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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손도끼로 협박한 군 선후임'…제대 일주일 만에 극단적 선택한 김준호 씨

지난달 8일, 22살 남성 김준호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제대한 지 일주일 만이었습니다. 김 씨는 세상을 떠나기 전, 아파트 옥상에서 군 생활을 함께한 선·후임을 만났습니다. 이들은 손에 손도끼를 쥔 채 김 씨를 찾아왔습니다. 폭언과 손도끼 협박을 당한 김 씨는 8시간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손도끼' 들고 찾아온 군 선·후임

사망 당일 아침, 남성 2명이 김 씨가 사는 아파트를 찾았습니다. 한 사람은 손에 '손도끼'를 들고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선 한 손에 흉기를 들고 이리저리 휘두르기까지 했습니다. 곧이어 이들은 카카오톡을 보내 집에 있던 김 씨를 옥상으로 불러냈습니다. 김 씨는 머리를 말리지도 못한 채 옥상으로 향했습니다. 이른 아침 흉기를 들고 찾아와 김 씨를 부른 이들은 김 씨의 군 선임 A 씨와 후임 B 씨였습니다.

군 선, 후임이 들고 온 손도끼
  
"손도끼를 되게 장난감처럼 들고 있는 거예요. '저걸로 우리 동생을 해쳤을까?' 이 생각도 되게 많이 들었고…." 고 김준호 씨 누나
 
유족은 김 씨가 아파트 옥상에서 이들에게 폭언과 손도끼 협박을 당했다고 말합니다. 옥상에 다녀온 뒤 김 씨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단 겁니다. 유족은 김 씨가 '밥도 잘 먹지 못 했고, 반려동물을 멀리하는 등 어딘가 모르게 평소와 달랐다'고 기억했습니다. 몇 시간 뒤, 김 씨는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돈 갚아달라" 부탁했는데, 돌아온 건 '손도끼 협박'

숨진 김준호 씨는 두 사람에게 돈을 여러 번 빌려줬습니다. '돈을 빌려달라'는 이들의 부탁에 적금으로 모아둔 돈까지 선뜻 내어줬습니다. 모두 합쳐 400만 원가량을 빌려줬는데, 이 가운데 돌려받은 건 30만 원 남짓입니다. 김 씨가 '돈을 갚아달라'고 여러 번 요구했지만, 돈을 빌려간 A 씨는 이런저런 변명을 하며 제대로 답변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숨진 김 씨와 선임 A씨의 카카오톡 대화
 
김 씨는 극단적 선택 전까지 후임 B 씨에게 35만 원을 입금하고, 500만 원 대출 조회까지 신청했습니다. 빌려간 돈을 돌려줘도 모자란데, 되레 돈을 더 뜯어간 겁니다. '돈을 돌려달라'고 애원까지 했지만, 돌아온 건 손도끼를 든 협박이었습니다. 협박 이후에는 '절대 티 내지 말라'는 입막음까지 했습니다.
 
"많이 울었어요. 얘가, 준호가, 마음고생을 많이 했구나…." 고 김준호 씨 아버지
 
숨진 김 씨와 선임 A 씨의 카카오톡 대화

폭언과 손도끼 협박, 그리고 입막음까지. 김 씨가 느꼈을 좌절감은 감히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릴 수 없었습니다. 유족은 '김 씨가 착하고 순했던 탓에, 혹시 이 사실을 가족들이 알면 다칠까봐 얘기하지 못 한 것 같다'고 말합니다.
 

숨진 김 씨 돈을 빌린 이유, '도박 빚'

과거 A 씨는 도박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자신의 도박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김 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도 '도박 빚' 때문으로 보입니다. A 씨는 공범인 B 씨 지인과의 대화에서 '도박 때문에 숨진 김 씨의 돈을 빌렸다'고 인정했습니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선임 A 씨-후임 B 씨 지인' 대화 녹음
B 씨 지인 : (피해자 돈) 왜 감았어? 네 도박에 미쳐서? (**감다=빌리다)
A 씨 : 예. 죄송합니다.
 
해당 녹취에는 김 씨 사망 전후로 석연치 않은 행적도 담겼습니다. 사망 당일(지난 8월 8일), 119에 신고가 접수된 건 오후 4시 20분쯤입니다. 신고자는 선임 A 씨였습니다. 하지만 이 녹취에서 A 씨는 '김 씨가 4시 이전에 숨졌다'고 말합니다. 김 씨의 죽음을 확인하고도 한참 지나서 119에 신고한 건데, 이 부분은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합니다.
 
'선임 A 씨-후임 B 씨 지인' 대화 녹음
A 씨 : (피해자는) 아침에, 그 4시 이전에 죽었습니다.
B 씨 지인 : 4시 이전에 죽었어?
A 씨 : 네.
 

더딘 수사로 피눈물 흘리는 유족

사건 직후, 후임 B 씨는 현장에서 긴급 체포됐습니다. B 씨는 현역으로 군 복무 상태라 군경찰에 인계됐습니다. B 씨가 손에 쥐고 있던 손도끼는 군경찰이 압수했습니다.

하지만 선임 A 씨는 20여 일 동안 입건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사망 당일 오전에 김 씨를 불러낸 것도 A 씨, 대출을 알아보라고 지시한 것도 A 씨인데 3주가 되도록 참고인 신분이었습니다. 그동안 선임 A 씨와 후임 B 씨는 입을 맞췄습니다. '폭언과 협박은 없었고, 손도끼로 숨진 김 씨를 협박한 게 아니라 A 씨를 협박한 것으로 말하자'고 꾸미기도 했습니다.
 
'선임 A 씨-후임 B 씨 지인' 대화 녹음
선임 A 씨 : 제가 (후임 B 씨와) 말을 맞췄기 때문에, 최대한 폭언·폭행·협박 이런 거 없다고 했습니다.
선임 A 씨 : (후임 B 씨가) 사실 손도끼를 들고 준호한테 (협박)했는데, 저한테로 (손도끼로 협박한 걸로) 돌려가지고.
 
손도끼 들고 김 씨를 찾아간 군 선임 A 씨와 후임 B 씨
 
유족 측은 A, B 씨의 증거 인멸과 수사 방해 정황이 담긴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해당 녹취를 숨진 김 씨의 휴대전화 등에서 찾은 증거와 함께 경찰에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사건 발생 3주 뒤인 지난 1일에서야 입건됐고, 지난 9일 구속됐습니다. 경찰은 'A 씨의 허위 진술이 계속돼 수사에 어려움이 있어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수사가 늦어지는 동안, 유족의 속은 타들어갔습니다. '혹시 정말 잘못한 게 없어서 입건이 되지 않는 건가?'라는 생각까지 했다고 합니다. 공범들의 모의 정황이 담긴 녹취까지 전달했지만, 뒤늦게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한 건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A 씨와 B 씨를 구속한 경찰과 군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와 여죄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찾아온 뒤, 달라진 가족의 삶

삼남매 중 막내였던 김 씨의 극단적 선택의 상처는 컸습니다. 김 씨의 둘째 누나는 동생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다 수면제를 먹고 잠든 뒤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첫째 누나는 한 달 사이 동생 둘을 잃었습니다. 짧은 생을 살다 떠난 동생들을 생각하면 A 씨와 B 씨를 도저히 용서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준호가) 하고 싶은 게 되게 많았을 텐데, 하고 싶은 걸 다 하지 못하고 간 게 너무 마음이 아파요. 그 사람들 벌 받아야 되는데…." 고 김준호 씨 누나
 
손도끼 국민청원
 
유족은 철저한 진상 조사와 엄벌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을 올렸습니다. 경찰은 특수공갈 등 혐의를 받는 A 씨를 구속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공동공갈 등 혐의를 받고 있는 현역 B 씨는 군경찰에서 구속수사 중입니다. 22살, 전역한 지 일주일 만에 세상을 등진 고 김준호 씨. 숨진 김 씨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선 철저한 조사는 물론 재발 방지대책까지 마련돼야 합니다. 군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아직은 아득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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