라고 반발합니다.
[배인연/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장 : 주민 반대는 엄청 심했습니다. 심지어 사유재산권 침해다(라는 말도 나오고.)]
안전 문제까지 우려되는 상황.
오세훈 시장은 이런 근현대 흔적남기기 사업을 모두 중단하도록 했습니다.
해당 단지 조합은 다음 달 초 공원이나 문화시설을 대안으로 낡은 동의 철거를 결의하고, 서울시는 이를 승인할 예정입니다.
[이창근/서울시 대변인 : 시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런 사업들은 다시 전면 재검토돼야 됩니다.]
반대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김기호/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명예교수 : 산업화에 따른 도시 인구 집중, 그에 따른 주택 문제, 그 주택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우리 고유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 이거 (낡은)아파트, 얼마나 중요해요.]
독일에서는 1920년대 아파트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사례도 있는 만큼 주민 동의를 전제로 보존 가치를 꼼꼼히 따져보자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 영상편집 : 윤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