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도끼' 들고 찾아온 군 선·후임
"손도끼를 되게 장난감처럼 들고 있는 거예요. '저걸로 우리 동생을 해쳤을까?' 이 생각도 되게 많이 들었고…." 고 김준호 씨 누나
유족은 김 씨가 아파트 옥상에서 이들에게 폭언과 손도끼 협박을 당했다고 말합니다. 옥상에 다녀온 뒤 김 씨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단 겁니다. 유족은 김 씨가 '밥도 잘 먹지 못 했고, 반려동물을 멀리하는 등 어딘가 모르게 평소와 달랐다'고 기억했습니다. 몇 시간 뒤, 김 씨는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돈 갚아달라" 부탁했는데, 돌아온 건 '손도끼 협박'
김 씨는 극단적 선택 전까지 후임 B 씨에게 35만 원을 입금하고, 500만 원 대출 조회까지 신청했습니다. 빌려간 돈을 돌려줘도 모자란데, 되레 돈을 더 뜯어간 겁니다. '돈을 돌려달라'고 애원까지 했지만, 돌아온 건 손도끼를 든 협박이었습니다. 협박 이후에는 '절대 티 내지 말라'는 입막음까지 했습니다.
"많이 울었어요. 얘가, 준호가, 마음고생을 많이 했구나…." 고 김준호 씨 아버지
폭언과 손도끼 협박, 그리고 입막음까지. 김 씨가 느꼈을 좌절감은 감히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릴 수 없었습니다. 유족은 '김 씨가 착하고 순했던 탓에, 혹시 이 사실을 가족들이 알면 다칠까봐 얘기하지 못 한 것 같다'고 말합니다.
숨진 김 씨 돈을 빌린 이유, '도박 빚'
'선임 A 씨-후임 B 씨 지인' 대화 녹음
B 씨 지인 : (피해자 돈) 왜 감았어? 네 도박에 미쳐서? (**감다=빌리다)
A 씨 : 예. 죄송합니다.
해당 녹취에는 김 씨 사망 전후로 석연치 않은 행적도 담겼습니다. 사망 당일(지난 8월 8일), 119에 신고가 접수된 건 오후 4시 20분쯤입니다. 신고자는 선임 A 씨였습니다. 하지만 이 녹취에서 A 씨는 '김 씨가 4시 이전에 숨졌다'고 말합니다. 김 씨의 죽음을 확인하고도 한참 지나서 119에 신고한 건데, 이 부분은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합니다.
'선임 A 씨-후임 B 씨 지인' 대화 녹음
A 씨 : (피해자는) 아침에, 그 4시 이전에 죽었습니다.
B 씨 지인 : 4시 이전에 죽었어?
A 씨 : 네.
더딘 수사로 피눈물 흘리는 유족
하지만 선임 A 씨는 20여 일 동안 입건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사망 당일 오전에 김 씨를 불러낸 것도 A 씨, 대출을 알아보라고 지시한 것도 A 씨인데 3주가 되도록 참고인 신분이었습니다. 그동안 선임 A 씨와 후임 B 씨는 입을 맞췄습니다. '폭언과 협박은 없었고, 손도끼로 숨진 김 씨를 협박한 게 아니라 A 씨를 협박한 것으로 말하자'고 꾸미기도 했습니다.
'선임 A 씨-후임 B 씨 지인' 대화 녹음
선임 A 씨 : 제가 (후임 B 씨와) 말을 맞췄기 때문에, 최대한 폭언·폭행·협박 이런 거 없다고 했습니다.
선임 A 씨 : (후임 B 씨가) 사실 손도끼를 들고 준호한테 (협박)했는데, 저한테로 (손도끼로 협박한 걸로) 돌려가지고.
유족 측은 A, B 씨의 증거 인멸과 수사 방해 정황이 담긴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해당 녹취를 숨진 김 씨의 휴대전화 등에서 찾은 증거와 함께 경찰에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사건 발생 3주 뒤인 지난 1일에서야 입건됐고, 지난 9일 구속됐습니다. 경찰은 'A 씨의 허위 진술이 계속돼 수사에 어려움이 있어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수사가 늦어지는 동안, 유족의 속은 타들어갔습니다. '혹시 정말 잘못한 게 없어서 입건이 되지 않는 건가?'라는 생각까지 했다고 합니다. 공범들의 모의 정황이 담긴 녹취까지 전달했지만, 뒤늦게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한 건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A 씨와 B 씨를 구속한 경찰과 군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와 여죄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찾아온 뒤, 달라진 가족의 삶
"(준호가) 하고 싶은 게 되게 많았을 텐데, 하고 싶은 걸 다 하지 못하고 간 게 너무 마음이 아파요. 그 사람들 벌 받아야 되는데…." 고 김준호 씨 누나
유족은 철저한 진상 조사와 엄벌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을 올렸습니다. 경찰은 특수공갈 등 혐의를 받는 A 씨를 구속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공동공갈 등 혐의를 받고 있는 현역 B 씨는 군경찰에서 구속수사 중입니다. 22살, 전역한 지 일주일 만에 세상을 등진 고 김준호 씨. 숨진 김 씨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선 철저한 조사는 물론 재발 방지대책까지 마련돼야 합니다. 군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아직은 아득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