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 '위드 코로나', 단계적 일상 회복
[그게 뭔데?] '위드 코로나'를 보는 두 가지 관점
'의료체계 전환'은 확진자 발생 억제보다 위중증 환자와 치명률 관리에 중점을 두는 방역체계로 가자는 뜻이다. '방역'에는 질병 감염 자체를 줄이는 방법과 위중증·사망을 줄이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지금까지는 감염 자체를 줄이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사망과 위중증 환자를 줄이는 쪽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이야기다.
이런 판단에는 기존의 방역대책으로는 델타 변이 이후의 코로나 상황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현재 최고 단계인 4단계를 9주째 시행하고 있지만, 신규 확진자 숫자는 네 자릿수 아래로 떨어질 기미가 없다.
지금의 '확진자'라는 개념은 무증상 또는 경증 환자와, 병원에 입원해야 할 위-중증 환자를 구분하지 않는다. 무증상이나 경증환자들 모두 생활치료센터에 격리하고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일일이 동선을 추적해 역학조사 하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지금보다 더 많은 확진자가 나오면 감당이 어렵다. 의료인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발생에만 초점을 맞추면 정작 위중한 환자와 수많은 다른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의료체계를 위-중증자 관리와 사망 방지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큰 방향성에 대해서는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거의 없다.
'방역 단계 완화'는 방역지침을 완화해 일상을 단계적으로 회복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각 나라마다 선택하는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 방식도 다르다. 영국은 가장 과감한 편에 속한다. 방역 및 거리두기 조치를 해제한 뒤 하루 3만~4만 명대 확진자가 이어지고 있고, 사망자도 100~200명씩 발생하고 있다. 사망자가 하루 10명 수준인 우리나라에 영국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위드 코로나로 방역 패러다임이 전환되더라도 "거리두기가 폐지되기는 어렵고 단계적으로 완화를 한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증·치명률을 낮추기 위한 치료제가 딱히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섣부르게 방역 조치를 완화할 경우 확진자와 함께 위-중증 환자도 불어나 의료 붕괴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경고하고 있다.
[왜 하는 거야?] 코로나, 종식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델타 변이의 확산은 각국에 정책 전환을 요구했다. 이스라엘 등 백신 접종에서 가장 앞섰던 나라들을 봐도, 델타 변이 감염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대신, 백신을 맞은 사람들은 돌파감염이 되더라도 별로 심하게 앓지 않고 지나가는 것이 확인되었으니, 코로나19가 독감 이하의 치명률로 통제되고,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감기 정도로 앓고 지나갈 수 있다면 이제는 정상적인 사회-경제활동으로 돌아가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미 싱가포르가 위드 코로나를 선언했고, 호주도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예고했다. 변이를 계속하며 전파력을 높이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박멸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확진자의 증가를 이유로 계속 강도 높은 방역 조치를 유지하는 것은 경제적-사회적 피해를 너무 크게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 등장으로 인해 집단면역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게 될 거라고 전망 한다. 다만, 앞서 여러차례 얘기했다시피, '감염'이라는 말 자체에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백신 접종 완료 이후에는 설령 감염되더라도 대부분 경증으로 지나간다는 것이 각국에서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능한 거야?] '위드 코로나'를 말하는 이유...많은 이들의 삶이 무너지고 있다
코로나로 힘든 시간을 보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더는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강도 거리 두기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지난 8일 밤에는 '방역 규제 철폐'를 요구하는 자영업자들이 처음으로 전국단위 차량 시위를 벌였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수치로 나타난 건 이미 오래전 얘기다. 고강도 거리두기에 매출은 줄고 대출은 늘었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그곳을 일터로 일하는 알바 노동자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코로나 위기가 단순히 자영업자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취약계층에 연쇄적 여파를 미치는 것이다.
우울,자살 관련 지표 악화... 커지는 위험 신호
[어떻게 되는 거야?] 위드 코로나 = 노 마스크?
'위드 코로나'가 단계적으로 진행돼도 마스크를 벗는 것은 맨 마지막 단계가 될 전망이다. 물론 단계가 완화되면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벗게 될 수도 있다. 정부가 지난 5월 발표했던 방역 완화 계획에서도 직계가족 모임을 허용하는 데 이어 '실외 노 마스크'는 접종 혜택의 사실상 첫 단계였다. 하지만 '실내 노 마스크'는 최후의 단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은경 청장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실내 마스크 같은 경우는 제일 마지막까지"라며 "미접종자들과 돌파 감염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른 많은 국가들도 '실내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한때 '코로나 극복=노 마스크"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계속되는 변이바이러스 출연으로 볼 때, 생각을 달리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위드 코로나로 방향이 전환되면 자연스럽게 재택치료가 확대된다. 젊고, 증상이 없고, 중증으로 갈 위험 인자가 적은 확진자들은 생활치료센터에 가지 않고 집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다. 중대본 이기일 제1통제관은 10일 "예방접종률 증가에 따라 앞으로 단계적인 일상 회복에 따른 새로운 방역체계 전환이 논의되고 있다"며 "무증상자, 경증환자를 위한 재택치료도 사전에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는 어때?] 싱가포르와 영국의 '위드 코로나'는?
영국은 성인 50%가 완전 접종을 받으면서 지난 7월부터 위드 코로나를 선언했다. 다중이용시설의 영업 제한과 모임 인원 제한을 풀고,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해제했다. 일부 전문가들의 반대로 결국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지만 여전히 의무는 아니다. 가장 과감한 위드 코로나 정책을 선택한 영국의 치명률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1%에 못 미쳤지만, 최근 1.9%까지 높아졌다. 한때 1천 명 대까지 내려갔던 확진자 수는 (9일 기준) 38,510명으로 급증했다. 델타변이 확산과 갑작스러운 방역 완화가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책은 뭐야?] '위드 코로나'를 위한 조건 '치료제'
먹는 코로나 치료제는 올해 내에 상용화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먹는 치료제는 MSD, 로슈, 화이자 등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속도가 가장 빠른 건 MSD의 '몰누피라비르'다. 하루 두 번 닷새 복용하는데, 한 알 가격이 우리 돈 8만 원 정도로 추정된다. 올해 말쯤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면 FDA 긴급 승인이 이뤄질 전망인데, 미국은 이미 몰루피라비르 170만 명분을 12억 달러, 우리 돈 1조 4천억 원에 선 구매했다. 우리 정부는 올해와 내년 치료제 구매자금으로 예산 362억원을 책정해 3만8천회분을 구입하겠다고 밝혔다. 1인당 90만원 정도를 가정한 액수다. 정부는 복수의 글로벌 제약사와 치료제 선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국산 치료제 개발도 지원하고 있는데, 더 저렴한 치료제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여러 제약사 제품을 모니터링 중이다.
(구성 : 이현식 선임기자, 장선이 기자, 김휘란 에디터 / 디자이너 : 명하은, 박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