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원이 넘는 돈을 들여서 만들고 있는 해군의 신형 호위함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으로 저희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수시로 기름이 새는 현상이 나타난 것인데, 군 당국은 아직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신형 호위함들은 현재 속도를 낮춘 채 운항하고 있습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해군은 지난 2015~2023년까지 총사업비 3조 2천억 원을 들여 최신형 3천600톤급 호위함 8척을 건조하는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연근해 주력 전투함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인데, 지난 2018년 3월 1번함 대구함을 시작으로 올 1월과 7월, 2번함 경남함과 3번함 서울함이 각각 취역했습니다.
그런데 이 함정들에서 수시로 소량의 기름이 새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국방기술품질원 조사 결과 전기모터 동력을 스크루에 전달하는 추진축이 추력 베어링에 긁혀 훼손된 겁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추진축이 망가져 운항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중대 결함입니다.
세 함정은 모두 전력에서 이탈했다가 이달 초, 축과 베어링을 같은 제품으로 교체하고 다시 작전에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정상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군 관계자는 "축이 깨질 우려 때문에 고속 기동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군 당국은 결함의 정확한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진호/정부 방위사업추진위 위원 : 베어링이 추진축을 갉아 먹는 현상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정상적으로 설계되었다면 추진축이 뒤틀려지지 않았을 것이고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신형 호위함은 최근 6번함까지 3척 더 진수됐고, 7번함 천안함 등 2척은 추가 건조 중입니다.
같이 설계됐고 같은 부품을 사용한 만큼 조사 결과에 따라 모든 함정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 및 수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영상취재 : 한일상, 영상편집 : 정성훈, CG : 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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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나와 있습니다.
Q. 동력전달 시스템 문제?
[김태훈/국방전문기자 : 호위함을 움직이는 모터와 스크루를 이어주는 게 추진축인데요. 이 추진축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것이 추력 베어링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정 간격을 둬야 하는 축과 베어링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계속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 군 당국 설명입니다. 이 현상이 심해지면 축이 깨져서 스크루를 돌릴 수 없는, 그러니까 배가 움직일 수 없는 상황까지도 갈 수가 있는 것입니다.]
Q. 설계 결함? 부품 결함?
[김태훈/국방전문기자 : 신형 호위함 8척 가운데 4척은 대우조선해양이, 그리고 다른 4척은 현대중공업이 건조했는데요. 기본 설계는 대우조선해양이 했기 때문에 8척, 1번부터 8번함까지 모두 같은 설계입니다. 똑같은 결함이 잇따라 발생하는 것을 보면 동력체계 관련 설계가 애초에 잘못됐을 가능성이 있고요, 그리고 유럽에서 들여온 이 추진축과 추력 베어링의 결함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국방기술품질원은 두 갈래 모두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Q. 부품 교체만으로는 역부족?
[김태훈/국방전문기자 : 실전 배치 중인 1, 2, 3번함은 축과 베어링을 바꿨다지만, 근본적인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터라 해군은 함정에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방사청이 시험 운항 중인 4, 5, 6번함도 같은 설계, 같은 부품이라서 마찬가지로 기름이 샐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군 당국 조사 결과 만에 하나 설계 자체가 결함의 원인으로 나오면 모든 함정을 세워야 합니다. 또 동력체계를 모두 뜯어고쳐야 하는 대공사를 치러야 하는 것인데 호위함 공백으로 인한 연근해 작전 차질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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