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에 올해 3월부터 걸려 있던 디지털 지도가 역사적으로 전혀 근거 없는 내용을 담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주로 중국의 학자들이 주장하던 내용인데, 정반석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이곳은 국립중앙박물관 3층에 있는 중국 유물 전시관입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관람객들에게 중국의 역사를 보여주는 영상 지도가 전시돼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15일)까지만 해도 다른 지도가 걸려 있었습니다.
원본 영상을 입수해 확인해보니, 삼국지 위나라가 3세기 백제와 마한이 있던 지금의 수도권과 충청남도 일대까지 다스린 것으로 나옵니다.
또 한나라 영토가 한강 이북 지역을 뒤덮고 있는데 모두 역사적 사실과는 전혀 다릅니다.
[송기호/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 : 위지에 붙은 동이전이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해놓은 것 같아요. 그건 있을 수가 없는 얘기입니다. 바로 임둔군이나 이런 건 폐지되고 밀려나고 하거든요. 함경북도 지역까지 한사군 범위라는 것 자체도 전적으로 잘못된 지도에요.]
14~17세기까지 명나라 영토가 만주 지역을 넘어서는 것은, '동북공정'을 외쳐온 중국의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송기호/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 : 중국 학자들이 주장하는 지도이거든요? 소수민족들의 역사까지 다 중국 역사라는 건 중국의 논리거든요. 중국 쪽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그런 자료를 보고서 작성한 지도 같다는….]
3월부터 반년의 전시기간 동안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은 50만 명이 넘습니다.
지도 제작에 1억 2천만 원을 들였는데 외부 전문가 감수도 받지 않았다가, 지적이 나오자 어제 황급히 영상을 수정했습니다.
[신영호/국립중앙박물관 세계문화부장 : 이번에는 사실 자문 같은 거나 이런 참여 인력이 없었습니다. 저희 잘못이라는 걸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에 바로 조치했습니다.]
[배현진/국민의힘 의원 (국회 문체위) :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사 왜곡 시비가 일만한 전시를 허용했단 것은 대단히 충격적이고요. 책임을 다해 소명하고 재발 방지를 반드시 약속해야 합니다.]
박물관 측은 영국의 미술사 자료를 근거로 지도를 제작했다 오류가 발생했다며 외부 자문을 받아 디지털 역사 지도 전체를 검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공진구·김승태, 영상편집 : 이홍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