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남양유업은 대리점 갑질에 유제품 불가리스 효과 과장 논란, 그리고 최근 매각 번복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홍원식 회장이 부당한 직원 인사에 개입한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강하게 압박해서 못 견디게 하라고 직접 지시하는 녹취도 확보했습니다.
단독보도, 한지연 기자입니다.
<기자>
남양유업에 지난 2002년 광고팀으로 입사한 최 모 씨.
입사 6년 만에 최연소 여성 팀장 자리에 오를 만큼 인정받았습니다.
최 씨는 마흔둘에 첫 아이를 출산하고 2015년 육아휴직을 냈습니다.
그러자 회사가 통보 없이 보직해임 했다는 게 최 씨 주장입니다.
1년 뒤 복직을 하자 최 씨 책상은 택배실과 탕비실 사이에 배치됐고 단순 업무를 부여했다고 말합니다.
[최 모 씨/남양유업 부당인사 피해자 : 거의 무슨 동물원에 원숭이처럼 이렇게….황당한 거죠. (일도) 자질구레하지만 방대한 일을 주는 거예요. 굉장히 모멸감을 많이 느꼈고….]
최 씨가 2017년 노동위원회에 부당 인사발령 구제신청을 내자 회사는 최 씨를 경기도 고양 물류센터로 발령내더니, 이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출퇴근 5시간이 걸리는 천안에 있는 물류창고로 발령을 냈습니다.
[최 모 씨/남양유업 부당인사 피해자 : 서울-천안이면 교통편도 없거든요. 너 얼마나 견디나 보자 응? 네가 이렇게까지 하면서 다닐래? 응? 그런 거죠. 그래도 진짜 포기를 안 하고. 그때 다시 그냥 법에 호소를 한 거죠. 부당전보로.]
남양유업은 인사발령이 업무상 필요했고 생활상 불이익도 없었으며 협의 절차도 거쳤기 때문에 정당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SBS가 입수한 녹취에는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이 직접 다른 직원을 통해 최 씨에게 압박을 넣으라고 지시하는 정황이 드러납니다.
[홍원식/남양유업 회장 : 빡세게 일을 시키라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강한 압박을 해서 지금 못 견디게 해.]
최 씨가 힘든 기색을 보인다고 하자,
[홍원식/남양유업 회장 : 근데 그걸 활용을 하라고.. 어려운 일을 해 가지고 말이야 보람도 못 느끼고 하여튼 그런 게 되게.]
홍원식 회장은 이런 지시를 하면서도 '법망'은 피해 가라고 강조합니다.
[홍원식/남양유업 회장 : 위법은 하는 건 아니지만 좀 한계 선상을 걸으라 그 얘기야. 그런 게. 그게 무슨 문제가 되겠어.]
최 씨는 회사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승소했지만, 항소심에서는 패소해 현재는 대법원 선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 모 씨/남양유업 부당인사 피해자 : 열심히 일하면 여성 임원이 될 수 있다. 진짜 휴일까지 반납하고 일을 했는데…. 여자는 한 번 써먹고 버리는 그런…. 그런 위치가 돼야 되냐.]
이른바 '불가리스 사태' 후 홍원식 회장은 매각 약속을 번복하며 여전히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고, 회삿돈 유용 의혹으로 물러났던 장남을 포함해 두 아들은 슬그머니 임원으로 복직하거나 승진했습니다.
(영상취재 : 양현철, 영상편집 : 원형희, VJ : 박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