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10월, 30대 경찰 간부가 상관의 폭언과 격무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 뒤,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나섰고 전국 각지의 5천 명 넘는 경찰들이 진실을 밝혀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9달 만에 고인의 순직이 인정됐습니다.
한성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실적을 봐라', '부끄러운 줄 알아라'
지난해 6월 경기 평택경찰서 강력팀장이었던 김 모 경감이 직속 상관과 회의 때 남긴 자필 메모입니다.
업무에 대한 압박과 자책감은 1달 뒤 회의에도 이어졌습니다.
김 경감은 한 달 평균 100시간 넘는 초과근무로 심신이 지치면서 불면증 치료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동료 경찰관 : (김 경감이) 사건을 맡으면 며칠씩 집에 들어가지 않거나 늦게 오거나 퇴근은 거의 안 하다시피 하면서 그 사건을 책임감 있게 끝까지 마무리 지었어요.]
지난해 10월에는 아내에게 일이 몰려 '쓰러질 거 같다'면서 '휴직하고 싶어도 복직을 못 할까 두렵다'며 정신적 고통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이런 문자를 남긴 다음 날 김 경감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유족의 요청으로 이뤄진 감찰 결과 상관인 형사과장과 강력계장의 괴롭힘이 낱낱이 밝혀졌습니다.
후배 앞에서 김 경감을 인격적으로 모독하고 휴가인 줄 알면서도 출근해 일을 시키고 개인 심부름까지 시킨 겁니다.
상관들은 모두 정직처분을 받았지만, 동료들의 노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고인의 명예회복을 위해 동료 경찰관은 1인 시위를 이어갔고 전국 각지에서 5천400명이 넘는 경찰이 보낸 탄원서가 쇄도했습니다.
[이용수/변호사 : 동료분들의 탄원서가 5천 장이 넘게 제출이 되었고, 그 외에 진술서 등도 100여 장이 제출되었기 때문에….]
마침내 인사혁신처가 김 경감이 세상을 등진 지 9개월 만에 순직 결정을 내렸습니다.
김 경감의 죽음이 과로와 갑질 때문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유가족 : 딸 둘이 나중에 자라나서 아버지가 '이렇게 자랑스러운 훌륭한 경찰이었다'라는 점을,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경찰은 김 경감을 경정으로 1계급 추서하고 유해를 국립현충원에 안장할 계획입니다.
(영상취재 : 김현상·김남성, 영상편집 : 김종태, CG : 한정우·김예인)