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혼란 속에서 허위정보마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당장 우리와 관련 없는 일처럼 보이지만, 허위정보가 유통되는 메커니즘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에게도 어떤 교훈을 주고 있다고 믿습니다.
SNS를 떠도는 아프간 허위정보들 짚어봤습니다.
"탈레반이 카불시민들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영상은 '거짓'입니다. 이 영상은 카불이 아니라 칸디하르 지역에서 찍힌 영상입니다. 구글맵에서 문을 검색해보니 영상에서 보이는 개선문은 카불이 아니라 칸다하르에 있는 걸로 돼 있습니다.
칸다하르는 1994년 탈레반이 결성된 곳으로 탈레반에게는 '정신적 고향'입니다. 탈레반 세력의 주축인 파슈툰족 토착민들의 도시입니다. 칸다하르 사람들이 탈레반을 환영하는 것과 카불 사람들이 환영하는 것은, 함축하는 의미가 다릅니다.
나아가 영상 게시자는 "언론에서 말하는 것과 다른 모습"이라며, 기존 언론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탈레반이 언론의 보도와 달리 대중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읽힙니다.
"'평온한 분위기에서 정권이 이양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이 내용 역시 사실이 아닙니다. 2020년 8월, CNN 기자가 미국 위스콘신 총격 현장에서 중계를 탔던 모습을, 배경과 자막을 바꿔 조작한 사진이었습니다. 탈레반 혹은 탈레반 지지자들의 기대가 반영된 허위정보로 읽힙니다. 아래는 CNN의 원래 보도 사진입니다.
아무래도 국제적 영향력이 큰 CNN이 허위정보 만드는 사람들의 주요 타깃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CNN이 "탈레반 전사들이 마스크를 쓰며 책임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보도했다는 사진이 돌아다녔는데, 역시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이 사진은 미국의 정치 풍자 웹사이트인 더 바빌론 비(The Babylon Bee)에 게재된 것이 사실로 둔갑해 퍼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부통령이 카불에서 도망쳤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과는 달리, 살레 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대행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쉬린 마자리 장관은 바로 트위터를 내렸지만, 이미 SNS로 광범위하게 퍼진 뒤였습니다.
파키스탄 정부가 탈레반을 지원하고 있었음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파키스탄 임란 칸 총리는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하자 "아프간 국민들이 노예의 족쇄를 풀었다"며 치켜세우기도 했습니다. 파키스탄의 정치적 이해가 허위정보에 편승하는 방식으로 표출됐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허위정보가 '정치적 의도'와 맞닿아 있다는, 상징적 장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탈레반이 CNN 기자를 처형했다
계정도 'CNN 아프가니스탄'이었습니다. CNN 아프가니스탄 지국의 트위터 계정처럼 보여 신뢰를 갖기 충분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없는 계정이었습니다. CNN에는 버니 고어스라는 기자가 있지도 않으며, 사진 속 주인공은 미국에 사는 평범한 유튜버로 드러났습니다.
감정을 자극하는 허위정보들
특히, 마지막 소개해드린 CNN 기자 처형설은, 안 그래도 불안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언론인들의 공포심을 더욱 자극하는 허위정보였습니다. 지금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탈레반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륙하는 비행기에 맨몸으로 매달렸다가 추락사한 일까지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단순한 재미 때문에, 또 누군가는 정치적 의도 때문에 허위정보를 만들고 유통하고 있지만, 결국 그 대가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치러야 합니다. 우리 역시 코로나19가 확산되는 동안, 허위정보 때문에 많은 비용을 치러야 했습니다. 아프간발 허위정보들이 유통되고 소비되는 모습은 우리 사회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자료 조사 : 김정연, 양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