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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해 시도 듣고도 조치 안 해"…손 놓았던 학교

<앵커>

몇 달 전 강원도의 한 특목고에서 따돌림 피해를 호소하던 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전해드렸습니다. 당시 부모는 아이가 여러 위험 징후를 보였는데도 학교 측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 교육청 감사 결과 실제 학교의 문제점들이 확인됐습니다.

하정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6월 말, 기숙사 생활을 하던 고1 학생 이 모 군이 따돌림으로 고통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따돌림으로 극단적 선택한 이 군의 유서

[이 군 어머니 : 들릴락 말락 하게 욕을 한다거나 '내가 얘기하고 있는데 와서 그 친구를 데려가', 무안하게 하면서 눈물을 글썽했다는 얘기들도 선배들이 해줬거든요.]

유족 측은 학교가 사건을 축소하려고만 했다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이 군 어머니-담임교사 (지난 6월) : 저희 아이 자해했다는 거 모르셨다고 그날 얘기하셨는데. (네.) (아이와) 그런 얘기를 나누신 적도 없나요? (네, 전혀 없는데요.)]

교육청 감사 결과, 실제로 학교의 대처와 학사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담임교사와 다른 교사 1명은 이 군의 자해 시도를 학생들에게 전해 듣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거나, 개인 면담만 한 뒤에 문제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학부모에게는 이런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습니다.

학교 안에는 위기 학생들에 대한 1차 안전망 역할을 해줄 사람도 없었습니다.

학교가 반드시 배치해야 하는 전문 상담교사 대신에, 생물교사를 채용했기 때문입니다.

[강원도교육청 감사 담당자 : 학생들끼리 24시간을 지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전문 상담교사의 역할, 그 기능을 없애버린 데 큰 잘못이 있었어요.]

학생 인권을 무시하는 기숙사 운영 방식도 문제였습니다.

휴대전화를 소지했다 적발된 학생은 관련 내용이 적힌 피켓을 목에 걸고 학생들 앞에 서 있도록 했고, 흡연으로 적발된 학생은 졸업할 때까지 불시에 소변 검사를 받게 했습니다.

게다가 숨진 이 군에게 부여한 벌점 카드가 사건 이후 폐기된 사실까지 드러났습니다.

교육청은 교장과 교사 2명에게 징계 처분을 내릴 것을 학교 법인에 요구했습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조춘동, 영상편집 : 이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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